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문화]

최근 페미니즘(Feminism)의 물결 속에서 여성들은 가부장제를 자각했고, 자기 자신을 자발적으로 한 남성의 삶에 묶어 놓는 결혼을 보이콧(Boycott)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들 스스로를 ‘비혼(非婚)주의자’라고 지칭하며 그동안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졌던 결혼이라는 삶의 양식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결혼을 ‘아직’ 하지 않은 상태를 지칭하는 ‘미혼(未婚)’과 이미 결혼했음을 뜻하는 ‘기혼(旣婚)’ 중 하나로 분류돼야만 했던 여성들은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담아 비혼이라는 단어를 창조해냈다. 그에 따라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들의 결혼에 대한 선택지가 ‘곧 한다’ ‘언젠가 할 것이다’ 그리고 ‘하지 않는다’로 확장됐다. 이제는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비혼주의자라고 일컬을 수 있다. 우리는 비혼주의자다. 그런데, 그 다음은?

비혼, 그 다음은?
숙명 여성주간의 둘째 날이었던 지난 12일, 비혼주의를 표방하는 유튜버 ‘혼삶비결(혼자가는 삶, 비켜라 결혼주의자들아!)’의 S와 A가 본교를 방문해 <여성의 비혼 결심, 그 다음은?>을 주제로 토크콘서트(Talk Concert)를 개최했다.

S와 A는 여성 혐오를 자각하고 비혼을 결심하게 된 과정, 번아웃(Burnout)을 극복했던 방법들 그리고 각자의 야망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후, 비혼 여성들에게는 경제력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1부를 마무리했다. 이후 이어진 2부에서는 쉬는 시간 동안 강연 참석자들의 사연이 담긴 쪽지를 읽으면서 사연자의 고민을 해결할 방법을 제시하거나 그의 상황에 공감하며 행사를 마쳤다.

결혼주의자
강연에서 S는 과거의 자신을 ‘결혼주의자’라고 지칭하며 여성 혐오적인 사회의 세뇌에 의해 결혼을 꿈꿨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결혼 적령기’보다 일찍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기르는 것이 과거 자신의 소망이었다고 언급하며, 페미니즘을 자각한 후 그것이 자신의 진정한 소망이 아닌 사회에서 주입한 것이었음을 깨닫고 비혼주의자가 됐음을 밝혔다.

‘여자의 진정한 행복은 가정이야’ ‘(결혼을 안 한다는 말에) 그런 애들이 가장 빨리 결혼하더라’ ‘여자라면 그저 애 낳고 남편 뒷바라지하는 게 최고지’ 등 여성이 남성과 결혼해 헌신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결혼을 ‘아직’ 안 했다고 생각하는 한국 사회의 통념에서 나온 여성 혐오적인 표어를 대라면 밤새도록 대고도 아마 끝이 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사회의 여성혐오를 꼬집기 위해서 S는 ‘결혼주의자’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비혼을 기본값으로 놓고, 결혼을 원하는 사람을 결혼주의자라고 부르며 그가 유별난 것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서다.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는 그의 저서 <자기만의 방>에서 한 여성이 정신적으로 오롯이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제적 자립이 필수 불가결함을 역설한다. S는 이를 언급하며 비혼 여성에게 무엇보다도 홀로 설 수 있는 경제력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여성과 남성이 결합한 ‘정상’ 가구, 신혼부부, 유자녀 가구에게 주로 돌아가는 경제적 혜택을 언급한 후 1인 가구, 특히 비혼 여성의 경제적 취약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여성과 남성 간 임금 격차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37.1%)인 데다가 화장품, 성형, 편리한 것보다 보이는 것에 초점을 맞춘 옷들과 같은 ‘코르셋(Corset) 산업’을 소비하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여성들은 목돈 모으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여성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사회에서 비혼주의자들은 먼저 충동적인 소비를 줄이고 차근차근 고정 지출을 줄이는 방법으로 목돈을 만들고 재산을 불려 나갈 방법을 찾기 위해 경제 공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주거라고 하면 지금 당장은 멀어 보일 수 있겠지만, 자기만의 방을 쌓기 위한 벽돌을 하나씩 마련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충분히 감당할 준비를 해야 한다.

                                                                                                   글로벌협력 19 박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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