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11일은 입양의 날로 입양 문화를 정착시키고 활성화하기 위해 지정됐다. 가정의 달 5월에 한 가정당 1명의 아동을 입양해 새로운 가정으로 거듭난다는 취지에서 5월 11일이 입양의 날로 결정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1976년 입양특례법을 제정하고 지난 1995년 입양 촉진 및 절차에 대한 특례법을 개정하며 입양 제도 활성화와 인식 개선을 도모해왔다. 최근 입양 가족은 아동학대 문제의 중심에 서 있다. 대중들은 아동 학대가 입양 가족 내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에 집중한다. 입양 가족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학대라는 사건의 본질보다 입양 가족이라는 사실에 대중들이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입양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과 입양 가족의 형태를 통해 우리나라 입양 가족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정상 가족, 누가 정했나요?"
우리나라는 혈연관계로 이뤄진 가족만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민법 제779조 1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인정한 가족의 범위는 배우자, 직계혈족 그리고 형제자매로 가족의 의미가 혼인과 혈연에 한정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회에선 흔히 아빠, 엄마,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 형태를 정상 가족이라 규정한다. 정상 가족엔 한부모 가족, 무자녀 가족, 조손 가족 등 핵가족 외의 가족 형태를 비정상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있다. 덕성여대 정선욱 사회복지학전공 교수는 “정상 가족의 입장에서 정상 가족과 비정상 가족을 나누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사회를 야기한다”고 말했다.

입양 가족은 가족 형성 배경을 주변에 공개하기 어렵다. 입양에 대해 존재하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국내 입양은 대부분 비밀 입양 형태로 진행된다. 비밀 입양은 지인 또는 입양 당사자인 아동에게 입양 사실을 비밀로 하는 입양 방식이다. 비밀 입양을 선택한 양부모는 입양 자녀가 받게 될 차별을 우려해 입양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입양 당사자인 아동도 본인의 입양 사실을 알지 못한다. 2010년대에 이르러 아동의 알 권리에 초점을 둔 공개 입양 운동이 진행된 후 지난 2012년 입양 숙려제와 가정법원 허가제가 도입되면서 비밀 입양이 점차 줄어들었다.

최근 입양 가족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들은 아동학대가 아닌 입양 가족에 초점이 맞춰졌다. 보건복지부의 2017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아동의 가족 유형 중 친부모 가족은 55.8%, 입양 가족은 0.2%로 입양 가족은 적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입양 가족이란 가족 형태의 특수성 때문에 입양 가족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가 부각된다. 전국입양가족연대 김지영 사무국장은 “입양 가족에서 일어난 아동학대는 일반적인 가족 형태에서 발생하는 학대와 비교했을 때 더 거센 비난을 받는다”며 “입양 가족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는 대중이 주목하는 사건이기에 후속 조치가 과하게 적용되곤 한다”고 말했다.

국내 입양 현황 돋보기
현재 국내 입양은 민법 입양과 입양특례법 입양으로 나뉜다. 민법 입양은 친부모가 있는 아동과 양부모 사이에 이뤄진 입양을 의미한다. 민법 입양의 종류엔 일반양자 입양과 친양자 입양이 있다. 일반양자 입양은 입양 후에도 친부모의 친권이 유지되며, 친양자 입양은 친부모의 친권이 상실되고 양부모가 아동의 친권을 가져간다. 입양특례법 입양은 보호 아동 입양을 원하는 양부모와 입양기관 사이의 입양을 말한다. 입양특례법 입양은 친권에 있어선 친양자 입양과 같지만, 입양 위탁기관을 통해 입양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민법 입양과 다른다.

