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더 이상 미지의 세계가 아니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주는 인류에게 기회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세계 인구가 약 80억에 가까워지면서 지구를 넘어 다른 행성으로까지 인류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우주와 관련된 유용한 기술들도 많이 발전돼 우리의 일상에 녹아들어 있다. 인공위성이 지구에 전송하는 정보를 활용한 기상 예보나 내비게이션이 대표적이다. 최근 새로운 시대에 접어든 우주 산업에 관해 알아보자. 


“우주 산업, 어떻게 진화했나요?”
뉴 스페이스(New Space)는 민간 기업의 영향력이 커진 오늘날의 우주 산업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우주실태조사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해 전체 우주 예산의 51%를 민간에 할당했다. 지난 2018년에 비해 1.8%P 증가한 수치다. 이에 우주 산업에서 국가와 협력할 만큼 고도의 기술을 개발하는 민간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 우주 기업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은 지난해 10월 로켓 ‘뉴 셰퍼드 3(New Shepherd 3)’의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뉴 셰퍼드 3에는 미항공우주국(이하 NASA)의 달 착륙 프로그램에 사용할 장비도 탑재됐다. NASA는 미국의 비군사적 우주개발을 관할하고 종합적인 우주 계획을 추진하는 국가 기관이다. 지난해 5월엔 미국의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SpaceX)의 우주선 ‘인데버(Endeavour)’가 NASA의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귀환하기도 했다.

올드 스페이스(Old Space)는 뉴 스페이스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과거의 우주 산업을 말한다. 올드 스페이스 시대에 우주 산업은 상업성이 낮고 개발 비용도 막대해 국가가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우주 산업을 개발했다. 한국 최초 우주 비행선 ‘나로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러시아의 민간 우주 기업 ‘흐루니체프(Khrunichev)’와 협력해 만들졌으며 미국 최초 유인 우주 탐사 계획 ‘머큐리 프로젝트(Project Mercury)’ 역시 NASA의 주도하에 진행됐다. 

기술의 발전으로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우주 기술의 필요성도 높아졌다. 박상영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통신은 지상에 설치된 기지국의 연결망으로 이뤄지므로 사막, 산림과 같은 곳에선 불가하다”며 “이때 인공위성을 활용하면 기지국의 신호가 닿지 않는 곳에서도 통신이 가능해지는 것처럼 우리 생활은 우주 기술과 밀접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공위성을 활용한 기술은 일상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미세먼지 관측, 위성 지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박재필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대표는 “인공위성은 도시를 넘어 국가 규모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다”며 “우주 공간에서 수집한 정보가 더 많이 필요한 사회가 올 것이다”고 말했다. 

기술의 발전도 뉴 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공위성과 같은 우주발사체를 적은 비용으로도 만들 수 있게 됐다. 거대 자본을 가진 국가가 아니더라도 우주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최근엔 우주발사체의 부품 및 장비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으로 COTS(Commercial Off-The Shelf) 제품이 사용된다. 이성문 우주로테크 대표는 “지상의 소형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부품의 성능이 개선되면서 이를 우주 기술에 적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며 “이러한 부품을 COTS라고 하는데, COTS를 활용하면 공정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주 산업 시장이 활성화된 점도 뉴 스페이스 시대의 특징이다. 신소재, 3D 프린팅 등의 기술은 우주발사체 생산에 필요한 비용을 대폭 줄였다. 이에 많은 기업이 우주 산업에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이 시작됐다. 이 대표는 “기업들은 대량생산을 통해 우주발사체의 생산 비용을 더욱 낮췄다”며 “투자 비용이 감소하자 더욱 많은 사람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우주 산업이 수익성 있는 시장으로 발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민간 우주 기업은 우주 공간에서 수집한 정보를 유통하며 다양한 우주 산업을 해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우주 산업으론 위성 영상에서 얻은 정보로 석유 가격 변동을 예측한다거나 작물 재배 현황으로 물가 변동을 예상하는 서비스 등이 있다. 


우주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다. 스타링크는 소형 위성으로 인터넷 연결망을 만드는 기술이다. 위성으로 만들어진 무선 인터넷망은 지구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 스페이스X는 올해까지 소형 위성 약 1만 2,000여 대를 궤도에 쏘아 올릴 계획이다. 박 교수는 “스타링크가 상용화된다면 지구 전역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며 “이미 수백 대의 위성이 궤도에 위치해 있고 앞으로 약 만 대까지 그 수가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초소형 위성 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초소형 위성은 2000년 초 교육용으로 개발된 위성으로,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점차 대형 위성과 비슷한 성능을 가지게 됐다. 대형 위성보다 제작 공정이 단순한 초소형 위성은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기에 적합한 발사체로 거듭났다. 연세대 초소형 위성 센터장인 박 교수는 “국가 주도로 개발되는 대형 위성만큼은 아니지만 작은 위성도 충분히 상업 목적으로 쓰일 만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며 “실시간 관측처럼 많은 위성이 필요한 경우 대형 위성보다 작은 위성을 사용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도 초소형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24일(수) 쎄트렉아이(Satrec Initiative)와 한화 시스템은 100kg 이하의 초소형 위성 공동 개발 계획을 밝혔다. 이들은 원통 형태의 기존 초소형 위성이 아닌 직육면체 판자 형태의 새로운 초소형 위성을 개발할 계획이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30kg 미만의 초소형 위성을 만드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박 대표는 “몇백 대 이상의 군집 위성이 만들어지는 시대에서 초소형 위성은 대량 생산 방식에 가장 적합한 형태다”고 말했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의 초소형 위성은 나무와 농작물을 관측해 지방자치체의 도시 관리와 탄소배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박 대표는 “초소형 위성은 도시 이상의 규모에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다”고 말했다.

