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빵, 원소주, 에어 조던(Air Jordon). 이들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한정판 상품’이다. 지난 2020년 국내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2030세대 2128명을 대상으로 한정판 구매 이유를 조사한 결과 59.8%(1272명)가 ‘소수의 제품을 갖는단 느낌이 좋아서’라고 답했다. 어렵게 구매한 상품을 손에 쥔 이들은 어떤 감정을 느낄까. 한정판 소비 문화 속 구매 방식부터 시장의 이면까지 샅샅이 살펴보자.


한정판, 지갑을 여는 이유
한정판 소비 문화는 오늘날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정판은 한정된 수량으로 제작돼 정해진 기간이나 장소에서만 판매되는 상품이다. SNS의 발달로 사람들은 쉽게 자신의 소유물을 노출하며 구매력을 과시한다. 본교 서용구 경영학부 교수는 “한정판 판매 기업은 상품 수량을 제한해 소비자의 구매를 촉진한다”며 “오프라인 시장에만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소비자는 앱(App)에서 쉽고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실시한 ‘한정판 제품 및 래플(Raffle), 리셀(Resell) 시장 관련 조사’에 따르면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한정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다.
▲지난 2021년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실시한 ‘한정판 제품 및 래플(Raffle), 리셀(Resell) 시장 관련 조사’에 따르면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한정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다.


2030 세대는 한정판을 구매하는 주 연령층이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한정판 제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2021년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1 한정판 제품 및 래플(Raffle), 리셀(Resell) 시장 관련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한정판에 대한 관심도는 20대 62.4%(624명), 30대 55.6%(556명), 40대 46%(460명), 50대 39.2%(392명)로 나타났다. 한정판을 주로 소비하는 연령층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트렌드모니터가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오픈런(Open Run)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7%(947명)가 ‘오픈런에 가장 적극적인 연령층은 20대’라고 답했다. 이처럼 타인이 아닌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젊은 세대의 ‘가치 소비’는 한정판 소비로 이어진다.

소비자는 자신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한정판을 구매한다. 타인보다 특별해지고 싶은 심리는 희소성 있는 한정판 상품을 원하게 만든다. 고율희(소프트웨어 23) 학우는 “수량이 한정된 상품을 구매할 때 느끼는 뿌듯함이 한정판 구매에 도전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구매 수요에 비해 상품 수량이 부족할수록 희소가치는 커진다.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한정판 굿즈(Goods)를 소비하기도 한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구매를 유발한다. 한정판은 재테크를 위해 소비되기도 한다. 인기 있는 한정판 상품을 정가에 구입한 후 가격을 더해 판매하는 것이다. 서 교수는 “재테크가 목적인 한정판 소비자는 되팔 때 가치가 높은 상품을 계획적으로 구매한다”며 “최대의 이익을 거두길 원하는 리셀 판매자는 상품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살 수 있는데?
한정판 소비 시장엔 다양한 소비 형태가 존재한다. 포켓몬빵, 원소주 모두 출시 초기 ‘오픈런’으로 판매됐다. 오픈런은 ‘매장이 열리면 바로 달려간다’란 뜻이다. 지난해 2월 출시된 증류 소주 ‘원소주’의 팝업스토어(Pop-up Store)는 개시 첫날부터 모인 소비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일주일간 약 3만명이 현장을 찾았고 초기 생산 물량인 2만병이 완판됐다. 인기에 힘입어 온라인에서도 오픈런이 이어졌다. 지난해 3월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원소주는 하루 판매 물량을 2000개로 한정했다. 해당 제품은 3초만에 매진돼 1인당 하루 6병까지 구매를 제한하기도 했다. 과거엔 주로 가방이나 시계를 판매하는 고가 명품 매장에서 오픈런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오늘날 오픈런은 고가품에 제한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식품, 문구류 등 모든 영역에서 한정판 제품이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정판 품목이 확대되자 낮은 연령대의 소비자도 오픈런에 나섰다. SPC 삼립이 16년 만에 재출시한 ‘포켓몬빵’이 대표적인 사례다. 포켓몬빵에 동봉된 스티커 ‘띠부씰’은 희귀한 스티커를 모으려는 소비자의 구매 동기를 자극했다. 출시 당시 편의점마다 포켓몬빵을 구하려는 행렬이 이어져 일주일 만에 150만개가 판매되기도 했다.

