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중국 우한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지난 24일(일) 기준 세계적으로 500만 명 이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고 34만 명 이상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국내에선 지난 1월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해 현재까지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한 전 사회적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원인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무엇이고, 이에 대응할 치료제와 백신의 원리 및 개발 현황은 어떤지 알아보자.



잦은 기침, 감기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novel Coronavirus)는 지난해 중국 우한에서 폐렴 집단 발병의 원인을 찾던 중 발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증상이 감기 증세와 유사해 변별이 쉽지 않았으나, 연구 결과 감기 바이러스가 아닌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에 의한 증상이라고 밝혀졌다. 최초 환자가 중국에서 발견됐다는 이유로 코로나19는 '우한 폐렴' '중국 바이러스'와 같은 혐오적인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 2월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이하 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코로나19(Coronavirus Disease 19, COVID-19)로 명명했다.

기침과 발열은 코로나19의 대표적인 의심증상이다. 이는 폐렴의 증상이기도 한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폐세포에 기생하며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폐세포 중에서도 섬모상피세포와 폐포상피세포 2형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결합을 돕는 효소가 많다.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2형(Angiotensin-Converting Enzyme 2, 이하 ACE2)’이 대표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세포의 ACE2에 결합하면서 세포에 침투하고, 감염된 세포들은 심한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을 분비한다. 그 결과 폐렴이 빠른 속도로 진행돼 기침과 발열 증상을 보이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구조도 우리 몸에 침투하기에 유리하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징인 ‘스파이크(spkie) 단백질’은 바이러스 막 바깥의 돌기 모양을 일컫는다. 이 돌기는 바이러스와 숙주세포 사이에 강한 결합을 형성해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 침투하는 것을 돕는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이름의 기원이기도 한데, 바이러스가 스파이크 단백질로 둘러싸인 모습과 태양이 코로나로 둘러싸인 모습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왼쪽 사진은 개기일식 때 관측한 태양의 모습으로, 사진상에서 태양을 둘러싼 하얀 띠가 코로나임. 오른쪽 사진은 현미경으로 관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모습으로, 바이러스를 둘러싼 스파이크 단백질이 태양의 코로나와 유사한 것을 알 수 있음.


코로나19 치료제 뜯어보기
코로나19와 같이 전에 없던 질병에 대응하기 위해선 새로운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 신약개발 과정은 발견 단계와 개발 단계로 나뉜다. 발견 단계에선 보통 10,000여 개의 후보물질이 검토된다. 이중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후보물질 약 50여 개만이 개발 단계로 넘어가 전임상시험과 임상시험을 거친다. 전임상시험에선 쥐, 원숭이 등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 약물의 안전성을 시험한다. 전임상을 통과한 5개 정도의 후보물질은 임상시험에 사용돼 인체에서 안정성과 치료제로서의 효과를 확인한다. 국내에선 식품의약안전처가 인체에 무해하면서 효과가 있는 후보물질을 가려내기 위한 심사를 관장한다.

▲일반적인 신약 개발의 과정을 나타낸 그림임. (의약품 개발 및 허가과정. (n.d.). 검색일 5월 23일, 2020년, 출처 식품의약안전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 : https://nedrug.mfds.go.kr/cntnts/4)

코로나19 확진자가 실시간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치료제와 백신의 개발은 시급한 과제다. 신약 개발 방식은 후보물질 발견부터 실제 신약 판매까지 일반적으로 최소 10년 이상이 걸린다. 최근엔 기존의 약물 중에서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는 약물을 찾는 약물 재창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면역약학을 전공한 본교 임종석 생명시스템학부 교수는 “기존 약물들은 연구 결과가 많이 축적돼 있을 뿐 아니라 전임상, 임상 시험에서 이미 안전성이 검증됐으므로 효과만 확인하면 빠르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 교수는 “헤르페스(herpes virus), 사스(SARS-CoV) 등 기존 바이러스 연구에서 쓰이는 약물은 바이러스의 증식 과정에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바이러스의 증식을 차단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되는 ‘렘데시비르(remdesivir)’도 미국 제약기업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가 본래 에볼라(evola virus) 치료제로 개발하던 약물이다. 렘데시비르는 지난달 16일(목) 임상 3상 시험에서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확인됐고, 지난 1일(금) 미국 식품의약청(Food and Drug Adminstration, FDA)이 렘데시비르 사용을 긴급승인하면서 미국뿐 아니라 국내 병원에서도 환자에게 투여되고 있다.

