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2014년 4월 16일, 고등학교 3학년이던 필자는 수업 도중 세월호 침몰 소식을 들었다. 소란도 잠시, 전원 구조에 성공했다는 뉴스를 보고 우리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일처럼 다시 수업에 집중했다. 그것이 불러올 재앙을 미처 알지 못한 채 말이다. 모두가 안심하고 다시금 할 일을 찾을 무렵 세월호 안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을 구하러 올 구조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로부터 몇 시간이 지난 후 교실에 들어오신 선생님은 눈시울을 붉히셨다. ‘전원 구조’가 오보라고 밝혀진 것이다. 조용했던 학교가 충격에 휩싸였다. 충격도 잠시뿐, 온갖 매체에서 세월호 참사를 보도했지만 대학입시를 앞둔 고3 교실엔 침묵만이 가득했다. 처음엔 ‘곧 구조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다음엔 그보다 더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나’의 대학입시를 위해.

허나 세월호에 갇힌 사람들은 구조되지 못했고, 대학입시가 끝난 지(말하자면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3년이 지난 지금도 세월호는 여전히 오늘의 문제로 남았다. 배는 인양됐지만 진실은 여전히 침몰해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후 시민들은 이제 세월호의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진실을 인양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여러 차례 촛불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지금까지 온 국민이 애타게 바라왔던 인양이 진행돼 배의 모습을 3년 만에 확인했지만, 그럼에도 아직 풀리지 않은 세월호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침몰한 이유는 무엇인지, 어째서 탄핵이 이뤄진 후에야 인양하는지, 인양 업체로 왜 ‘상하이샐비지’를 선정한 건지, 미수습자 시신은 어떻게 수습할 건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아무도 해소해주지 않았다. 진실은 가라앉았다.

진상을 규명한다고 해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적인 재앙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요한 건 재난이 발생했을 때, 사고의 당사자들이 조치할 수 있는 대처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다. 지도자의 판단 능력만을 믿기에는 세월호 사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판단에 너무 크게 데이지 않았나.

당시 논란이 됐던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고 국민안전처를 신설해 새로운 위기관리 대응 방안을 만들었으나 이것이 효율적인 방안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 또 다른 인재(人災)를 만들지 않으려면, 무엇이 ‘사람’을 우선으로 놓고 생각한 방안인지 온 국민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재난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배는 물 위로 떠올랐어도 끌어올릴 진실이 우리 앞에 남아 있다. 위험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재난 대응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세월호를 인양했으나 세월호가 남긴 것들을 인양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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