[학생칼럼]

미디어는 사회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뉴스나 신문, OTT, 영화 등 다양한 형태와 특징을 가지고 늘 우리 곁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일을 함께 하더라도 “그래서 미디어가 뭔데?”란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쉽게 답을 하지 못한다. 그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 마디로 딱 잘라 정의하기 힘들만큼 미디어의 범주가 넓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미디어를 이해하기 위해 종종 ‘기능주의적 관점’을 이용한다. 미국의 정치학자 라스웰(H.D.Lasswell)이 제시한 기능주의적 관점에 따르면 미디어엔 5가지 기능이 있다. 환경감시 기능, 상관 조정 기능, 문화전수자의 기능, 오락 기능, 동원 기능이다. 이를 통해 미디어는 뉴스를 제공하며 환경에 대한 주관적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대중에게 오락을 제공하거나 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다음 세대로 문화를 전수한다.

여기까진 미디어를 전공하는 필자가 배운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 미디어에 필자가 생각하는 또 다른 차원의 기능을 덧붙여보려 한다. 일명 ‘시간 저장 기능’이다. 미디어는 특정 사건에 대한 시간을 저장하고 꺼내 볼 수 있게 한다. 그 순간의 기억을 저장하는 가장 대중적인 방법인 것이다.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집에서 영화 <나홀로집에>를 보는 것은 필자 가족의 관례였다.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서 담요를 덮고 눈 내리는 풍경을 배경 삼아 TV를 볼 때 느껴지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다 보니 ‘12월 25일’이 아니어도 그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 순간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곤 했다. 영화라는 미디어가 필자만이 가질 수 있는 기억을 담고 있던 것이다. 우리는 미디어와 함께 살아가며 매체를 통해 우리가 보낸 시간을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다. 누군가가 관심을 갖고 시간을 쏟으면 미디어는 훗날 그 순간을 돌려준다. 그래서 필자는 미디어가 ‘시간으로 시간을 사는 상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미디어를 대중매체라고 말한다. 또는 정보를 전송하는 매개체, 자신의 의사나 감정을 주고받는 수단 등 미디어에 대한 설명은 다양하다. 이들의 표현이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보다 문학적인 표현을 빌려보자면 필자에게 미디어는 시간을 파는 상점이다. 필자의 전공을 미디어로 선택한 이유도, 지금까지 나름의 재미를 느끼며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이유도 모두 미디어가 준 시간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이는 미디어의 낭만적인 기능에 매료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보편적인 라스웰의 관점도 있지만 ‘시간 저장 기능’도 존재할지 모른다. 이 기능은 라스웰과 달리 콘텐츠를 담고 있는 미디어 플랫폼이 무엇인지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새롭게 등장한 1인 미디어 채널이나 라디오 등 다양한 미디어에 그들의 기억이 저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의 관점에서 본 미디어는 이토록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미디어와 함께 사는 우리는 기억에 대한 값을 매일 지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렇게 쌓인 시간은 언젠가 콘텐츠, 매체, 채널을 통해 다시 돌아올 것이다. 여러분에게 미디어란 어떤 의미인가? 혹시나 생각해본 적 없다면 한 번쯤 떠올려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미디어 20 송채은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