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경제 위기를 겪을 때마다 고용 성별 격차는 요동쳤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격차에 대한 통계청의 조사 결과 지난해 2월부터 지난 10월까지의 남성 고용은 2.4%, 여성 고용은 5.4% 감소했다. 여성의 노동시장은 남성의 노동시장보다 경제위기에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또한 우리나라 여성의 노동은 고용 격차에서 직장 내 차별로, 차별에서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양상을 띈다. 우리 사회의 잘못된 통념이 씌워진 여성 노동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여성에게만 보이는 진입장벽
사회 전반에 걸친 성 고정관념은 성별에 따른 직업 분화로 이어진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여성은 보건사회복지·서비스 및 요식업에, 남성은 제조·건설업에 집중 포진한다. 이는 사회적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선입견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 4월 19일(월) 여성가족부가 주최한 ‘제4차 여성 고용실태 분석·정책과제 발굴 전문가 간담회’에선 성별 간 직업 분리는 여성 고용 위기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배진경 한국여성 노동자회 대표는 “여성이 집중된 직종은 노동으로써의 가치를 존중받지 못한다”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은 다시 여성에게 전가되는 악순환이 이뤄진 것이다”고 말했다.

여성이 성차별적 통념을 내면화함으로써 성별 직업 분화가 고착화되기도 한다. 신하영 세명대 교양대학 교수는 “여성은 유년시절부터 강요받은 사회적 여성성을  자신에게  투영하게 된다”며 “스스로 선택한 진로도 사회에서 제안한 선택지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성 생애에 걸쳐 축적된 성차별로 인해 여성은 사회가 규정한 ‘여성의 직업’을 선택하기를 강요받고 있다.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은 고용격차에 기반한다. 사회로부터 여성적 직업을 강요받은 여성은 노동시장으로 진출할 때 고용격차를 실감한다. 여성고용률은 일부 개선됐지만, 성차별로 벌어진 고용시장 내 격차는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9월 5일(일) 공개한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이하 2021 여성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고용률은 50.7%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이는 여성의 사회진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차별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동시장으로 진출한 여성은 채용 과정에서도 성차별을 경험한다. 지난 7월 14일(수) 구인·구직 취업매칭 플랫폼 ‘사람인(Saramin)’에선 473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채용 시 선호 성별’을 조사했다. 해당 조사 결과, 여성보다 남성을 선호한단 응답이 74.2%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지원자의 능력이 아닌 성별을 중시한 채용은 여성의 노동 기회를 박탈한다. 신 교수는 “채용 성차별은 사회가 가진 성 고정관념을 대물림하는 것과 같다”며 “채용 성차별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취업 교육 기관에 영향을 미쳐 특정 성별 채용을 재생산하고 이는 여성의 도전을 차단한다”고 말했다. 여성은 사회 진출과정을 포함해 노동시장 전반에서 성차별을 겪는 것이다.


장벽 너머 반복되는 차별과 마주하다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또 다른 차별인 유리천장을 마주하기도 한다. 유리천장은 마땅한 실력을 가졌음에도 성별을 이유로 고위직 채용에서 배제되는 현상으로 여성 노동자에게만 해당하는 문제다. 매년 OECD 국가를 대상으로 *유리천장 지수를 발표하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9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여성 노동자를 대표하는 의사결정자가 현저히 부족하단 것을 의미한다. 여성 노동자의 대표성이 약화되는 것은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 구조를 확대한다.

