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거리두기 끝낼까

최근 언론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하는 회사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모더나(Moderna), 아스트라제네카 (AstraZeneca) 등의 백신 개발 회사 중 어느 회사의 백신이 더 좋은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과연 백신의 효능은 개발사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를 가질까? 아니라면 개발사에 따른 백신의 차이는 무엇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코로나19 백신의 원리를 들여다보고 한국의 접종 현황과 전망을 살펴보자.


튼튼한 면역계, 백신이 만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 나19) 백신이 면역력을 강화하는 원리는 기존 다른 백신과 동일하다. 백신은 우리 몸이 세균, 바이러스 등 병원체에 대응하도록 훈련시킨다. 훈련을 위해 백신에는 생명을 위협하지 않게 가공된 병원체가 포함된다. 우리 몸에 침입해 이상을 일으키는 병원체를 항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몸이 만드는 물질을 항체라고 한다. 면역계는 한 번 만난 항원도 기억할 수 있다. 전에 만났던 항원이 침입했을 때 면역계는 이에 맞는 항체를 기억에서 불러낸다. 튼튼한 면역계를 위해 백신 접종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픽=최시현 sihyeon7573@gmail.com)
(그래픽=최시현 sihyeon7573@gmail.com)

코로나19 백신은 항원이 어디서 완성되는지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뉜다. 코로나19 백신에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Spike Protein)이 항원으로 쓰인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코로나바이러스 표면의 돌기를 구성하는 물질이 다. 백신이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 물질을 전달하면 체내에서 항원이 완성된다. 반면 체외에서 만들어진 스파이크 단백질을 백신에 담는 경우도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데노바이러스(Adenovirus) 벡터(Vector) 백신이나 mRNA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을 자신의 몸에서 만드는 백신이며 재조합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을 유전자 재조합으로 만들어서 몸에 넣는 백신이다”고 설명했다.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의 DNA를 아데노바이러스에 담아 전달한다. 벡터는 DNA의 운반수단을 가리키는 말이다. 코로나19 백신에선 그 수단으로 아데노바이러스가 사용되며 이를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이라고 부른다.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보관 조 건이 까다롭지 않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감기의 원인인 아데노바이러스는 세계 어디에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이하 AZ), 얀센(Janssen) 등에서 개발되고 있다. 특히 AZ 백신은 지난달 2월 26일(금)부터 시작된 국내 백신 접종에서 주로 쓰이고 있다.

mRNA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의 DNA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전령 (messenger) RNA를 그대로 주사한다. 이 교수는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자를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로 전달하지만 mRNA 백신은 mRNA 자체를 몸에 넣는다”고 말했다. mRNA는 우리 몸의 RNA 분해 효소에 의해 사라질 수 있는 불안정한 물질이다. 이에 mRNA를 지질나노입자(Liquid nanoparticle)로 감싸 사용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그러나 mRNA가 분해될 위험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mRNA 백신은 운송과 보관의 모든 과정이 영하 20도에서 진행된다. mRNA 백신은 모더나(Moderna), 화이자(Pfizer) 등의 회사에서 개발하고 있다. 화이자 백신은 AZ 백신과 함께 현재 한국에서 접종되고 있는 백신이며, 모더나 백신은 오는 4월부터 접종 예정이다.

재조합 백신은 만들어진 항원을 체내로 주입한다. 장기간 널리 쓰여온 덕분에 안전성이 검증된 백신이지만 단점도 있다. 재조합 백신에 쓰이는 항원은 병원체의 핵심 특징을 포함하면서도 인체에 치명적으로 해로워선 안 된다. 안전성을 검증하는 데 걸리는 시간 때문에 재조합 백신은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mRNA 방식보다 백신 제조 속도가 느리다. 또한 재조합 백신은 항원을 몸 밖에서 만들기 때문에 항체와의 연결성이 떨어진다.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 mRNA 백신은 우리 몸에 완성된 스파이크 단백질이 아닌 그 유전 정보를 전달한다. 세포는 레시피를 보고 요리하듯 전달받은 유전 정보에 따라 우리 몸 안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스파이크 단백질이 항원으로 면역 반응을 자극하면 우리 몸은 항체를 만들어 대항한다. 항원인 스파이크 단백질도 이에 대응하는 항체도 우리 몸의 세포가 만들었으므로 항원과 항체가 서로 긴밀하다. 재조합 백신은 사노피(Sanofi), 노바백스 (Novavax) 등 회사가 개발하고 있다. 이 중 노바백스 백신은 지난달 질병관리청이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해 추가로 계 약한 제품이기도 하다.


코로나19 백신, 한국도 접종 시작
한국 예방접종은 질병관리청 지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1월 28일(목) ‘일상 회복을 위한 코로나19 전 국민 무료 예방접종 실시’ 방안을 발표했다. 질병관리청은 오는 11월까지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지난 2월부터 오는 9월까지 전 국민의 1차 예방접종을 마칠 계획이다. 분기별로 접종 대상이 확대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접종 기관과 백신 물량도 늘어날 예정이다.