코로나19 약물 재창출이 가능한 이유는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의 원리가 서로 유사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는 바이러스의 성장 과정 중 한 단계를 막아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것을 방해해 바이러스의 사멸을 유도한다.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침입해서(침입 단계) ▶자신의 유전물질을 복제하고 이를 조립해 개체 수를 늘린 뒤(복제 단계) ▶새 바이러스를 분출시켜 숙주세포를 늘린다(분출 단계).

침입 단계에서 바이러스는 기생할 숙주세포를 찾기 위해 우리 몸속을 돌아다닌다. 이때 가짜 숙주세포를 인체에 투여해 바이러스와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바이러스의 침입을 저지할 수 있다. 비슷한 원리로 독감 치료제인 '아비돌(Arbidol)'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우리 몸의 ACE2와 결합하는 과정을 방해한다.

세포 침입에 성공한 바이러스는 세포의 단백질 복제 체계를 이용해 증식한다. 새로운 세포를 생성할 때 우리 몸은 세포핵의 DNA에 담긴 유전정보를 ‘전령 RNA(messengerRNA, 이하 mRNA)’로 바꿔 세포질로 내보낸다. 바이러스는 정상 mRNA의 자리를 가로채고  자신의 mRNA를 주입해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든다. 세포질에서 바이러스의 복제된 RNA와 단백질이 합성되는 것을 막으면 바이러스의 증식을 차단할 수 있다. 헤르페스 치료제인  ‘아시클로버(Acyclovir)’가 이러한 원리에 기반해 코로나19의 치료제 후보 물질로 시험 중에 있다.

복제된 RNA와 단백질이 결합하면 바이러스가 완성된다. 완성된 바이러스는 새로운 숙주를 찾아 방출된다. 이때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 밖으로 방출돼지 못하게 하는 약물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타미플루(Tamiflu)’라는 상품명으로 독감 치료에 쓰이는 '오셀타미비르(oseltamivir)'가 이러한 원리의 치료제로 부상하고 있다.

효과적인 약물이라도 인체에 유해하면 약이 아닌 독이 된다.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는 임산부의 입덧 완화 효과가 뛰어나 유럽에서 널리 사용됐으나 이를 복용한 임산부에게서 기형아가 태어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탈리도마이드로 인한 기형아 수가 10,000명을 넘자 사용이 금지됐다. 현재는 항암 효과가 발견돼 직접 임신을 하거나 타인을 임신시킬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정에서도 유효성보다 안정성이 중요한 이유다.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물질들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는 현재, 이에 대한 신중한 태도가 요구된다. 임 교수는 “긍정적인 결과를 애써 축소할 필요는 없지만 실제 성과에 비해 과장 선전되지 않도록 신중히 살펴야 한다”며 “치료제나 백신이 잘못 개발될 경우 과학 자체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최고의 파훼법, 백신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위해선 백신이 특히 필수적이다.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감염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도 있지만 비감염자에게 백신을 처방해 감염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이 전염성이 유독 강한 경우 백신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치료제는 우리 몸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에 대응하는 사후 대책인 반면, 백신은 우리 몸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사전에 면역을 강화하는 선제적 대책이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은 감염체를 종식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백신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백신의 개발이 다소 까다롭다. 임 교수는 “바이러스에도 DNA 바이러스와 RNA 바이러스가 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RNA 쪽에 많다”며 “종을 넘어 다니고 쉽게 변하기 때문에 잡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와 사람 모두를 숙주로 삼는 인수공통감염병이고, 과거 메르스(MERS-CoV)도 낙타에게서 사람으로 전이됐다.

