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조선 시대 왕이 쓰는 검은 모자엔 매미 날개 모양 장식이 달려있다. 이를 익선관이라고 한다. 날개 익翼에 착할 선善을 쓰지만, 매미 선蟬을 쓴다는 주장도 있다. 익선관뿐만 아니라 신하가 쓰는 사모에도 같은 모양의 장식이 달려있다. 이는 익선관이나 사모를 쓰는 공직자가 매미가 가진 깨끗하고 맑은 덕을 본받으란 뜻이다.

매미는 예로부터 학문 수양, 청렴, 염치, 검소, 신의의 다섯 가지 덕을 지닌 선충오덕(蟬蟲五德)의 곤충으로 여겨졌다. 조선의 관리들은 심지어 매미 모양의 옥이나 금 장식을 가지고 다니며 관리로서의 청렴결백한 자세를 되새겼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매미만도 못한 일이 올해 대한민국의 공직자 사이에서 일어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직원들이 미공개 내부 정보를 바탕으로 부동산 거래를 체결한 사건이다. 지난 2일(화), LH의 직원 몇몇이 3기 신도시 개발 대상 지역의 땅을 미리 구매해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초 적발된 직원들이 구매한 토지만 100억원 치에 달한다. 이들이 근무하는 LH는 신도시 개발 사업을 담당하는 공기업이다. 돈을 횡령하진 않았어도 미공개 정보를 빼돌려 제 잇속 채우기에 썼다면 이 또한 범죄다.

공기업의 경우 자사 정보를 이용한 수익 창출은 모두 규제 대상이다. 일반인에겐 공개되지 않는 정보를 직원이 사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예시로 금융감독원이나 한국은행 직원은 업무 시간에 주식 거래를 할 수 없으며, 자산운용 기관의 주식운용부서 직원은 주식 거래 자체가 금지된다. 복권위원회의 위원이나 온라인복권발매시스템 운영자가 복권을 살 수 없는 법령 또한 같은 맥락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LH의 규제는 유명무실하단 지적이 있다. LH 내규에서 '미공개정보 이용행위의 금지'를 규정하곤 있으나 타 공기업에 비해 내부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LH 직원이 이번 사건을 ‘관행’으로 치부하며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LH 내부자 거래는 직원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일부 LH 직원들은 온라인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내부자 거래는 LH만의 혜택이자 복지라며 해당 행위를 두둔했다. 사무실 층수가 많아 아무리 아래에서 시위해봤자 들리지도 않는다며, 본사 앞에서 열린 ‘LH 직원 불법 투기 규탄 시위’를 조롱하기도 했다.

공직자의 업무는 국가와 국민을 돌보는 일인 만큼 그 중요성이 막대하다. 정보의 오용을 막기 위해 공직자에겐 그 누구보다 뛰어난 청렴결백함이 필요하다. 과거의 관리들이 한낱 매미의 자세마저 본받으며 청렴에 신경 썼던 것처럼 말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천하를 다스리려면 개인의 수양부터 신경 써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달리 해석해 보고자 한다. 공직의 무게를 잊고 개인의 이익에 치우쳐 부정을 택한 이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눈은 언제 국가와 국민을 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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