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따지고 보면 참 웃긴 일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가 상식 문제 풀고 논술 시험 쳐서 어느 날 갑자기 중앙 일간지나 방송사의 기자가 된다. 그러고는 정부 정책이 잘못됐다든가 한국 사회가 이러면 안 된다든가 하는 글을 대단한 전문가마냥 쓰기 시작한다. 그걸 수백만 명이 보고 읽는다.

기자 출신 소설가 장강명이 우리나라의 문학상과 기업 채용 제도를 밀착 취재해 작성한 르포르타주 ‘당선, 합격, 계급’의 일부다. 시험을 통해 선발된 언론인들은 우리 사회에서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8 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2006년~2018년 사이 언론인에 대한 신뢰도는 5점 척도에서 2점 후~3점 초반을 기록했다. 현재 한국은 언론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편이며 37개국 뉴스신뢰도 조사에선 4년 연속 최하위였다.*

지난달 일부 언론사가 변경된 신입 사원 공채 방식을 발표했다. 채용 과정에 8주간의 인턴 활동을 추가한 것이다. 8주 인턴 활동 이후 최종면접이 진행되며, 인턴 활동을 정상적으로 수료했더라도 최종면접에서 탈락할 수 있다. 많은 언론 준비생은 채용 과정에서 장기간의 인턴이 포함된 것이 지원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반응이다. 공채 지원자들은 서울에 위치한 회사로 8주 동안 출퇴근을 하기 위해 거처나 비용 등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한겨레신문도 이와 비슷하게 신입 공채에서 4주 현장실습 과정을 포함해 논란이 됐다. 한겨레는 지원자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 수습기자를 채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현장 실습을 2주로 단축했다. 실제 2주 동안 현장 실습을 수행한 6명의 지원자 중 합격한 4명의 한겨레 24기 공채 기자들은 한겨레 입사 후 채용 방식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회사에 게재했다. 이후 한겨레는 이 같은 채용방식을 전면 폐지했으나, 이미 많은 언론사가 신입 채용에 현장 실습 방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정규직 전환형 인턴’ 제도다. 공채를 뽑지 않고 기존의 인턴 제도를 활용해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언론의 역할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아진 요즘, 새로운 방식으로 기자를 선발하고 양성해야 한다는 의견엔 필자도 동의하는 바다. 기존의 선발 방식으로 적합한 인재를 찾지 못했다면 방법을 바꾸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장기간의 현장 실습을 통해 과연 훌륭한 언론인을 찾을 수 있을진 의문이다. 현재 언론이 비판받는 것은 비단 기자들의 실무 능력이 부족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언론고시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공평한 평가가 보장되며 통과하기만 하면 안정된 지위를 갖게 되는 제도다. 한쪽에선 청년들이 언론고시를 통과하지 못해 아우성인데, 다른 쪽에선 그 어려운 언론고시를 통과한 언론인의 역할에 대해 의심한다. 그렇다면 이 제도는 필요한 평가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불필요한 평가를 더욱 촘촘히 하는 것은 청년들의 열정을 착취하는 것에 불과하다.

*Nic Newman(2020), Reuters Institute Digital News Report 2020, Reuters Institute for the Study of Journ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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