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나 앱에 새로 가입할 때 필수 동의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약관의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동의할 경우 개인정보가 예상치 못한 곳에 사용될 수 있다. 지난해 8월부터 *데이터3법이 개정되면서 개인정보를 가명정보로 변경할 경우 정보 소유자의 사전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가명정보란 개인정보 일부를 삭제 또는 변경해 추가 정보 없이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한 개인정보를 말한다.

지난 1월 IT기업 스캐터랩이 ‘AI챗봇 이루다’(이하 이루다)의 개발을 위해 자사의 SNS 대화 분석 앱 ‘연애의 과학’의 개인정보를 이용자 동의 없이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연애의 과학에 저장된 이용자들의 개인적인 대화를 비식별 처리해 이루다에 적용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15일(금)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는 자사 블로그에 게시한 ‘이루다 2차 Q&A’ 글에서 “연애의 과학 초기 화면에 ‘로그인함으로써 이용약관 및 개인정보취급방침에 동의합니다’라는 문구를 기재했다”며 “국내외 서비스들이 일반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방법이기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스캐터랩은 현재 개인정보 유출 의혹으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연애의 과학 이용자 350여 명은 이용자들의 대화가 이루다의 개발에 활용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명확히 고지하지 않은 스캐터랩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시작했다. 연애의 과학의 약관 동의 화면엔 ‘신규 서비스 개발 및 마케팅·광고에의 활용’에 대한 언급은 있었으나 신규 서비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스캐터랩은 연애의 과학 이용자들에게 신규 서비스에 대한 동의를 구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구체적인 정보가 명시됐을 경우에만 정보제공자의 동의가 유효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정회 심심이주식회사 대표는 “개발자 입장에선 이용자들에게 서비스의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까지 구체적으로 고지하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개발사에서 이용자의 동의를 받을 때 무엇에 개인정보를 사용할지 정확히 알렸다면 지금처럼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인정보 주체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내용은 현행법상 강요된 필수동의 관행을 규제하고 가명정보 이용을 동의한 목적 이외에 사용했는지 여부에 대해 심사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데이터3법 개정으로 확대된 개인정보 활용의 범위를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이 이용자에게 필수동의를 요구하는 것을 규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여대 바른AI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명주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개정안을 통해 정보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정보 침해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정보화 시대에서 개인정보의 가치가 높은 만큼 이용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과 같은 제도적 보완은 이용자와 기업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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