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이 오는 2021년부터 수사경찰을 별도로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사경찰 별도 채용 논의는 경찰 조직 내 1990년대생의 비율이 커짐에 따라 수사경찰관 인사 체계를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과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MZ세대의 특성에 맞추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MZ세대는 역량에 따른 업무 체계와 인사 운영, 전문적인 교육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MZ세대란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Millenial)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MZ세대는 오늘날 주요 소비 계층으로 떠올라 많은 기업에서 MZ세대를 마케팅 대상으로서 주목하고 있다. 그들의 생활 습관과 소비 경향, 가치관을 비롯한 모든 것이 우리 사회의 구심점을 만든다. 그러나 경찰이 MZ세대 경찰관들을 수사경찰 인사 개편의 이유로 내세우는 것엔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MZ세대가 아닌 다른 세대는 일과 삶이 불균형을 이루는 직장에서 근무하길 희망한단 말인가.

MZ세대에겐 있고 기성세대에겐 없는 것. 그것은 근무 환경에 대한 예민함이나 끈기 없는 성격이 아닌 근무 환경 개선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용기다. 그들이 고난과 역경을 조금도 견디지 못해서 편하게 일하게 해달라며 투정하는 것이 아니다. 기성세대도 불만을 품었으나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것에 대해 마땅히 소리 낼 수 있는 분위기로 우리 사회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기성세대가 아니꼽게 보는 것은 그러한 의견조차 내지 못하도록 억압했던 과거 자신의 윗사람들을 향한 불만으로부터 굴절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른이라면 수직적이고 유연하지 못했던 직장생활의 불편함을 물려주려 애쓰는 대신 후세대라도 쾌적한 근무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그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을까.

경찰에선 MZ세대가 기존의 인사 및 교육 체계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찰 조직 내에서 점차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그들에 맞춰 기꺼이 수사경찰 별도채용과 역량 중심 인사 운영 방식을 도입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워라밸을 추구하는 것을 MZ세대 청년들만의 특징이라 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이제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대한민국 조직문화의 악습이 이어져 왔던 건 문제점을 알면서도 묵인해온 기성세대의 책임이며 지금의 청년들에게도 그러한 악습을 견디라고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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