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본교를 비롯한 대학 대부분에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은 비단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사태에서 오프라인 교육을 대체할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 아니다. 높은 교육비용과 이동비용이라는 오프라인 교육의 단점을 극복할 대안으로 떠오른 온라인 교육을 언론은 4차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수요를 맞출 적합한 교육방식으로, 또 대학을 교육기관을 넘어선 지식 기업으로 성장시킬 획기적인 수단으로 평가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은 대학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래선 안 된다. 대학은 학위 취득만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다. 대학에선 전공지식 그 이상을 배운다. 캠퍼스에서 이뤄지는 조별수업과 과제를 통해 학생들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적 업무수행능력을 배양한다. 학과별, 단과대별, 동아리별, 리더십그룹별 다양한 활동은 단순한 스펙을 넘어 ‘숙명인’이라는 소속감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교육이 온라인 교육에 밀려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학생들은 오프라인에서의 공통경험을 통해 숙명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함양한다. 과거 본교 익명 커뮤니티에선 욕설 금지와 더불어 서로를 ‘너’가 아닌 ‘송이’라고 부르도록 강제했었다. 아무리 익명이라지만 ‘우리는 언젠가 학교에서 마주칠 학우’라는 이유에서였다. 온라인 교육이 오프라인 교육을 압도해 ‘언젠가 마주칠’일이 사라진다면 학우라는 동질감과 연대의식은 희미해질 것이다. 숙명인이라는 이유로 보이지 않아도 서로를 존중하던 과거의 문화 역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만다. 선후배가 호흡하며 캠퍼스에서 쌓아온 역사와 전통이 끊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오프라인 교육의 부재는 관계의 단절로 이어진다. 온라인 교육이 오프라인 교육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음은 이러한 우려에서 비롯된다.

‘하나 된 숙명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선행돼야 하는 질문은 ‘우리는 왜 하나 돼야 하는가’다. 흔히 대학을 대학사회로 일컫는 이유부터 생각해 보자.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사회를 이루듯 대학생은 자신이 소속된 대학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네트워킹을 형성했다. 캠퍼스에서 이뤄지는 오프라인 교육이 전면 중단된다면, 관계를 기반으로 한 대학사회가 무너지는 것 역시 당연한 수순이다. 대학사회의 부재는 곧 대학생의 고충과 이익을 대변할 집단이 사라짐을 의미한다. 결국 숙명인은 하나 돼야 서로를 구할 수 있다. 공동체의 발전과 생존, 나아가 구성원의 발전과 도약에 있어 구성원의 소속감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용산구 청파로47길 100, 숙명여자대학교 캠퍼스가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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