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며칠전 귀갓길에서 도로 위의 고양이 사체와 마주쳤다. 경기도에선 민원콜센터인 120 경기도콜센터로 연락하면 동물사체 처리 소관기관이 출동한다. 상담사에게 고양이 사체를 발견한 위치를 전달하고 겨우 자리를 벗어났다. 자정을 막 넘긴 시각이었다. 시간이 늦었으니 조심해서 귀가하길 바란다는 상담사의 맺음말이 귀에 맴돌았다. 필자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지만, 3교대근무를 하며 24시간 대기하는 상담사의 업무는 그때서야 시작됐으리라.

공공기관 콜센터는 고강도 노동직군에 속한다. 지난 2019년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전국 콜센터 운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상담노동자 1인당 하루 평균 54.5건의 상담을 처리한다. 건당 상담시간을 7분 으로 잡아도 꼬박 6시간동안 한 자리에서 고객 민원에 응대해야 한다. 정확한 상담을 위해 공공기관 정책을 암기하다시피 숙지하는 일도 상담노동자에겐 필수다.

지난 2017년 고된 상담노동자들의 근로환경 개선에 관한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정부는 지난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공공기관 콜센터 상담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면 과도한 성과 경쟁과 복지 사각지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모든 공공기관 콜센터 상담노동자가 정규직이 될 순 없었다. 콜센터는 3단계 전환대상 기관인 민간위탁기관으로 분류된다. 정부는민간위탁기관 소속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강제하지 않았다. 민간위탁업체를 고용한 기관에서 정부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정책은
무용지물이 된다. 

정규직 전환을 바라는 콜센터와 이를 거부하는 고용 기관의 갈등은 지난해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서울교통공사, 서울신용보증재단,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각각 콜센터 상담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지난 13일(목) 보도된 한겨레 기사에 의하면 아직 정규직 전환을 협의할 노조와 고용 기관 협의체조차 구성되지 않았다고 한다.

노사 갈등 해결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은 정규직 전환 거부 이유로 과도한 인건비 상승을 꼽는다. 인건비 상승은 공공기관 성과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정부가 현실적인 장애물을 해결할 가이드라인은 주지 않고 정규직 전환 권장만 반복하니 노사 갈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필자가 만나온 상담노동자들은 대체로 친절했다. 장시간 같은 말을 반복하고 또 반복한 상담노동자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상담노동자들의 과한 친절은 불친절한 노동환경에서 혹사당한 결과다. 이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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