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논현역 6번 출구로 나와 길을 걷다 보면 각 브랜드의 개성이 드러나는 매장들이 즐비하다. 이 매장들의 특징은 모두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란 점이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플래그십은 해군 함대의 기함을 의미한다. 함대의 가장 중요한 지휘관이 탄 기함에 기를 달고 항해하듯, 기업은 자신 있는 브랜드의 제품을 걸고 소비자에게 이를 알리는 항해를 시작한다. 플래그십 스토어가 소비자들과 브랜드를 연결하는 공간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브랜드의 정체성을 짓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한 기업의 대표적인 주력 상품만을 모아 판매하고 소비자들이 직접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해놓은 매장을 의미한다. 플래그십 스토어의 목적은 각 브랜드가 추구하는 분위기를 매장에 표현해 브랜드 정체성을 알리고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본교 이홍주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플래그십 스토어는 소비자들이 오감을 활용해 브랜드의 최신 제품과 서비스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며 “기업은 플래그십 스토어를 고객과의 소통 창구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플래그십 스토어의 건축 요소는 방문한 소비자들이 기업에 대해 갖는 첫인상을 좌우한다. 기업은 각자의 브랜드 특징을 최대로 표현해낼 수 있는 건축가와 협업한다. 화장품 브랜드인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는 건축가 부부인 린든 네리(Lyndon Neri), 로사나 후(Rossana Hu)와 작업했다. 아시아의 전통과 현대 문화를 연결하겠단 건축가 부부의 신념이 설화수와 맞닿았다. 아름다움을 비춘다는 설화수의 방향성에 맞게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는 등불을 주제로 건축됐다. 이 교수는 “기업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해 구현한 플래그십 스토어는 제품 및 브랜드 홍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다.사진 제공= 아모레퍼시픽 홈페이지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다.사진 제공= 아모레퍼시픽 홈페이지

소비자 취향저격, 플래그십 스토어
플래그십 스토어는 소비와 휴식을 동시에 제공하는 복합공간이다.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카카오 프렌즈(Kakao Friends) 플래그십 스토어 1, 2층엔 캐릭터 굿즈(Goods)가, 3층엔 캐릭터 라이언(Ryan)을 주제로 한 카페가 있다. 해당 플래그십 스토어에 방문해 본 박담이(영어영문 19) 학우는 “물건을 구매하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있어 시간을 보내기 좋았다”고 말했다. 홍대입구역 주변에 위치한 무신사 테라스(musinsa terrace)는 온라인 스토어 무신사를 오프라인 매장인 플래그십 스토어로 확장했다. 본 매장 방문자들은 물건 구매와 전시회 감상, 그리고 카페 이용도 가능하다. 플래그십 스토어 방문 이유에 대해 이 교수는 “소비자들은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공간과 가치를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 매장 주변 사람들의 통행이 활발할수록 운영비용 대비 홍보와 소통 효과가 크다. 또한 플래그십 스토어는 수익 창출 보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킨다는 목적이 크기 때문에 기업들은 다소 높은 임대료를 감수한다. 박 학우는 “카카오 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가 신논현역 근처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았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해 방문하기도 편리했다”고 말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소비자들에게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아모레 성수(AMORE 성수)는 화장품 브랜드 아모레퍼시픽(AMOREPACIFIC)의 일부 제품을 사용하고 구매할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다. 해당 매장에선 메이크업 아티스트(make-up artist)에게 원하는 메이크업을 받아볼 수 있다. 원하는 색을 조합한 맞춤형 립스틱이나 개인의 피부색과 민감도에 맞춘 맞춤형 파운데이션 제작도 가능하다. 박 학우는 “평소 찾기 어려웠던 색을 직접 조합해 나에게 맞는 화장품을 만드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의류 브랜드인 버버리(Burberry) 플래그십 스토어에 방문하면 고객이 원하는 안감과 디자인을 선택해 본인만의 의상을 만들거나 이니셜(initial)을 적을 수도 있다. 


언택트 시대에 발맞추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문을 닫는 플래그십 스토어가 생기기도 했다. 플래그십 스토어 방문자는 줄었지만 매장 유지를 위한 임대료 및 시설 관리비 등 지출액은  코로나19 이전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지리적 이점을 누리기 위해 교통과 통행이 편리한 곳에 매장이 위치했단 점도 높은 임대료로 인한 폐점의 이유가 됐다. 의류 브랜드 휠라(FILA)는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며 지난해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 매장의 문을 닫았다. 4층으로 된 큰 규모의 건물이었던 다른 의류 브랜드 에잇세컨즈(eight seconds)도 지난해 10월 8년 만에 영업을 중지했다.

기업들은 비대면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화장품 브랜드인 에뛰드(Etude)는 지난 7월 15일(목)에 비대면 시대에 맞춰 가상 플래그십 스토어 '버추얼 스토어(Virtual store)'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버추얼 스토어는 온라인을 통해 매장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뤄지던 선물 증정 행사를 가상 공간에서도 동일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지난달 5일(목) 자동차 브랜드 기아는 서울시 강서구에서 플래그십 스토어의 운영을 시작했다. 해당 플래그십 스토어엔  비대면으로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들이 매장 곳곳에 비치됐다. QR코드를 스캔해 차량의 가격표를 제공받거나 로봇이 제조한 커피를 주문할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잠시 침체기를 맞은 듯했던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는 ‘비대면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다시 발돋움하고 있다. 이홍주 본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의 실제적 경험과 직접 소통에 대한 욕구는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형태는 달라지지만 기업들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노력은 여전하다. 플래그십 스토어도 앞장서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계속 두드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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