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파면에 이어 구속까지 온 데에는 박 전 대통령의 범죄 사실 유무뿐만 아니라 불통의 태도도 한몫을 했다. 국민과 진솔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일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말의 의미는 단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듣는 사람의 귓속에 있다.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생각되는 말을 골라서 쓴다. 그렇지만, 듣는 사람은 자신이 생각할 때 그 말이 가진 ‘의미’라고 생각되는 것만을 골라서 듣는다. 그래서 말하는 사람은 ‘아’라고 명확하게 말했다고 생각하는데도, 듣는 사람은 ‘어’라고 했다고 생각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면 나의 진심이 잘못 전달됐을 때는 누구의 잘못인가? 말하는 사람의 잘못이다. 듣는 사람이 나의 진심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 사람이 잘못 알아들었다고 탓할 일이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의 목표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의미’를 공유하자는 데 있다. ‘의미’가 공유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야기를 할 때,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은 ‘화자 중심의 화법’이다. 듣는 사람을 염두에 두고 말하는 것은 ‘청자 중심의 화법’이다. 설득력 있는 말은 늘 듣는 사람 중심이다. 대화를 할 때는 듣는 사람 위주로, 연설에서는 청중 중심으로, 비즈니스에서는 소비자 중심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텍스트’를 전달하는 상황, 즉 ‘컨텍스트’에 맞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란 바로 이 ‘텍스트’와 ‘컨텍스트’의 조화에서 나온다. ‘텍스트’는 말하는 내용, 메시지다. 핵심적인 내용을 어떻게 하면 흡인력 있게, 설득력 있게 감동을 주면서 메시지로 구성하는가의 문제이다. ‘컨텍스트’는 그렇게 만들어진 메시지가 전달되는 상황이다. 상황에 맞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메시지’도 힘을 잃고 만다.

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 특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데는 표현이 중요하다. ‘수사(rhetoric)’라는 것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직설적으로 말해야 좋은 때가 있고, 간접적으로 표현해야 좋은 때가 있다. 이성적인 판단을 끌어내야 할 때가 있고, 감성에 호소해야 할 때가 있다. ‘공격’과 ‘수비’의 때가 따로 있다.

마음을 움직이려면 ‘수사(rhetoric)’를 적절히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힘 있는 메시지로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직설적인 표현만이 능사는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에는 콘텐츠와 스타일이 다 중요하다. 내용이 좋아야 포장도 할 수 있다. 말에도 내용과 포장이 다 중요하다.

대통령의 말은 보통 사람들의 말과는 무게가 다르다. 그래서 대통령의 말에는 앞뒤와 좌우를 고려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하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엄청난 무게를 갖기 때문에, 그 파장과 진동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작고한 레이건 대통령은 ‘위대한 커뮤니케이터’라는 별칭을 얻기까지 철저하게 전략을 세운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고수했다. 연설문의 한 줄 한 줄은 물론이고, 어느 부분에서 어떤 농담을 해야 적절할지까지 철저하게 전략을 짰다. 허튼 말은 한마디도 나올 수가 없었다. 물론 레이건 대통령의 뒤에는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전략 스텝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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