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소속인 32개 대학 중 본교를 포함한 14곳엔 총학생회가 없다. 후보자 미등록, 투표율 미달, 당선 후 중도 사퇴 등으로 총학생회장단의 자리가 공석이 됐기 때문이다. 총학생회뿐만 아니라 단과대학 및 독립학부 학생회도 공석이 많은 것은 마찬가지다. 이에 본지를 비롯한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소속 *8개 대학의 학보사는 특별기획위원회를 구성해 대학 내 학생회의 필요성과 대학사회 학생자치활동의 위기를 주제로 공동취재를 진행했다.

*숙대신보, 서강학보, 성대신문, 성신학보, 중대신문, 체대학보, 한대신문, 한성대신문임.

 

대학생이 말하는 학생회의 존재 이유
특별기획위원회는 8개 서울권 대학교 재·휴학생 및 졸업생을 대상으로 학생자치의 필요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체 응답자 287명 중 51.9%(약 148명)의 대학생은 학생회가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학생회가 필요한 이유로는 ‘학생들의 의견을 잘 전달할 수 있어서(79.7%, 약 228명)’의 응답률이 가장 높았고, ‘학생들의 여론을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해서(69.7%, 약 200명)’의 응답률이 그 뒤를 이었다. 

본교 학생자치단체 구성원도 학생자치단체의 역할이 학우와 본교의 원활한 소통에 있다고 말한다. 본교 심채연 제53대 중앙비상대책위원장(글로벌서비스 19)은 “학우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이를 반영한 사업 진행이 제53대 중앙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유진 미디어학부 학회장(미디어 19)은 “학우들의 편의를 보장하기 위해 의견을 수합하고 본부에 전달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학생회가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 중 10%(약 28명)였다. 이들 중 과반수는 학생회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로 ‘지난 학생회 활동의 체감률이 낮아서(56.3%, 약 16명)’를 꼽았다. 권나영(경영 21) 학우는 “학생회가 주도한 등록금심의위원회 성명을 통해 등록금을 돌려받은 것처럼 학생회 활동이 직접적인 이익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학우들이 많다”며 “학생회가 열심히 일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드러나는 게 없다면 학우들은 학생회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것이다”고 말했다.

원활한 학생회 구성과 운영을 위한 방안을 묻는 질문엔 ‘학생회 사업의 적극적인 홍보 및 참여 유도’가 응답률 64.8%(약 186명)로 해당 문항 답변 중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외에도 ‘학생들의 지속적인 관심 및 참여’ ‘학교 본부의 충분한 지원’의 응답이 모두 15.3%(약 44명)로 그 뒤를 이었다. 이는 학생회는 물론 학생과 본부가 함께 노력할 때 학생회 운영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위 그래프는 대학에 학생회가 필요한지에 대해 ‘매우 그렇다’부터 ‘전혀 그렇지 않다’ 중에서 응답하게 한 설문조사의 결과다.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순서로 응답률이 높았다.
 ▲위 그래프는 대학에 학생회가 필요한지에 대해 ‘매우 그렇다’부터 ‘전혀 그렇지 않다’ 중에서 응답하게 한 설문조사의 결과다.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순서로 응답률이 높았다.

 

▲위 그래프는 학생회의 구성과 운영을 위해 가장 필요한 노력은 무엇인지 조사한 설문조사의 결과다. 중복응답이 가능했으며, ‘학생회의 적극적인홍보 및 참여 유도’를 선택한 응답자가 64.8%(약186명)으로 가장 많았다. ‘학생의 지속적인 관심 및 참여’ ‘학교 본부의 충분한 지원'이 각각15.3%(약 44명)이었으며, 이외엔 ‘학교측과의 적극적인 대립과 항쟁’ ‘학생회의 투명성’ ‘취업난 해결' 등의 응답이 잇따랐다.
▲위 그래프는 학생회의 구성과 운영을 위해 가장 필요한 노력은 무엇인지 조사한 설문조사의 결과다. 중복응답이 가능했으며, ‘학생회의 적극적인홍보 및 참여 유도’를 선택한 응답자가 64.8%(약186명)으로 가장 많았다. ‘학생의 지속적인 관심 및 참여’ ‘학교 본부의 충분한 지원'이 각각15.3%(약 44명)이었으며, 이외엔 ‘학교측과의 적극적인 대립과 항쟁’ ‘학생회의 투명성’ ‘취업난 해결' 등의 응답이 잇따랐다.

침체기를 맞은 학생자치활동
이처럼 학생들이 학생회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각 대학의 학생회는 침체기에 빠져있다. 고질적인 학생회 인원 부족은 총학생회 선거 무산과 계속된 비대위 체제를 가져온다. 비자발적으로 결성된 비대위는 학생회 체제에 비해 다양한 공약이나 창의적인 사업의 수행을 이루기 쉽지 않다. 결국 학생자치기구의 역할이 축소되고, 학생회를 향한 학생들의 관심은 더욱 작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대학생들이 학생자치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다음 네 가지 핵심 단어를 통해 알아봤다. 

