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같은 제품의 카드가와 현금가가 다르게 정해진 경우를 본 적 있을 것이다. 이중가격 제시 업종은 소비자가 카드 결제를 요청하면 대개 정가에 부가가치세 10%를 더한 금액을 안내한다. 소비자는 카드 계산을 위해 웃돈을 내거나 현금영수증 미발급을 약속하고 현금 결제를 하게 된다.
현금영수증 발급의무제도 시행 이후 소비자의 요청이 없어도 재화나 용역에 대한 현금영수증을 발행하도록 변경됐다. 특히 올해는 미용실, 휴대폰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업종에서 현금영수증 발급이 의무화됐다. 이런 제도 변화는 우리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현금영수증으로 만드는 투명한 시장
현금영수증은 과세 대상이 되는 자영업자의 소득 및 재산의 정확한 파악을 위해 지난 2005년 처음 도입됐다. 현재 현금으로 결제된 1원 이상의 금액은 모두 현금영수증 발급 대상이다. 자영업자는 현금영수증 발급을 위해 현금영수증 사업자가 운영하는 현금영수증 가맹점에 가입해야 한다. 현금 거래 후 소비자가 휴대폰 번호나 현금영수증 카드 번호와 같은 식별번호를 입력하면 현금결제 내역이 현금영수증 사업자를 통해 국세청에 전송된다.

정부는 현금영수증 발급을 권장하기 위해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현금영수증 발급 및 수취 혜택을 제공한다. 자영업자는 현금영수증 발급 세액공제를 받는다. 소비자 명의로 현금영수증을 수취할 경우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사업자 명의로 현금영수증을 수취할 경우 구매 금액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현금영수증 제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0년 현금영수증 발급의무제도가 도입됐다.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 대상엔 소비자 상대업종과 의무발행업종이 있다. 소비자 상대업종은 거래액과 무관하게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현금영수증을 발급한다. 의무발행업종은 10만원 이상의 거래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의 요청이 없더라도 현금영수증을 필수로 발급해야 한다. 의무발행업종은 지난 2010년 ‘전문직’ ‘병원’ 등 32개 업종에서 시작해 올해 87개 업종까지 확대됐다.

국세청은 올해부터 생활밀착형 현금수입업종 10개를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업종으로 추가했다. 생활밀착형 업종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업종을 말한다.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라 새롭게 지정된 10개 업종은 ▶전자상거래 소매업 ▶두발 미용업 ▶의복 소매업 ▶신발 소매업 ▶통신기기 소매업 ▶컴퓨터 및 주변장치, 소프트웨어 소매업 ▶애완용 동물 및 관련용품 소매업 ▶독서실 운영업 ▶고시원 운영업 ▶철물 및 난방용구 소매업이다. 통신기기 소매업엔 휴대폰 매장, 전자상거래 소매업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마켓 등이 포함된다.

탈세와 할인 사이
현금영수증 발급의무제도 대상에 포함된 일부 자영업자는 소비자가를 인상했다. 올해 의무발행업종에 추가된 고시원 운영업이 그 사례다. 황석규 한국고시원협회 회장은 “고시원은 학생, 취업준비생, 단순노무직이 주 이용객이기 때문에 현금영수증 발급요구가 적다”며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로 세원이 포착돼 해당 금액만큼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정적인 근로소득이 없는 일용근로자와 학생은 소득공제 혜택 대상이 아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소비자의 80%는 현금 결제 시 현금영수증 발급을 요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현금영수증 수취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업종 개인사업자의 16.5%는 현금 결제 시 고객이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지 않을 경우 가격 할인 및 쿠폰, 마일리지 제공 등의 혜택을 추가적으로 제공한다. 자영업자의 제안으로 현금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대신에 가격을 할인받거나 쿠폰, 마일리지 혜택을 받은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59.3%다. 이러한 불법적 혜택은 주로 소비자의 자발적인 요청보다 자영업자의 영업 방침에 따라 이뤄지므로 대부분의 소비자는 탈세에 일조하는 행위임을 인식하지 못한다.

현금영수증이 발급되지 않으면 국세청에 결제 내역이 집계되지 않기 때문에 자영업자의 매출이 누락된다. 매출을 누락하는 경우 가산세가 추징된다. 현금영수증 미발급은 과세 당국에서 5년에 한 번 진행되는 정기 세무 조사나 민원 신고를 통해 주로 적발된다. 눈 앞의 세금 몇 푼을 줄이려다 더 큰 벌금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잡음은 줄이고 효율은 높여야
현금영수증 제도는 발급 및 수취 혜택과 함께 미발급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해당 제도는 도입된 지 16년이 경과해 새로운 방향 설정을 꾀했다. 본교 박종성 경영학부 교수는 “현금영수증은 원칙적으로 발행해야 한다”며 “제도 도입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혜택을 줄이고 제재를 확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금영수증 발급으로 인한 세액공제는 내년부터 일반과세자의 경우 1.3%에서 1.0%로, 간이과세자의 경우 2.6%에서 2%로 축소될 예정이다. 세액공제 한도도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낮아진다.

자영업자들에게 현금영수증 발급의무제도와 제도 위반 시 부과되는 가산세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현금영수증 미발급이 적발될 경우 과거 5년간 매출 누락에 대한 추징이 가능하다. 추징 시 현금영수증 미발급에 대한 ‘현금영수증 발급불성실가산세’와 세금 지불이 늦어진 것에 대한 ‘납부지연가산세’ 등이 함께 부과된다. 박 교수는 “현재 진행되는 교육으론 자영업자들이 납세의무 불이행 위험을 체감하기 어렵다”며 “여러 가산세를 동시에 부과받는 경우 사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제3자 명의의 통장 사용과 같은 부정행위가 개입된 사실이 확인되면 과거 10년간 매출 누락에 대해 추징하게 되며 가산세율도 늘어난다.

소비자들에겐 현금영수증 미발급 및 발급 거부를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지난해 지급된 현금영수증 미발급 및 발급 거부 신고 포상금은 국세청이 지급한 포상금의 7.7%에 그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신고보다 자영업자의 제안을 수용한다”며 “시장에 신고 제도를 무력화하는 거래 양식이 만들어진 것이다”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소비자가 현금 거래로 인한 할인에 동의했어도 민원 신고가 가능하다. 민원 신고는 건당 50만원, 연간 200만원의 한도로 발급 금액의 20%를 포상금으로 지급한다.


생활밀착형 업종의 의무발행업종 추가로 현금영수증이 우리 일상 속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현금영수증 도입 목표는 소비자 혜택이 아닌 과세표준 양성화에 있다. 현금영수증 제도는 과세 형평성에 많은 기여를 했다. 도입으로부터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현금영수증 제도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소비자들의 자발적 움직임이 필요한 시기다. 소비자로서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이 옳을지 장기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국회입법조사처. (2018).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제도에 대한 사업자·소비자 인식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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