RNA 바이러스의 돌연변이 발생확률은 DNA 바이러스와 비교해 약 1,000배 이상이다. RNA 바이러스는 분자 구조가 불안정할 뿐 아니라, 돌연변이 교정 기능도 없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RNA는 산소(O)와 수소(H)가 결합한 수산기(OH) 탓에 다른 물질과의 반응성이 높아 결합이 깨지기 쉽지만, DNA는 수산기를 안정적인 수소(H)가 대치하고 있어 결합이 깨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돌연변이를 교정하는 똑똑한 DNA와 달리 RNA는 돌연변이 교정 기능이 없다. 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정보가 담긴 DNA나 RNA를 복제하며 개체 수를 늘리는데, 이때 유전 정보 일부를 원래와 다르게 복제하는 등 크고 작은 변이가 발생한다. 이러한 실수를 DNA는 고칠 수 있지만 RNA는 교정 기능이 없기 때문에 실수를 고치지 못한다. RNA 바이러스에서 변종이 자주 나타나는 이유다.

▲RNA를 구성하는 리보스당과 DNA를 구성하는 디옥시리보스당의 화학식으로 RNA의 수산기(OH)가 DNA에선 수소(H)로 대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음.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서 백신 개발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변이는 보고되지 않았다. 지난 22일(금), 한명국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검사분석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그룹 간에 전파력이나 병원성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현재까지 학계에 보고된 바 없다”고 말했다. WHO는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이루는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S, V, G의 세 집단으로 구분하고 있다. 한 팀장은 “백신 효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다”며 “현재까지 세 집단에서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의 변이는 일어나지 않았으므로 백신 효과의 차이를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과가 속속 보도되고 있으나, 그 결과를 섣불리 점쳐선 안 된다. 지난 11일(월)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약물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은 세계적으로 623건 진행 중이며 이 중 백신 관련은 22건이다. 이중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Moderna)’의 ‘mRNA-1273’은 1차 임상시험에서 45명의 피험자 전원에게서 항체가 발견돼 크게 주목받았다. 그러나 다음날인 19일(화) 바이러스 활동을 실제로 억제하는 중화항체는 45명 중 8명에게서만 발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모더나의 주가 상승세가 다소 멈칫했다. 임 교수는 “성공적인 백신인지를 알려면 인체에 면역 기억이 형성됐는지를 봐야 하는데 이 과정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모더나는 지난 2월에 시험을 시작했고 아직 백신의 성공 여부를 확정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백신 연구자나 투자자의 기여를 인정하면서 공정하게 백신을 분배할 방법도 마련해야 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을 독점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행보로 세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3월 독일 언론에선 미국이 독일의 제약회사 ‘큐어벡(Curevac)’에 자금 지원을 제안하며 백신 독점권을 받으려 했다는 정황이 보도됐다. 지난 13일(수), 프랑스의 다국적 제약회사 사노피(Sanofi)가 백신이 개발되면 연구 초반 큰 자금을 투자했던 미국에 백신을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계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접근권이 공평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앞선 큐어벡의경우 미국의 제안을 거절했고, 사노피는 논란이 일자 발언을 철회했다. 지난 18일(월) 열린 WHO의 최고의사결정기구 세계보건총회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초청연설자로 “자유의 정신에 기반한 연대와 협력이야말로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며 “개발된 백신과 치료제는 인류를 위한 공공재로써 전 세계에 공평하게 보급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완전 종식을 위해서는 국제적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 전파력이 강해 어느 한 곳이 위험하면 다른 곳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WHO와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위해 한화 약 10조의 세계 공동 기금을 마련한 것처럼,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그 성과를 같이 나눌 때 세계는 코로나19 위기를 넘기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외에도 기존 코로나바이러스 6종이 있으며, 사스(SARS-CoV)나 메르스(MERS-CoV)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종류 중 하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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