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지금까지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면서 ‘종이 신문의 시대는 지났다’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숙대신보 기자로서 맞는 첫 번째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이었다. 취재원에게서 뉴욕 타임즈(The New York Times)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뉴욕 타임즈는 더 이상 종이에 연연하지 않아요”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나는, 아직 수습기자의 탈을 벗지 못한 상태였다. 속으로 몰래 ‘하필 내리막길을 걷는 분야로 발을 디딘 모양이다’고 생각했다.

종이 신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매번 언급되는 것은 바로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다. 디지털 퍼스트는 신문의 콘텐츠가 온라인을 통해 우선적으로 공개되는 것을 지향한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빠르게 전달돼 힘을 얻기 위해서다. 독자들이 원하는 소식을 빠르게 전해주기 위해 등장한 초창기 신문의 본질에 현대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뉴욕 타임즈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높은 신문으로 평가받는다. 3년 전 이맘때 유출된 혁신 보고서는 뉴욕 타임즈가 언론사로서 현대사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다뤘다. 방법은 역시 디지털 퍼스트였다. 뉴욕 타임즈가 분석한 디지털 퍼스트는 ‘1면 보도’ 중심에서 벗어나는 데서 시작했다.

1면을 벗어난다는 건 지면에 갇혀 있던 기사가 시간, 메시지, 형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지면을 벗어나면 30분 전까지 중요하지 않았던 기사도 지금 모두의 이목을 끄는 기사로 변할 수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금방 식는 기사는 인기가 식기 전 잠시 동안만 앞세우면 된다. 기사와 취재 과정을 유동적으로 관리하고 전략적으로 기사를 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디지털 퍼스트는 신문에 자유를 준다. 기사는 디지털 공간에서 어디든, 언제든 상관없이 활보한다.

사회 각계에서는 매년 미래를 예측할 핵심어를 꼽아본다. ‘소통’ ‘속도’ 두 가지가 빠진 적은 없다. 소통과 속도는 아주 오랜 옛날에도 사람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신문이 등장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때 종이는 첨단매체였다. 빠르고 원활한 소통의 중심에 있었고, 신문은 종이의 지위만큼 세련된 소통 방식이었다. 시대에 따라 필요한 소통의 방식은 변했다. 신문이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도구를 바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신문이 종이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이제야 열리게 된 새 길을 찾는 과정인지 모른다. 신문은 새로운 변화 위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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