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금), 본지 기자단은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동물권행동 카라(이하 카라)’가 위치한 ‘더불어숨센터’에 방문했다. 더불어숨센터 3층에 위치한 동물전문도서관 ‘킁킁도서관’에 들어서자 사서 고양이 ‘알식이’와 ‘무쇠’가 기자단을 반겼다. 킁킁도서관엔 동물들이 놀 수 있는 공간과 사람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함께 마련돼 있었다. 본지 기자단은 사람과 동물 모두를 생각한 그곳에서 카라의 전진경 대표를 만났다. 동물권 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는 그가 지닌 신념과 철학은 무엇일까. 동물권 운동가로서 치열하게 목소리를 내온 그의 시간을 따라가봤다.

▲ 지난 2014년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가 구조한 고양이 '알식'이다.
▲ 지난 2014년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가 구조한 고양이 '알식'이다.
▲ 지난 2013년 전진경 대표가 구조한 고양이 '무쇠'다. 구조 당시 건강이 나빴으나 회복 기간을 거쳐 건강히 생활 중이다.
▲ 지난 2013년 전진경 대표가 구조한 고양이 '무쇠'다. 구조 당시 건강이 나빴으나 회복 기간을 거쳐 건강히 생활 중이다.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모색하다
전진경 카라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동물에 대한 뚜렷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개들과 함께 유년 시절을 보냈다. 전 대표는 동물과 깊은 감정적 교류를 나누며 그들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철학을 정립하고 실천했다. 어린 나이부터 채식한 것도 그 실천 중 하나였다.

‘동물’과 ‘동물권’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언제부터였나요?
어렸을 때부터 동물과 가까이 지내며 동물과 동물권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집에서 여러 마리의 개를 키워서 개들을 마치 동생처럼 생각하며 자랐죠. 어머니가 만들어둔 음식을 몰래 개들과 나눠 먹던 기억이 나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불교 서적이나 철학 서적을 자주 읽으며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하던 것도 영향을 줬죠. 동물들의 삶도 우리의 인생처럼 존중받아야 하는 걸 알고 그 깨달음을 일상에서 실천하려고 했어요.

채식도 그 실천의 일환인가요? 
초등학생 때 우연히 개장수가 개를 도살하는 장면을 목격한 후 채식을 시작했어요. 개들이 인간의 욕심 때문에 생을 마감하는 장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죠. 고기 기름이 뜬 국조차 먹을 수 없었어요. 그때부터 곡물과 채소 위주의 식단으로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데 이런 소박하고 건강한 밥상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약사로 활동하시던 중 대학원에 진학해 동물행동생태학을 공부하셨어요. 당시 이야기가 궁금해요.
약사 일을 하면서 자원봉사로 동물 구조와 길고양이 보호 활동을 했어요. 두 활동을 병행하다보니 동물들의 행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마흔이 넘은 나이에 대학원에 들어갔어요. 대학원에선 고양이들의 생태에 대해 더 집중적으로 연구했어요. 길고양이 생태를 관찰하고 꾸준히 기록하면서 우리나라 최초로 길고양이에 대한 논문을 쓰기도 했어요.

지난 2014년부터 카라에서 본격적인 동물권 운동을 시작하셨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어려운 현실에 놓인 동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단 마음에서 동물권 운동을 시작했어요. 당시 사회적으로 동물권에 대한 인식 자체가 정립돼있지 않았고 길고양이 학대가 빈번하게 발생했어요. 그래서 약사 일을 그만두고 카라에서 동물권 운동가로서의 활동에 매진했어요.


동물권 증진을 보고 달려온 '20년'
전진경 대표는 동물권 운동가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3월 카라의 대표가 됐다. 동물을 돕고 싶어 시작한 활동은 어느덧 그의 삶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그는 매 순간 절실한 마음으로 활동에 임한다. 동물권은 동물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 지난 2019년, 전진경 대표가 농촌진흥청 앞에서 개 복제 사업에 대한 진실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전진경 카라 대표>

지난 2019년부터 경기도 동물복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세요. 동물권 운동가로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개 식용 종식, 길고양이 보호, 공장식 축산 철폐, 동물권 교육에 관한 일까지 크게 네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지난 2013년에 공장식 축산을 반대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일이 대표적이에요. 공장식 축산이 동물의 생명뿐 아니라 인간의 생명과 환경권을 침해한단 내용이었죠. 지난 2014년엔 우리나라 개 농장 실태를 조사한 후 학회를 개최했어요. 지금도 농장에 갇힌 개들을 구조하며 개 식용 종식을 주장하고 있어요.

