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성매매는 경제적 부흥을 위한 필요악으로 여겨져왔다. 지난 1962년 박정희 정권은 성매매를 통한 여성착취와 인신매매를 금지하는 국제협약에 가입하며 성매매 근절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국제협약에 가입한 지 두 달 만에 정부는 국내 104개의 성매매 집결지를 설치해 성매매를 암묵적으로 허용한 ‘특정 윤락 지역’으로 지정했다. 특정 윤락 지역은 성매매 단속에서 제외돼 국내 성매매 시장을 활성화시킨 주요인이 됐다. 압축적 성장을 거둔 한국 근현대사의 불편한 이면인 성매매는 근절될 수 있을까. 한국 성매매 산업의 실상을 살펴보자.


국가의 방관 아래 자행된 성매매
한국 사회는 근대화 이후 성매매를 경제 성장의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지난 2014년, 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정부를 대상으로 국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전쟁 당시 정부가 여성들에게 주한미군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장려했다는 것이 소송의 내용이었다. 본 소송의 목적은 한국 정부가 외화벌이를 위해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단 사실을 공론화시키는 것이었다. 지난 2018년 2월, 재판부는 2심에서 정부가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장려하고 방조했다고 판단했다. 1960년대엔 세계은행과 유엔(United Nation, UN) 등의 국제기구가 개발도상국 발전전략으로 관광정책을 제시하자 박정희 정부는 성 접대를 관광사업에 포함했다. 한국 정부가 집약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성 산업을 도구로 이용한 사례다.

정부의 방관 아래 한국의 성매매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장됐다. 지난 2015년 암시장 전문 조사 업체인 미국 '하보스코프(Havocscope)’에 따르면 한국 성매매 시장의 규모는 12조 9천억 원으로 세계 6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같은 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한국 성매매 시장 규모를 최소 30조 원에서 최대 37조 원으로 추정했다. 이하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한국 남성들은 성매매가 합법인 독일보다 성매매 경험 비율이 높다”며 “우리나라에선 성매매가 불법이기 때문에 이는 과소추정된 수치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공동대표는 “한국의 성매매 산업은 높은 접근성에 비해 성매매 구매자와 알선자가 갖는 위험부담이 적어 성매매 업소가 끊임없이 양산된다”고 덧붙였다.

성매매 산업이 성행함에 따라 성을 구매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성매매 시장 규모가 방대해지자 규제 또한 강화됐다.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처벌법)'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피해자보호법)'을 통칭한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됐다. 성매매 규제를 피한 온라인 성매매 알선 사례가 증가했다. 이는 성매매 단속을 피해 오피스텔을 성매매 업소로 사용하는 오피방, 유사 성행위가 이뤄지는 키스방과 립카페 등의 변종 성매매들로 이어졌다.

성매매 산업은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성차별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성매매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여성에게 성 판매란 수익 창출의 선택지를 제공하며 여성 성 착취를 존속시킨다. 신동원 서울특별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 부소장은 “성매매는 단순히 성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 여성에 대한 자신의 지배 권력을 확인하는 행위다”며 “성매매가 존재하는 한 남성 중심적 문화와 여성에 대한 폭력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매매, 빠져나올 수 없는 덫
경제적으로 고립된 여성들은 성매매에 쉽게 노출된다. 지난해 6월 여성가족부가 배포한 ‘2019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들의 성매매 유입요인은 ‘단기간에 얻는 높은 수익’이 26.9%로 가장 높았다. 이를 뒷받침하듯 10대 청소년들이 받은 성매매 대가로는 ‘경제적 대가’가 88.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숙박 장소 제공이 29.5%로 두 번째로 높은 유입요인이었다. 가정폭력과 같은 폭력에 노출된 10대 청소년들이 안전한 장소에 머물고자 가출을 선택하며 성매매로 들어서게 된다. 이 공동대표는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아이를 육아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워 성매매를 시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탈성매매 시에도 선불금이란 악습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선불금은 성매매 업주가 급하게 돈이 필요한 여성에게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며 갚을 것을 담보로 빌려준 돈이다. 신 부소장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개인이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없던 시절에 선불금이 등장했다”며 “여성들은 선불금의 높은 이율을 감당하지 못해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고 말했다.