#진입 장벽
학생회의 폐쇄적인 이미지는 학생회의 진입 장벽을 높인다. 본교 학우들에게 학생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할 일이 많은 단체’ ‘업무 처리가 능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버틸 수 없는 곳’ 등의 답변이 돌아왔다. 화공생명공학부 학생회 소속인 오소연(화공생명공학 21) 학우는 “주변 친구들로부터 학생회 업무가 너무 힘들지 않냐는 걱정을 자주 듣는다”며 “소속감이나 선후배와의 교류 같은 학생회의 장점은 학우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대학에서 학생회 활동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여러 장점은 간과되고, 학생회 임원들의 많은 업무량만 부각되고 있다. 김민정 중앙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은 “학생회의 특성이나 진행 사업을 학생들에게 널리 알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
대부분의 대학에선 고학년만 총학생회장단 후보에 지원할 수 있다. 중앙대는 4학기 이상, 동국대는 6학기 이상, 본교는 4·5·6학기에 재학 중인 학생만 총학생회장단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그러나 1년이란 총학생회 활동 기간은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고 있거나 취업을 위한 대외활동 및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을 고학년 학생들에겐 부담이 된다. 최승민 중앙대 인문대학 학생회장은 “지금처럼 취업률이 낮은 상황에선 많은 학생이 학생회보다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다른 대외활동을 찾게 된다”며 “취업이란 현실의 벽 자체가 학생회 출마의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통 결여  
소통에 대한 본부의 소극적 자세는 학생자치단체의 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 학생회 임원 활동 경험이 있는 익명을 요구한 학우는 “학생회가 학우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대학 본부에 전달하고자 했으나 담당자가 부재중인 경우가 많았다”며 “담당자가 자리로 돌아오면 연락을 주겠다고 해놓고 실제론 연락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유진 미디어학부 학회장은 “매년 같은 요구사항을 대학 본부에 전달해오고 있다”며 “본부 측은 늘 요구사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하지만 결과적으로 바뀐 건 없어 매년 똑같은 내용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학우들의 요구에 대한 본부의 소극적인 대응이 반복되면 학생회는 학생자치활동 업무 전반에 의욕을 잃게 된다. 더불어 설문조사 참여자들은 설문조사만 실시하고 결과적으론 학교생활에 아무런 발전도 가져오지 못하는 학생회의 자치 능력을 의심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코로나19로 학생들이 학생회 활동을 비롯한 각종 학내 소식을 접하는 데 불편함을 겪고 있다. 과거 학우들은 본교 방문 시 게시판에 부착된 홍보물을 통해 쉽게 학생회 소식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학생회 활동 및 홍보가 비대면으로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학우 스스로 정보를 찾지 않으면 학생회 활동에 대한 소식을 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우는 “지난 2019년 5월 진행된 전체학생총회엔 무려 3천여 명의 학우가 모였다”며 “당시엔 대면 수업을 듣기 위해 현장 주변을 지나던 학우들이 총회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거나 학생회 활동을 하는 주변 친구들을 보고 학생회에 관심을 갖기도 하는 등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접근성이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익명을 요구한 학우는 “최근 캠퍼스로 등교하는 학우들이 줄어들면서 학생회 활동에 대한 관심이 많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학생자치 참여, 어렵지 않아요”
학생회와 학생들 간의 소통 부재는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불러온다. 학생회는 사업 진행에 관한 내용을 정리해 학생들에게 전달한다. 그러나 이런 일방적 소통은 학생회 업무에 대한 학생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없다. 원활한 학생자치활동이 이뤄지고 학생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길 원한다면 학생회와 학생 간 소통 창구 마련에 힘써야 한다. 

현재 대학사회 전반엔 학생회와 학생들이 교류할 기회가 필요하다. 학생회의 업무 결과는 모든 학생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업무 과정이나 방향을 결정하는 회의는 학생회 내에서만 진행된다. 최 회장은 “학교에서 진행되는 사업에 대해 학생회와 학생간 정보 격차가 너무 크다”며 “정보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회가 학생자치활동에 대해 가진 정보와 고민을 학생들과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교에선 지난 2019년엔 제51대 총학생회가, 2020년엔 제52대 총학생회가 학우들을 대상으로 총학생회 간담회를 진행했다. 본교 총학생회는 간담회를 통해 진행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사업을 소개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학우들과 질의응답 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사업안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학우들은 질문할 수 있었고, 질문에 학생회가 답변하며 서로 가지고 있던 소통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학교에 대한 학생의 소속감을 높인다면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가 높아질 수 있다. 학우가 본교로부터 느끼는 소속감은 본교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진다. 최윤선(시각영상디자인 20) 학우는 “코로나19 여파로 신입생 환영회 같은 행사가 전부 취소돼 학교에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웠다”면서도 “온라인 해오름제 같은 비대위 주최의 행사에 참여하며 숙명인이 된 느낌을 받아 좋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학우들은 학교 다이어리 배부, 눈송 하우스 행사 등 학우 자신의 소속감을 고취하는 행사를 통해 비대위 활동을 눈여겨보게 됐다. 

코로나19 시기는 그동안 거론되지 않던 학생 권리에 대해 주의깊게 살펴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해 많은 대학에서 등록금 반환과 교육권 침해 문제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본교를 비롯한 각 대학의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모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청와대, 교육부, 국회와 등록금 반환에 대해 논의하며 학우들의 기본권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온라인 대자보, 서명운동 등 학우들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비대면 소통 창구의 이용이 활발해지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변화된 학생자치 모습에 대해 김 회장은 “학생회에서 본부를 상대로 기자회견을 진행하거나 온라인 투표에 예상보다 많은 학생이 참여하는 등 학생자치에 대한 긍정적인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듯이 학생자치단체와 학생 간의 거리도 멀어졌다. 그러나 각 대학의 학생자치단체는 등록금 반환 문제, 교육권 침해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며 학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그들 역시 학생자치단체의 구성원이기 전에 우리와 같은 학생이며,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우리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다. 자신을 위해, 그리고 모든 학생을 위해 학생자치단체의 행보를 응원하고 학생 권리 보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해보는 건 어떨까.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소속 8개 대학으로 구성된 특별기획위원회는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자치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특별기획위원회 소속 대학의 재·휴학생 및 졸업생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응답기간은 지난달 19일(월)부터 29일(목)까지였다. 총 응답자 수는 28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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