동물권 운동을 전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무엇인가요?
과학적 지식에 기반해 동물 보호 활동을 하려고 해요. 동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면 그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이죠. 동물권 운동에선 동물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그들을 향한 사랑이 균형을 이뤄야 해요. 저는 대학원에서 동물권 문제에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배웠고, 항상 그 균형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동물권 증진 활동을 전개하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시나요?
동물권 의제에 무관심하거나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던 사람들의 태도가 바뀔 때 가장 뿌듯해요. 많은 분이 동물권 증진 교육이나 캠페인을 접하고 “반려동물은 당연히 동물보호소에서 데려와야지” “고기 덜 먹기로 했어”라고 말씀하세요. 그렇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짜릿한 보람을 느껴요.

활동하시면서 어려움을 느낀 순간은 언젠가요?
동물을 위해 제안한 제도가 난관에 부딪혀 수용되지 못할 때 좌절감을 느껴요. 우리 사회엔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고 그들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고착돼 있어요. 그것이 마치 큰 벽처럼 사회적 논의나 법 제정을 가로막죠.

동물을 구조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추운 겨울날 힘없이 웅크리고 있는 한 고양이를 만났던 게 기억나요. 그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던 중 손가락을 물렸죠. 힘줄이 찢어져 피가 철철 나는 상태였는데 전혀 의식하지 못했어요. ‘지금 이 고양이를 놓치면 이 아이는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지금까지 약 150마리의 고양이를 직접 구조했고 그때 만난 아이들을 전부 기억해요. 하나하나 자신들의 삶과 개성이 있는 소중한 아이들이죠.


■ 작은 실천이 가져올 큰 변화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7월엔 동물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민법 개정안이 예고되며 최근 국내에선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진경 대표는 점차 바뀌고 있는 현실에 성취감을 느끼면서도 ‘공장식 축산 철폐’란 새로운 목표를 향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전진경 대표가 생각하는 ‘동물과 함께 하는 미래’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최근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까지 동물권을 위한 수많은 노력이 이어졌고 이런 노력이 모여 비로소 빛을 발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긍정적인 변화에 정말 감사함을 느끼지만 아직도 동물권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 훨씬 많아요. 더 많은 사람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죠.

우리 사회에서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동물에 대한 기초적인 교육이 활성화돼야 해요. 시민이 동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을 존중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죠. 동물도 인간과 똑같이 감정을 느끼고 부당함을 느껴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 사실을 간과하거나 전혀 모르고 있어요. 동물이 어떤 존재인지 아는 것은 동물의 권리를 논하는 데 아주 중요한 시작점이에요.

동물권 증진을 위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다양한 동물권 의제 중 농장동물의 공장식 축산 문제에 집중하고자 해요. 공장식 축산은 농장동물을 한 평도 안 되는 좁은 우리에서 사육하며 그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행위에요. 최소 비용으로 최대한의 생산량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일이죠. 전세계가 공장식 축산에 주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이 문제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어요. 앞으론 공장식 축산 철폐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려고 해요.

▲ 지난 10일(금),  전진경 대표가 공장식 축산 철폐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지난 10일(금),  전진경 대표가 공장식 축산 철폐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공장식 축산 철폐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계신가요?
농장동물을 위한 활동을 주도하는 전진기지를 설립하고 싶어요. 더불어숨센터가 동물권 증진 캠페인과 교육의 거점으로 거듭난 것처럼요. 그것이  제가 동물권 운동을 시작하고 이룰 수 있는 마지막 목표가 아닐까 싶어요. 가장 어렵지만 꼭 해내고 싶은 과제이기도 해요.

동물권 증진을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상 속 다양한 동물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공장식 축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우리에게 있어요. ‘좁은 우리에서 닭을 학대하며 생산한 달걀은 안 먹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실천하면 닭들은 그만큼 해방될 수 있어요. 공장식 축산 문제가 아니더라도 주변에 있는 생명에 귀 기울이고 그들을 위해 행동했으면 해요. 전 그 실천이 모여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확신해요.


본지 기자단과의 대화에서 전진경 카라 대표는 수많은 동물의 이름을 언급했다. 킁킁도서관 사서 고양이 ‘알식이’와 ‘무쇠’를 포함해 ‘호동이, 넙죽이, 꼭지, 잔디, 찰스, 조댕이’까지. 모두 그가 구조활동을 통해 새로운 삶을 선물해준 동물들이다. 전 대표는 자신의 작은 행동이 동물들의 세상을 바꾼 것처럼 우리 모두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충분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의 영향력과 가능성을 믿고 매사에 진심을 다해 행동해보자. 우리의 작은 움직임이 언젠가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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