사용된 로켓에서 회수한 부품으로 만드는 재활용 로켓도 있다. 스페이스X가 지난 14일(일) 발사한 재활용 로켓 ‘팰컨9(Falcon 9)’는 가장 많은 재활용 횟수를 기록했다. 로켓 팰컨9의 1단계 추진체는 총 8회 재사용됐다. 로켓 팰컨9이 발사된 이후 그 부품은 계획대로 대서양의 드론 선박에 안착해 회수됐다. 이는 발사체 부품 재사용 기술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속 가능한 우주를 위해
우주 산업의 발전에 있어 우주 쓰레기의 생성을 경계해야 한다. 우주 쓰레기는 인공위성 파편이나 로켓의 잔해로 이뤄진 지구 궤도를 떠도는 인공물이다. 우주 쓰레기는 총알보다 빠른 속도인 초속 7km로 우주를 돌아다닌다. 만약 우주 쓰레기가 인공위성과 같은 우주 물체와 충돌한다면 큰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 지난 2013년엔 중국의 인공위성 ‘풍운 1호’의 잔해가 러시아의 인공위성 ‘블리츠(BLITS)’와 충돌해 블리츠가 고장 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우주 파편은 작은 충돌에도 임무를 수행 중인 우주 물체에 큰 피해를 주는 동시에 또 다른 우주 파편을 생성할 위험이 있다. 

우주 쓰레기 처리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지난 2018년 영국의 서리대학교(University of Surrey)는 그물을 활용해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데 성공했다. 우주 쓰레기 제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의 민간 우주 기업 아스트로스케일(Astroscale)은 지난 22일(월) 우주 쓰레기를 포획하는 위성을 ‘소유즈2호(Soyuz-2 Rocket)’에 탑재해 발사했다. 해당 위성은 자석 판이 부착된 로봇 팔이 달려 있어 금속 성분의 우주 쓰레기를 끌어당긴다. 

한국에선 우주로테크가 판형 추진기관을 이용한 우주 쓰레기 처리법을 개발하고 있다. 판형 추진기관은 얇은 판으로 만들어진 로켓 추진기관으로, 부피에 제약이 있는 초소형 인공위성을 위해 제작됐다. 이 대표는 “판형 추진기관은 부피가 작아 위성 개발과 발사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우주 쓰레기의 양과 경제적 손해를 최소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우주 쓰레기의 양은 점차 늘고 있다. 최근 인공위성의 생산 단가가 낮아지면서 군집 위성의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NASA의 과학자 도널드 J. 케슬러(Donald J. Kessler)에 따르면 우주 쓰레기는 우주 물체와 충돌해 또 다른 우주 쓰레기를 만든다. 이러한 충돌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경우 지구 주변이 우주 쓰레기로 가득 차 더는 우주를 개발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선 우주 산업 주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국제연합(United Nation, UN)엔 인류를 위해 무분별한 우주 탐사 및 개발을 통제하는 외기권평화적이용위원회가 존재한다. 외기권평화적이용위원회는 우주 쓰레기 경감 안내 지침을 만들어 이를 따를 것을 회원국에 권고하고 있다. 해당 지침은 ▶우주선이 정상 작동할 땐 이물질을 제한할 것 ▶발사체를 해체할 가능성을 최소화할 것 ▶궤도 내에서 우발적으로 충돌할 확률에 제한을 둘 것 ▶우주선 내에서 에너지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최소화할 것 ▶임무를 완수한 우주선은 지구 낮은 궤도에서 장기간 체류하지 않을 것 ▶운항을 종료한 우주선이 지구 궤도에서 다른 물질과 충돌하지 않도록 방지 조치를 시행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외기권평화적이용위원회에 소속된 92개의 회원국은 해당 지침을 따르며 우주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 대표는 “민간 우주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우주 개발을 위한 책임감을 지닌 채 사업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 기술의 무대이자 인류 번영을 위한 공간인 우주에 인간이 만들어내는 쓰레기가 점차 늘고 있다. 영국 우주국 국제이사 앨리스 번(Alice Bunn) 박사는 현재의 우주를 교통사고의 잔해가 치워지지 않은 고속도로에 비유했다. 우리가 만든 우주 쓰레기를 책임지지 않는다면 우주는 금세 사고 잔해로 뒤덮여 통행조차 불가한 고속도로가 되고 말 것이다. 인류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서 현세대와 미래세대 모두가 우주 환경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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