입양특례법에 의한 입양은 일정한 조건을 만족해야만 입양이 허가된다. 이는 입양 아동의 건강하고 안전한 생활을 위한 예방 조치에 해당한다. 입양 자격을 부여받기 위해선 신용조회서, 소득금액증명원과 같이 경제력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와 각종 심리검사 결과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민법 제866조 제2항에 따르면 가정법원은 입양의 동기, 양육 상황과 능력을 고려해 입양을 불허할 수 있다. 가정법원에선 주로 법적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에게 입양 자격을 부여한다. 젠더문화연구소 한서승희 대표는 “국내 입양 체계엔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보수적 시각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며 “적절한 입양 자격이 부부에게만 있다고 전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해외 입양 횟수가 가장 많다.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한 외신에 ‘아동 수출국’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지난 2020년엔 전체 입양 아동 중 52.9%가 해외로 입양됐다. 해외 입양의 이유론 우리나라의 미흡한 미혼모 지원 시스템이 꼽힌다. 해외로 입양 간 아동의 대다수는 미혼모의 자녀다. 미혼모에 대한 경제적, 정서적 지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미혼모가 자녀를 키우기 힘들어 해외 입양이 활성화됐다. 한서 대표는 “한국 사회엔 미혼모가 아이를 낳을 때 경제적 지원의 미비, 사회적 낙인감 형성 등으로 양육이 어려운 구조가 형성돼 있다”며 “스웨덴의 경우 미혼모가 아이를 양육할 수 있도록 돕는 경제적·정서적 지원이 뒷받침돼 있어 해외 입양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법의 사각지대 넘어 돌파구를 찾다
철저한 입양가족 사후관리를 위해 정부는 입양에 대한 공적 책임을 강화하려 한다. 현재 입양 절차의 모든 과정에선 민간 입양기관이 중심이 된다. 민간 입양기관은 아이와 예비 양부모를 연결해주며, 입양 허가를 위해 필요한 서류를 가정법원에 제출한다. 정부는 입양 전 아동보호, 예비 양부모의 적격성 심사, 결연과 같은 입양 과정 전반에 국가와 지자체가 개입하는 방향으로 입양특례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입양기관 아동 상담원을 확충하고, 사전 위탁제도를 활성화해 촘촘한 사후관리를 시행할 예정이다.

민간 기관에 입양을 위탁하는 기존 제도를 유지하잔 의견도 있다. 입양의 공공성 강화는 일종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단 이유에서다. 김 사무국장은 “정해진 지침에 따라 운영되는 공적 체계의 특성상 입양의 공공성 강화로 희생되는 주체는 입양 아동이 될 수밖에 없다”며 “입양 관련 업무를 오래 전담해온 민간 기관이 입양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아동에게 적합한 가족을 찾아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전위탁제도가 입양 아동을 부모 개인의 소유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전위탁제도는 입양을 원하는 예비 양부모가 입양 허가를 받기 전까지 아동과 함께 가정에서 지내는 것을 뜻한다. 사전위탁제에 달린 취소·반환이라는 단서가 제도의 본질을 흩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 교수는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전위탁제도는 입양을 최종 결정하는 과정 중 하나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며 “사전 위탁 기간 동안 예비 양부모는 입양 이후의 양육 과정에서 예상되는 시행착오를 미리 겪으며 스스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입양제도 개선에 앞서 아동 원가정 보호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일부 전문가는 미혼모를 향한 사회적 낙인을 지움으로써 원가족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은 입양 대상이 되는 아동의 수를 늘리기 때문이다. 한서 대표는 “미혼모에 대한 미미한 경제적 지원과 이들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은 미혼모에게 입양과 낙태를 종용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비정상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없어져야 한다”며 “국가가 적극적으로 미혼모를 지원해 아이들이 친부모 아래서 양육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비혈연가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깊게 자리 잡은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전국입양가족연대 김지영 사무국장은 “편견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형성된 편견은 쉽게 깨지기 힘들다”며 “개인에게 형성된 편견을 깨기 위해선 세대를 뛰어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기 위해선 반복된 교육이 필요하다.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반복된 교육으로 입양 가족뿐만 아니라 모든 형태의 가족이 사회적으로 동등하게 인정받는 시대가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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