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지난해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필자에겐 남는 시간이 많았다. 그토록 바랐던 휴식조차 시큰둥해질 때쯤, 본교로부터 합격 소식이 들려왔다. 합격 발표 후 대학 입학까지 시간이 남았던 필자는 우연히 어렸을 때 쓴 일기를 읽고 한 가지 다짐을 하게 됐다.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와 용기 부족으로 접어둬야 했던 기자의 꿈에 다시 다가가기로.

기자가 되고 싶어 시작한 숙대신보 활동은 필자가 그동안 기자의 화려한 껍데기만 봐왔음을 알게 했다. 필자가 생각했던 기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당당하게 질문하고 세상에 알리는 ‘위인’이었다. 하지만 기자가 질문 하나를 할 기회를 얻기 위해선 수많은 인터뷰 요청서를 쓰고 전화를 걸어야 한다는 걸 숙대신보 활동을 통해 알게 됐다. 마치 길거리에서 전도하는 사람처럼 학우를 붙잡고 인터뷰하는 일이든, 타 대학교수 및 사회 저명인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거절당하는 일이든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따뜻하게 맞아주는 이도 있었지만, 학생들끼리 하는 ‘그저 그런’ 기자 흉내로 받아들이며 반기지 않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필자에게 숙대신보는 ‘그저 그런’ 학생 활동이 아니다. 숙대신보는 겁 많은 필자가 자신을 드러내기로 결심한 용기의 시작이다. 또한 필자가 서툰 글솜씨로 어떻게든 기사를 완성시키려 애쓰는 곳이다. 오늘도 동료 기자들은 모두 각자의 사명감으로 날을 세며 취재에 매달리고 있다. 그들의 뚜렷한 열정이 필자를 이곳에 머무르게 한다.

드디어 올해의 마지막 발간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발간에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인터뷰이들의 배려와 관심 덕분에 마지막까지 기사를 완성할 수 있었다. 오는 2021년엔 상황이 나아져 양질의 흥미로운 기사들을 쓸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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