현대 사회에서 여성의 노동은 저평가 된다. 고용노동부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를 연구한 결과 성별 임금 격차는 지난해 기준 남성이 여성보다 약 1.47배가 높으며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큰 격차다. 이에 고용노동부에선 기술, 노력, 책임 그리고 작업조건을 직무평가 기준으로 권고했다. 해당 권고 사항은 노동자의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노동의 가치가 동일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고용노동부에서 파견한 근로감독관은 직무평가 과정에서 합리적인 임금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노동조합이나 근로기관 대표의 의견을 구한다. 그러나 해당 집단의 대표는 주로 남성이기에 여성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는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노동조합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정책 논의 과정에 여성의 참여를 보장해 성비 불균형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문제는 마땅한 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여성 노동자의 질병 산재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성별에 따른 인정률 격차가 일어난다. 이 대표는 “여성 노동자의 업무 강도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여성이 산재임을 주장하기 어려워한단 문제가 있다”며 “여성의 직업병을 연구한 객관적 자료가 부족한 현 상황은 산재 승인을 받기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생물학적 취약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해당 산재를 여성 노동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는 노동시장 내 여성 포진 정도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여성가족부의 ‘2021 여성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연령대별 여성 고용률은 20대에 정점을 찍은 후 30대부터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 배 대표는 “여성 경력단절은 출산 및 육아로 인한 돌봄노동이 여성에게 전가되면서 일어난다”며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출해도 남성이 가사 노동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성이 전담한 가사 및 노동의 이중부담은 사회의 여성 노동 경시에 기인한다. 사회 구조적인 이유로 돌봄을 전담해왔던 여성의 위치를 가정으로 고정해 노동보다 돌봄의 책임을 묻는 것이다. 


여성의 권리와 평등을 외치다
여성 노동 관련 정책은 실제 노동 현장에 적용하기 어렵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선 지난 40년간 임신 및 출산, 육아 등 여성의 보건의료적 연구에 중점을 뒀다. 그동안 여성은 고용 및 소득구조와 같은 사회과학적 연구에서 배제돼 왔다. 여성은 누적된 연구를 기반으로 마련되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 소외당해온 것이다. 이는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을 상쇄하기 위해 마련된 여성정책이 낮은 실효성을 갖는 원인이 된다. 배 대표는 “우리나라의 정책은 제도적으로는 잘 정리돼 있으나 강제성이 약해 현장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성평등한 채용을 위한 방법으론 여성할당제의 보편화가 있다. 여성할당제는 민간 기업을 제외한 공기업과 국공립대 그리고 정치 분야에서만 유지되고 있다. 여성할당제로 여성 공직자가 증가하면 여성의 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해 공정한 채용을 실현할 수 있다. 이에 신 교수는 “여성할당제를 넘어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ffirmative Action, 이하 AA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A제도는 차별 집단에 대한 고용목표 및 이행계획을 달성하도록 만든다. 해당 제도를 이용해 기업에 강제성을 부과하면 고용 평등을 달성할 수 있다. 

여성의 결정 권한을 강화해 남성 중심적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남성 지배적인 조직에선 소수집단인 여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보편화돼 차별로 이어지기 쉽다. 직무에서 수평적으론 성별에 따라 역할을 분리시키며 수직적으론 남성이 남성동료와 부하에게 자신의 업무를 승계시키는 등 차별은 공공연해진다. 기득권층 남성은 조직 내 권력 이 여성에게 이전되는 것에 대한 위기감을 토대로 소수의 고위직 여성에 반대하는 태도를 수반한다. 조직의 공고한 남성 담합을 방지하기 위해 성별 할당 정책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모든 노동자에겐 평등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실효성 있는 노동정책이 되기 위해선 다양한 노동주체를 위한 교육과 선행연구가 필요하다. 배 대표는 “한국은 유럽과 달리 노동법에 대한 의무교육이 시행되지 않는다”며 “노동법을 알지 못하면 노동 당사자들은 권리나 처벌에 무감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신 교수는 “남성 노동자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기준으로 감사를 진행하는 근로 감독관은 여성 노동자의 문제에 공감하기 어렵다”며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감독관에 대한 지속적인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정 성별에 대한 차별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변할 수 없다.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성차별은 어딘가에서 계속 일어날 것이다. 차별은 여성에게 또 다른 차별로 나타나기에 앞선 명제들은 무시할 수 없다. 인간의 삶에서 노동이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만큼 평등한 사회를 위해 가장 시급한 건 노동 속 성차별 해결이 아닐까.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성별 임금 격차, 기업 내 임원 비율,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의 10개 항목을 평가해 여성이 받는 차별을 지표화한 자료임.


참고문헌
우양호 (2021).  고위직 여성공무원의 ‘유리절벽’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 여성연구, 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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