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달 28일(수)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한 30대 남성을 모욕 등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해당 남성은 지난 2019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및 여권 인사들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을 국회 분수대 인근에서 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욕죄는 친고죄로서 본인 또는 대리인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한 죄다. 형법 제311조에서는 다음과 같이 모욕죄를 규정하고 있다.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모욕이란 실제와 다른 사실이나 대상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공연히 표현하는 것이다. 인신공격이나 비방이 모욕에 포함된다.

모욕죄가 사회적 권력 위계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보호하는 제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2013~2017년 사이 모욕죄로 기소된 1심 판결문 505건 분석 결과, 고소인의 40%가 공인이며, 특히 35%가 경찰관이었다(박장희, 2020).

문 대통령의 모욕죄 고소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단체들은 문 대통령이 모욕죄 고소를 취하하고 처벌 의사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력은 비판의 대상이기 때문에 대통령은 모욕죄가 성립돼서는 안 되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지난 4일(화) 문 대통령은 해당 30대 남성에 대한 모욕죄 관련 처벌 의사를 철회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주권자인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으로서 모욕적인 표현을 감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용한다는 문 대통령의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국격과 국민의 명예, 국가의 미래에 악영향을 미치는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발표했다. 해당 남성은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에 ‘개인의 입장에서는 혐오와 조롱으로 느껴지고 심히 모욕적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게재했다. 그러나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선, 청와대가 입장에 대해 ‘그쪽이 먼저 성찰을 했으면 좋겠다’ ‘다음번엔 두고 보자는 뉘앙스처럼 느껴진다’고도 전했다.

권력에 대한 비판은 필요하다. 그러나 특정 개인에 대한 비난이 권력에 대한 비판에 포함될 수 있을까. 대통령이라는 지위가 모욕죄 불성립의 대상이라면 대통령 임기를 마친 다음 날부턴 모욕죄가 성립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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