한정판 상품은 추첨 판매되기도 한다. ‘래플’은 추첨식 복권처럼 응모를 받아 한정판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래플에 무료로 응모하며 구매 여부는 당첨 후에 결정할 수 있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Nike)와 아디다스(Adidas)는 신제품 출시 일주일 전 래플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한다. 무작위로 당첨된 소비자는 가장 저렴한 가격인 출시가로 한정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국내 패션 앱(App) 지그재그(ZIGZAG)에서 진행된 래플(Raffle) 응모 화면이다. (사진출처=지그재그)
▲국내 패션 앱(App) 지그재그(ZIGZAG)에서 진행된 래플(Raffle) 응모 화면이다. (사진출처=지그재그)

오픈런이나 래플로 구매한 한정판 상품이 ‘리셀’되는 경우도 흔하다. 리셀은 구입한 제품을 되판단 점에서 중고 거래와 유사하지만 희소성 있는 제품을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한단 점에서 차이가 있다. 리셀 시장에서 소비자는 구매자이자 판매자가 된다. 리셀 판매 전문 플랫폼(Platform)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리셀 앱엔 크림(KREAM)과 솔드아웃(Soldout)이 있다. 플랫폼은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리셀 판매자를 모으고 소비자와 판매자를 중개한다. 제품 가격은 플랫폼 이용자가 제품에 부여하는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두 플랫폼은 모든 판매 상품의 거래 내역과 희망 가격을 그래프로 나타내 리셀 품목의 시세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성장하는 시장, 이면의 그림자도
소비 시장의 새로운 흐름은 한정판 시장을 더욱 발전시킨다. ‘리프레시(Refresh) 소비’는 소소한 행복을 원하는 소비자가 음식, 패션, 문구 등 한정판 신상을 구매하며 지루한 일상에 생기를 더하는 새로운 소비 태도다. 일상에서 재미를 느끼기 위해 상품을 구매하는 ‘펀슈머(Funsumer)’도 한정판 상품에 열광한다. 이들의 소비 경험은 SNS에 공유돼 또 다른 소비자의 구매를 이끈다. 지난해 3월 동서식품은 먹기 전까지 맛을 알 수 없는 한정판 쿠키 ‘미스터리 오레오’를 출시했다. 기업은 ‘쉿 스포금지 미스터리 오레오’ 이벤트를 열어 구매자가 SNS에 제품을 홍보하도록 유도했다.

한정판 소비 시장엔 이면도 존재한다. 한정판 상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대상은 생산자다. 제품의 생산량은 생산 주체의 결정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한정판 제품을 희망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악용한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한정판 상품에 다른 상품을 끼워 판매하는 경우가 그 예다. 올해 1월 한 대형 주류 전문점은 한정판 위스키 ‘맥캘란(MACALLAN) 18년 셰리 오크’와 팔리지 않는 위스키 2병을 묶어 67만3000원에 판다고 내세웠다. 제시된 금액 중 50만원은 한정판 상품의 몫이지만 나머지 금액은 원치 않아도 지불해야 한다. 이외에도 생산자는 물량을 한정하지 않아도 될 상품을 한정판으로 출시하거나, 재고가 있어도 ‘품절 임박’을 내세워 가격을 높게 책정하기도 한다. 정다희(아동복지 22) 학우는 “기업이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해 가격에 비해 품질이 낮은 상품을 판매한다”며 한정판 출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과열된 리셀 시장을 통제하기 위해 기업은 제재에 나섰다.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New Balance)는 8월 14일(월)부터 이용 약관에 ‘제3자에게 재판매할 목적의 재화를 구매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란 규정을 포함했다. 리셀로 시장 가격이 기존에 형성된 가격과 달라지는 현상을 방지하고 소비자에게 공정한 구매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국내 유통 플랫폼 11번가의 SK텔레콤 공식 대리점 사이트에선 일부 구매자가 스마트폰을 대량 구매해 리셀 시장에 되파는 정황을 인지했다. 이후 스마트폰 리셀을 막기 위해 7월부터 10월까지 100만원 이하 스마트폰 구매를 1인당 2개로 제한했다. 이윤주(중어중문 22) 학우는 “수요가 많은 한정판 상품은 리셀 가격이 계속 올라 구매하기 어렵다”며 “올바른 방식으로 거래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시장 흐름의 변화에 발맞춰 성장할 한정판 시장이 궁금해진다. 한정판 소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이다. 이름만 ‘한정판’이거나 정확한 한정 수량을 밝히지 않는 생산자의 함정을 인지해야 한다. 본교 서용구 경영학부 교수는 “한정판 구매에 죄책감을 느끼거나 한정판을 구매하는 사람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새로운 소비 트렌드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정판의 희소성에만 이끌리기보단 제품의 품질을 따져보고 구매 동기를 고려해 현명하게 구매하자.

참고문헌
이은지. (2023). Z세대 소비자를 움직이는 힘, 한정판. The Journal of the Convergence on Culture Technology(JCCT), 61-66.
이성미. (2022). 래플마케팅 속 사회적 증거 메시지가 제품태도, 브랜드태도, 구매의향에 미치는 영향 브랜드 친숙도의 조절효과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연구, No.81.
이보한. (2022). 리셀 시장의 현황과 소비자이슈. 소비자정책동향, No.122.
정다현, 정경희. (2022). 국내·외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현황 및 전략 분석. 전남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논집, 93-115.
김선애. (2022). 한정판 마케팅과 합리적 소비. 충북 Issue & Trend 제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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