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민을 미국으로 보내지 말고 여죄를 한국에서 받게 해 주세요.” 다크웹 운영자 손정우의 미국 인도청구 심사를 앞두고 그의 아버지가 청와대 국민청원 웹사이트에 게시한 청원문의 제목이다. 그의 아버지는 “(다크웹 운영은) 어릴 때부터 아픈 할머니 밑에서 외롭게 자란 아들이 용돈벌이로 시작한 일이다”고 아들을 대신해 변명했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징역 1년 6개월. 다크웹에서 생후 6개월 갓난아이부터 영·유아, 아동을 대상으로 폭행, 강간, 수간, 심지어는 신체를 훼손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 약 22만 건을 유통한 중범죄자의 최종 형량이다. 외국인 서버 이용자 일부가 최소 징역 5년형에서 최대 징역 22년형을 선고받는 동안 한국에 거주한 운영자 손 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전 세계 핵심 이용자 320명의 70%에 달하는 한국 이용자 223명 중 대다수는 집행유예 수준에 머무르는 처벌만을 받았다. 한국 사회에서 성범죄자와 그 가족이 손 씨의 부친과 같이 떳떳할 수 있는 이유다. 

 외국 이용자에 비해 현저히 낮은 손 씨의 형량은 성범죄에 관대한 우리 사법부의 부끄러운 현주소다. 1심 재판부는 나이가 어리고 초범인 데다 모든 성착취물을 손 씨가 제작·유통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아동기관 취업마저 허용했다. 손 씨가 저지른 범행의 위법성과 위험성을 인지한 2심 재판부에서 내린 판결마저 징역 1년 6개월에 그쳤다. 일부 언론에선 봐주기식 판결, 솜방망이 판결이 난무하는 사법부에서 1년 6개월은 무거운 형량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우리 사회에서 양형기준은 가해자를 대변할 뿐이다. 양형기준의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 범죄의 해악이 크고 그 수법 또한 잔혹하기 이를 데 없다면 초범임을 들어 형량을 낮출 수 있는지 재검토해야 한다. 속이 텅 빈, ‘반성하고 있다’는 범죄자의 변명을 양형기준으로 삼아도 괜찮을지 사법부 스스로 되물어볼 때다. 더 이상 집행유예 선고로써 사법부의 손으로 끔찍한 성범죄자를 사회에 내보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범죄의 해악을 외면하고 성범죄 양형기준을 반성하지 않은 사회에선 결국 n번방이 열렸다. 사법부가 반성하고 각성하지 않는다면, 성범죄 양형기준이 턱없이 낮은 사회에서 손 씨와 223인의 성범죄자는 또다시 자라난다. 눈을 가린 천마저 벗어던진 디케의 저울은 기울었다. 언론도 ‘솜방망이 처벌’을 입을 모아 지적하는 가운데, 사법부가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한다면 성범죄는 더 잔혹하고 지능적인 수법으로 진화할 것이다. 사법부는 다시 눈을 가리고 기울어진 저울의 수평을 맞추어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라는 법익을 수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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