선불금은 윤락행위등방지법과 성매매처벌법에 따라 사라졌다. 금전적 이익을 대가로 행해진 성행위를 금지한 윤락행위등방지법 제20조와 성매매처벌법 제10조는 여성이 업주에게 빌린 선불금이 무효임을 규정했다. 그러나 업주들은 여성이 사채업자에게 빚을 지게 하는 방식으로 선불금을 대체했다. 선불금 무효화 조항의 효력이 약화됐다. 이른바 ‘외주화’가 생겨난 것으로 선불금 무효화 조항은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했다. 신 부소장은 “업주들은 선불금을 빌려주는 대신 외주화를 통해 여전히 성매매 여성들의 탈성매매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성매매 근절을 위해선 성매매 처벌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성매매처벌법에서 성매매 여성을 범죄자로 규정하는 한 성매매 여성은 비난의 대상이 된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비난은 성 구매자의 면책으로 이어진다. 성매매처벌법 제2조 4항과 제21조항은 성매매 여성을 ‘성매매를 강요당한 피해자’와 ‘성매매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행위자’로 나누어 행위자만을 처벌한다. 이 공동대표는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시작한 성매매 행위자 역시 성매매를 강요받는 피해자일 수 있다”며 “성매매 행위자와 성매매 피해자의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1999년 스웨덴에서 채택된 노르딕모델은 성 구매자만을 처벌한다. 이는 성매매 수요를 억제할 뿐만 아니라 성매매는 공급이 아닌 수요의 문제란 사회 인식을 제고할 수 있다.

성매매 여성에게 손을 건네다
성매매가 근절되려면 탈성매매를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한국은 탈성매매 여성에 대한 포괄적인 지원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한국의 성매매피해자보호법 제1조에 따르면 성매매 피해자뿐 아니라 성매매 행위자까지 자활 지원한다. 성매매 피해 여성은 국가로부터 의료비, 직업 훈련, 숙식 제공, 법률 자문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서울특별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는 성매매 피해 여성에게 법률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외주화로 인해 형성된 채무 관계의 해소를 목표로 한다. 이처럼 성매매 피해 여성이 겪는 문제는 복합적이다.

일각에선 성매매라는 범법 행위자에 대한 지원이 과한 복지란 의견도 있다. 지난 4월 22일(목) 청와대 국민청원엔 경상남도 창원시의 탈성매매 지원 사업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내용의 청원이 게시됐다. 창원시가 성매매 피해 여성들에게 생계 유지비와 주거 안정비 등을 지급에 항의한 것이다. 이에 창원시는 성매매 피해자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원조하는 것이 본 지원책의 목적이라고 전했다. 신 부소장은 “사회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인 이들에게 최소한의 안전망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탈성매매 여성을 향한 지원은 성 평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피해자 대부분이 여성인 성매매 산업에서 이뤄진 성 착취는 사회에서 젠더 권력의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탈성매매 정책은 성매매 산업에 종사했던 여성이 건전한 사회로 편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평범한 일상으로 회귀를 위한 탈성매매 정책으로 젠더 권력의 양산을 방지하고 성 평등에 다가갈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이 공동대표는 “탈성매매 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떤 사회를 지향하는가와 관련된다”며 “건강한 사회를 지향한다면 탈성매매 정책을 만들고 피해 여성들에 대한 지지망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진정한 탈성매매를 위해선 사회 인식이 변화돼야 한다. 성매매 피해 여성은 업소에서 벗어나도 성 판매자란 사회적 낙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사회적 경험이 부족해 성매매 산업으로의 복귀를 생각하기도 한다. 이 공동대표는 “현재는 성매매 피해 여성도 처벌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 여성을 범죄자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성매매 알선자를 향한 처벌 수위를 높여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매매는 여성에 행해졌던 억압이 지속된 결과다. 성매매 여성 개인에게 성매매 산업에 대한 비난을 전가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성매매 산업의 종식을 위해선, 성매매가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 구조에서 파생됐음을 자각하고 성매매가 사회 전체의 책임임을 알려야 한다. 성매매 여성이 아닌 성 구매자를 비판할 때 성매매 산업 구조는 무너진다. 성매매 산업의 존재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현존함을 사회 구성원에 상기시킨다. 성매매 산업이 사라질 때 비로소 성평등한 사회가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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