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초·중등 교사들이 학생의 언어에 스며든 여성혐오를 지적한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청소년 언어 사용 실태에 개선이 필요하단 주장은 꾸준히 나왔지만 여전히 여성혐오 표현의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직도 교실의 청소년들은 ‘년’ ‘보X루’ ‘느X마’같은 언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초등학생마저 여성을 속되게 이르는 호칭이나 여성의 성기, 심지어 여성의 성별 자체를 비속어로 사용하는 데 익숙해진 현실이다.

일부 10·20대 남성에게 여성혐오 표현은 하나의 놀이수단이다. 자신이 무엇을 조롱하고 있는지 알면서도, ‘이건 그런 뜻이 아닌데?’라는 얄팍한 변명으로 대중을 기만한다. 흔히 사용되는 여성혐오 표현은 언뜻 보면 정말 혐오 의도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명백한 여성혐오 의도를 담은 표현을 단순히 타인의 어머니를 지칭하는 말이고, 유명 유튜버의 이름에 안녕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 ‘하이루’를 붙인 말일 뿐이라며 비굴하게 변호하고 있다. 

이러한 변명 탓에 여성혐오 표현을 지적한 사람이 역으로 공격당하기도 한다. 왜 멀쩡한 말을혐오 표현 취급하고, 성별 갈등을 조장하느냔 것이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표현들이 사용되는 맥락과 대상이다. 많은 여성 게임 사용자가 게임의 음성 대화에서 목소리를 내자마자 여성 성기를 연상시키는 표현이나 여성 비하 발언으로 채팅창이 도배되는 상황을 경험한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런 표현에 노출되는 것이 폭력과 혐오가 아니라면 무엇일까.

지난 2018년, 한 여자 중학생이 여성혐오 표현을 근절하자는 대자보를 교내에 붙였단 이유로 같은 학교의 남학우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최근엔 윤지선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교수가 논문에서 특정 여성혐오 표현의 정의를 설명했다가 집단적인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일부 남성은 이들이 없는 말을 만들어 무고한 남성을 여성혐오 가해자로 몰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 중학생과 윤 교수는 자신이 실제로 겪거나 주변에서 목격한 혐오 피해 사례를 말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무고함을 주장하는 일부 남성은 이들에게 ‘미친X’ ‘보X’ ‘김치X’ 등 전통적으로 여성에게 행해져 오던 여성혐오 표현을 또다시 쏟아내고 있다.

여성혐오 표현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사용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로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모른 척하는 것인가? 웃음을 삼키며 ‘나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라고 하는 그들을 더는 믿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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