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복지시설, 그룹홈, 위탁가정에서 보호 중인 보호대상아동은 만 18세가 되면 보호가 종료된다. 우리 사회는 만 18세란 이른 나이에 홀로 삶을 꾸려가게 된 이들을 보호종료아동이라고 부른다. 아동복지법 제16조 제1항에 따르면 보호대상아동의 연령이 만 18세에 달하거나 보호 목적이 달성됐다고 인정되면 해당 자치단체장은 보호 중인 아동의 보호조치를 종료하고 해당 시설에서 퇴소 조치해야 한다. 이로 인해 서울에선 매년 300여 명, 전국적으론 매년 2500여 명의 보호종료아동이 생겨난다. 자립정착금 500만원과 함께 사회로 나온 ‘만 18살 어른’ 보호종료아동들은 자력으로 감당하기 힘든 막막한 현실에 홀로 내던져진다.


“열여덟, 나는 나의 보호자가 된다”
보호종료아동들은 자립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0 보호종료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의 54.3%가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한다. 정부의 지원을 포함한 보호종료아동의 지난해 월평균 소득은 127만원이다. 이는 같은 해 월평균 최저임금인 179만원보다도 적은 액수다. 부족한 수입은 불안정한 주거로 이어진다. 보호종료아동의 21.1%가 매달 생활비의 상당 부분을 월세로 지불한다. 본교 강현아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 경제 활동을 위해선 수도권에 거주해야 하는데 수도권 주거비는 부모의 지원을 받아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며 “이러한 비용을 이제 막 사회에 나온 보호종료아동이 지불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보호종료아동은 경제적 어려움 외에도 외로움, 불안감과 같은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한다.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지난 2월 발행한 ‘보호종료아동지원사업 성과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보호대상아동은 보호종료가 가까워질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 보호종료 후엔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며 혼자 살아야 하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기도 한다. 강 교수는 “단지 만 18세가 됐다는 이유로 10년 가까이 거주하던 시설에서 나와야 한다”며 “제한된 사회적 관계망을 가진 보호종료아동에겐 정서적 지지를 돕는 보호자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보호종료아동 지원 제도는 금전적인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정부는 자립정착금, 주거지원통합서비스, 자립수당을 통해 보호종료아동을 지원한다. 보건복지부는 시설을 퇴소하는 보호종료아동에게 500만원의 자립정착금을 지원한다. 주거지원통합서비스는 한국토지주택공사 매입자, 전세임대주택 또는 일반주택 월세 등에 거주 중인 보호종료아동을 대상으로 제공된다. 수혜 대상자로 선발되면 매월 35만원 상당의 월세를 지원받는다. 지난 2019년 4월 19일(금)부터 지급을 시작한 자립수당은 3년간 매달 30만원을 정부로부터 받는 제도다.

민간기관은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 영역에 중점을 두고 보호종료아동을 지원한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World Vision)은 보호종료아동의 정서 지원을 위한 심리상담 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부 문화 확산 및 정착을 지원하는 ‘아름다운 재단’은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 ‘청년자립정착꿈 지원사업’ 등으로 보호종료아동의 자아실현을 돕는다. 김아란 아름다운재단 나눔사업국장은 “보호종료아동을 향한 사회적 편견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전담기관이 달라 다양한 매체에 흩어져 있는 자립정보를 취합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남아있는 홀로서기 걸림돌
정부와 민간기관의 지원에도 생겨난 보호종료아동 간 정보격차는 자립격차로 이어진다. 지원사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줄 친구나 선배가 없으면 자립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김 국장은 “보호종료아동이란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해 지원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며 “수혜 대상자가 겪을 수 있는 불편을 고려해 지원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보호종료아동 사례관리가 보충돼야 한다. 사례관리는 복지 대상자의 사정을 체계적으로 기록해 관리자가 바뀌더라도 지속적인 보호 제공을 가능하게 한다. 사례관리 없이는 보호종료아동 지원을 위한 정보 수집이 불가능하다. 정보 불충분으로 인해 보호종료아동 개개인의 상황에 맞춘 상담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보호종료아동을 지원하는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는 “민간에서 보호종료아동을 개별 추적하기엔 인적, 물적 자원의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사례관리로 보호종료아동들의 정보를 체계화해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호종료아동의 안정적인 학업 여건을 보장하는 지원책은 없다. 보호종료아동이 학업을 위해 받을 수 있는 지원은 최초 대학등록금 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0 보호종료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의 대학 진학률은 지난해 기준 약 60%다. 대학에 진학했지만 경제적 어려움이나 학습 부담으로 휴학이나 중퇴를 경험한 비율은 13.3%다. 등록금 납부를 위해서 휴학과 아르바이트 등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학업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39.4%로 높다.

보호연장을 통해 보호종료로 인한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보호연장 제도는 보호종료아동이 원하는 경우 3년까지 보호 조치를 연장할 수 있다. 보호연장을 신청한 보호종료아동은 기존에 지내던 시설이 아닌 ‘보호연장아동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해당 시설은 일자리나 사회 기반시설이 구축되지 않은 비수도권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보호종료아동이 보호 연장을 꺼린다.


보호종료아동에게도 견고한 울타리가 생길까
지난 8월 보건복지부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원강화 방안으론 자립수당 지급 기간 및 보호 기간 연장, 심리지원 사업 확대 등이 포함됐다. 자립수당 지급 기간은 보호종료 3년 이내 아동에서 보호종료 5년 이내 아동으로 확대됐다. 이를 통해 현행 7800여 명에서 600명 정도가 추가로 자립수당을 지급받게 됐다. 강 교수는 “자립수당 지급 과정에선 보호종료아동 사례 관리가 가능하다”며 “지원금 지급 대상 확대와 더불어 지급 과정을 토대로 사례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람개비서포터즈를 통한 심리지원 사업 확대도 언급됐다. 실제 자립을 경험한 보호종료아동으로 구성된 바람개비서포터즈는 학습지원, 관련 법률 교육을 통해 보호종료예정아동들의 자립 준비를 돕는다. 김 국장은 “보호종료아동에겐 경제적 지원보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필요한 교육을 받으며 자립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호종료아동의 충분한 자립준비를 돕기 위한 보호 연장 제도는 만 24세까지 확대 적용된다. 기존 보호 연장 제도가 취업난, 주거불안 등으로 많은 청년들이 일찍 독립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강 교수는 “보호연장한 청년들이 성적 지표나 심리적 안정 측면에서 연장하지 않은 청년들보다 더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며 “보호연장을 좀 더 선택할 수 있도록 보호연장의 장점을 알려주고 권장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선안은 보호종료아동 지원에 관한 발전된 논의를 개진했단 의미를 가진다.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지원강화 방안 제시는 이들에 대한 국가적 지원 강화의 필요성에 많은 사회 구성원이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 국장은 “재단이 보호종료아동 지원을 돕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던 지난 2019년만 해도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지원 체계가 열악한 상황이었다”며 “보호 종료 아동 지원 제도의 변화는 이들을 향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금은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가능한 많은 입법이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다"며 “제시된 강화방안이 하나의 법으로 자리 잡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꾸준하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이다. 본교 강현아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그간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부의 지원이 너무 미약했다”며 “보호종료아동들이 졸업 후 취업할 때까지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인식이 변화해 반갑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 방안’도 지속적인 관심이 없다면 무산될 수 있다.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지원은 이들의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에 우리의 꾸준한 관심과 정책적 고려가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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