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예능과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필자가 본방송을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SBS에서 매주 수요일 밤 9시에 방영 중인 ‘골때리는 그녀들’이다. ‘골때리는 그녀들’은 다양한 분야의 여성 연예인이 모여 축구팀을 창단하고 토너먼트를 진행하며 순위 경쟁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필자는 여자들이 함께 운동하며 땀 흘리는 것에 로망이 있다.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운동장을 차지한 건 늘 남학생이었다. 필자는 넓은 운동장을 전부 차지하며 뛰어놀던 남학생들이 부러웠다. 어른들은 “남학생들은 서로 치고받고 싸워도 같이 축구 한판 뛰고 나면 다 풀린다”며 “여학생들이랑은 다르게 ‘쿨’하다”고 흔히 말했다. 필자는 그 나이대의 남학생들의 성격을 쿨하다고 단순히 정의하는 것에 공감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남학생들이 서로 친하지 않아도 함께 운동하는 모습은 많이 볼 수 있었다.

지금의 필자는 여자들이 함께 운동하며 땀 흘리는 것의 매력을 안다. 그러나 10대 시절의 필자는 친구들끼리 사소할지언정 갈등이나 경쟁 관계에 놓이는 것이 굉장히 거북했다. 그것은 현재 미디어에서 갈등이나 경쟁 관계에 놓인 여성을 그리는 방식과 비슷하다. 여자의 적은 여자, 소위 말하는 ‘여적여’ 구도를 방송의 재미 요소로 사용한 방식은 촌스럽다고 여겨진 지 오래다. 그러나 방송에선 경쟁 관계에 놓인 여성들이 ‘사실은 굉장히 친한 사이’임을 은연중에 강조한다. 여전히 미디어에선 여성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모습을 어색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골때리는 그녀들’의 등장이 반가웠다. 운동을 잘하든 못하든, 이기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은 승리에 대한 자신의 욕심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자신의 팀이 상대 팀에게 한 골을 내주더라도, “괜찮아. 후반전에 우리가 두 골 넣으면 돼”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같은 영역에서 활동했으나 친분이 없던 이들은 운동을 통해 한팀이 돼 간다. 이 과정을 보면 필자가 10대 시절 ‘점심시간의 운동장’을 보고 느낀 부러움이 해소되곤 한다. 축구장에서 공과 함께 뛰는 동안 모든 출연자는 나이와 경력을 막론하고 이름으로 서로를 부른다. 모델로만 구성된 팀 ‘FC 구척장신’의 수비수인 모델 한수민은 “축구가 아니었다면 내가 언제 혜진 언니를 이름으로 막 부르고, 엉덩이를 두드리겠냐”며 “축구란 참 신비하다”고 인터뷰했다.

세계적인 모델 한혜진이 자신의 SNS에 낡은 축구화 사진과 함께 한 문구를 올렸다. ‘Instead of high heels’ 하이힐 대신 축구화를 신고, 런웨이 대신 잔디밭을 거니는 것이 그에겐 당연한 일상이 됐다. 같은 팀에 속한 모델 이현이는 축구를 하고 나니 세상엔 ‘내가 해본 것과 해보지 않은 것’만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진다면 운동장으로 나가 해보지 못한 것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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