▲코로나19 백신의 분기별 접종 대상, 백신 공급 변화를 나타낸 표다. (그래픽=김지선 smpkjs97@)
▲코로나19 백신의 분기별 접종 대상, 백신 공급 변화를 나타낸 표다. (그래픽=김지선 smpkjs97@)

예방접종은 소수 기관에서 특정된 대상에 한해 시행되고 있다. 지금은 1분기로써 요양병원·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예방접종이 이뤄지고 있으며, 지난 12일(금)까지 총 546,277명의 1차 접종이 완료됐다. 박승만 가톨릭대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과 연구강사는 “의료자원이 한정돼있어 필연적으로 분배 문제가 발생한다”며 “바이러스 영향에 취약한 이들과 높은 위험에 노출된 보건의료 노동자에게 백신을 먼저 접종한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백신의 공급이 적고 접종 대상 이 한정돼 있어 예상보단 느린 속도로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며 “2분기부터 지역사회 65세 이상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진행이 훨씬 빨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백신의 우선 접종 대상은 교육 노동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장 기간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교육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특히 유아, 초등 1·2학년, 특수학교·학급 학생의 공교육 부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들은 화상 강의가 어려운 만큼 전문 교육자와의 학습이 대면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난 1월 26일(화) 교육부는 더 많은 학생의 대면 수업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이들 힉생의 등교를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교육부는 백신 접종에서 유치원과 초등 저학년, 특수 교사를 보다 앞선 순위로 배치하는 방안을 질병관리청과 협의 중에 있다.

예방접종 기관의 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립중앙의료원의 예방접종센터 한 곳 ▶중부, 호남, 영남 권역의 예방접종센터 세 곳 ▶개별 코로나 19 전담병원 여러 곳으로 확대됐다. 2분기에 접어들면 전국 약 250개의 예방접종센터와 약 1만개의 위탁의료기관도 백신 접종 기관으로 합류한다. 예방접종센터에선 mRNA 백신을, 위탁의료기관에선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을 취급한다. mRNA 백신을 예방접종센터에서 다루는 이유는 영하 20도 온도가 유지 가능한 초저온 냉장고를 설치 및 관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17일(수) 기존에 확보한 5600만 명분 백신에 더해 2300 만 명분 백신을 추가 계약했다. 올해 상반기 예방접종에 필요한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추가 계약에선 기존의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외에 노바백스 백신도 그 대상이 됐다. 이때 백신을 종류별로 우열을 가리거나 선호도를 따지려는 시도는 지양해야 한다. 이 교수는 “백신은 감염병 예방만이 아니라 중증의 진행을 막는 기능도 한다”며 “백신 종류별로 예방 효과가 차이난다고 하지만 중증 방지 효능은 모두에게 90% 이상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 는 “맞을 수 있는 백신이 최고의 백신이라고 생각하고 모두가 접종을 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선 백신 접종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집단면역은 어느 바이러스의 항체를 인구의 60%~70%가 갖고 있어 질병이 더 전파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일부 국가에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후 생기는 면역으로 집단면역을 형성하자고 주장했다. 당시 이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무모한 방법이었으나, 예방 접종이 가능해진 지금 백신을 통한 집단 면역 형성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하반기부터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확대할 예정이다.


“백신, 불공정에도 항체가 있나요?”
코로나19 백신의 공정한 분배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 지난 1년간 코로나바이러스는 전 세계에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이로부터 코로나바이러스를 저지하는 코로나19 백신은 모두의 생명과 관련한 국제적 공공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코로나19 백신을 국제적 공공재로 보는 입장에선 코로나19에 전 세계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때 코로나 19 백신은 각국의 자금력, 패권력 등에 상관없이 필요한 국가에 필요한 만큼 배분되며, 세계보건기구(이하 WHO), 국경없는의사회 등의 국제기구와 일부 국가가 이러한 입장을 견지한다.

코로나19 백신의 공공재성을 부정하는 입장에선 코로나19에 대한 대처는 각국 내에서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이때 코로나19 백신은 국가의 자금력에 따라 거래된다. 부유한 국가일수록 많은 양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제약회사 다수와 해당 회사를 보유한 국가들이 이러한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상품으로 보는 입장은 백신 확보를 위한 경쟁을 초래한다. 물론 경쟁이 더 좋은 백신을 개발하게 하는 동기가 된다면 전체적인 백신 품질 향상을 이룰 수도 있다. 그러나 경쟁에 도태돼 코로나19 백신을 갖지 못하는 국가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이에 WHO는 감염병혁신연합(CEPI),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과 함께 코백스 퍼실리티 (COVAX facility, 이하 코백스)를 꾸렸다. 코백스는 코로나19 백신의 공정한 분배를 목표하는 단체로, 현재 한국에서 접종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화이자 백신의 공급처이기도 하다.

두 입장은 유럽 연합의 ‘코로나19 백신 수출허가제(이하 수출허가제)’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가진다. 수출허가제는 EU 회원국과 계약한 백신 회사가 정해진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면 해당 국가의 승인 없이는 유럽에서 제조한 백신을 다른 대륙으로 수출할 수 없는 제도다. 지난 2월 11일(목) 이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WHO는 수출허가제에 대해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이 자유롭게 유통되지 못하도록 막는 일은 현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한 바 있다. 또한 이투데이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지난 10일(수) ‘우리의 공정한 몫을 요구한다’며 수출허가제를 옹호했다고 보도했다.

두 입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그 특허를 면제하자는 논의에서도 충돌한다. 코로나19 백신의 특허를 면제하면 그 제조법에 대한 지식재산권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 지난 3월 12일(금) 동아사이언스 보도에 따르면 이같은 논의는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지식재산권 협정 조항의 일시적 면제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또한 동아사이언스는 WHO와 국경없는의사회가 이를 지지했으며 미국과 EU 등 백신을 개발하는 제약 회사를 보유한 국가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정과 자본 사이 줄타기는 현대 사회의 고전적 문제다. 박승만 가톨릭대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과 연구강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는 사상 초유의 사태이지만 사 회적으로 드러난 여러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며 “코로나19라는 새로운 위기를 국면한 상황에서도 오래된 문제를 잊어서는 안 된다” 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지 1년 만에 백신으로 코로나19 종식의 빛이 떠오르는 지금이다. 그 빛을 높이 들고서 세계에 기울어진 부분이 없는지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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