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표현의 자유’가 강하게 탄압받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권력이 언론을 통제해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렸다. 다행히 우린 매우 빠른 속도로 안정적인 민주주의 사회를 구축했다.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1인 미디어 시대가 도래했고 온라인상에서의 자유로운 토론 또한 가능해졌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자유’란 이름 하에 ‘익명’이란 그림자에 숨어 타인에게 상처를 줄 때가 많다. 민주적인 토론의 장이 혐오 표현이 난무하고 악플이 가득한 공간으로 퇴행하고 있지는 않은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 반대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세계가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초연결 사회에서 미디어가 우리의 행동과 생각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우리는 미디어에서 자주 보도된 것들을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미디어에서 자주 노출되는 의견에 동조하며 그것이 대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미디어 속 악플을 비롯한 혐오 표현에 자주 노출되면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자연스레 사용하게 된다. 

아직까지 영화나 드라마는 혐오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미숙하다. 혐오 표현은 우리의 무의식에 편견을 심어주며 이는 사회적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560만명의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 <청년 경찰>에선 ‘대림동은 경찰도 피하는 무법지대’라고 표현하며 대림동과 조선족을 위험한 범죄 집단으로 칭했다. 청년경찰 개봉 이후 ‘대림동에 사는데 무섭긴 하다’ ‘조선족을 그렇게 표현한 것은 평소 행실 때문이다’ 등의 반응이 많았다. 영화 <F20>은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것처럼 연출해 조현병과 장애 혐오 논란을 빚었다.

SNS에서 ‘헬스타그램’ 해시태그(Hash Tag)를 검색하면 ‘헬린이’란 표현도 쉽게 볼 수 있다. ‘헬린이’란 표현은 어린이를 ‘역량이 부족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존재’라고 규정한다. 또한 수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여성 혐오 표현을 쉽게 볼 수 있다. 만연하게 사용되는 여성 혐오 표현은 여성 대상 범죄로 이어진다. ‘익명’ 뒤에 숨은 댓글들은 이렇게 많은 이에게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란 이름으로 용인될 수 있을까.

이제는 온라인상 인권 감수성에 대한 시민의식 제고가 필요하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려는 의도가 아니었을 수 있다. ‘헬린이’ ‘주린이’란 표현을 온라인 *밈(Meme)으로 착각했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엔 공감과 소통을 하는 사람이 리더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혐오 표현을 지적하는 것이 예민하다고 받아들여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정한 정의와 평등을 위해선 작은 문제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공감과 소통을 통해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사회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밈(Meme): 인터넷이나 SNS에 인기를 얻고 유행하는 동영상 및 유행어의 패러디 등을 말함. 

정치외교 21 장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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