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을 받고 직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가을 떠오른 최순실 게이트는 결국 현직 대통령을 파면으로 내몰았다. 게이트의 시작부터 탄핵 결정까지 언론은 사태의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숨가쁜 과정에서 국내 언론은 언론의 가지고 있는 칼의 양날을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논란 속에서도 JTBC의 태블릿 PC 보도는 결국 대한민국 언론 역사상 최고의 특종 기사로 자리 매김했다. 현직 대통령을 파면시킬 수 있었던 단초는 사실에 보다 다가서려는 언론사의 취재와 보도 노력에 있었다. 언론의 감시견 역할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계기가 된 것이다. 하지만 게이트의 일각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언론의 또 다른 속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선정성을 쫓는 하이에나 속성이다.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언론은 관련 뉴스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이렇게 언론사간의 보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조금이라도 주목을 더 얻으려는 언론들은 ‘단독 보도’를 남발하며 사건의 본류와 동떨어진 선정적 보도에 치우쳤다. 굳이 알 필요 없는 관련 사인들의 사생활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며 클릭 수를 늘려갔다. 인터넷 시대의 속보 경쟁, 클릭 경쟁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오보와 선정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사건이 막바지로 치달으며 “가짜 뉴스”가 등장했다. 이해집단들은 본인들의 주장을 뒷받침 하기 위하여 인터넷에서 날조된 뉴스를 그럴싸하게 만들어 유포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을 타고 가짜 뉴스들은 삽시간에 유포되면서 혼란을 부추겼다.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이를 유포시키며 본인들의 주장을 강변하는 경우가 나타났다.

최순실 게이트의 시작과 탄핵 결정까지 이처럼 언론은 양면적인 역할을 했다. 감시견의 긍정적인 역할도 컸지만 선정적인 보도, 오보, 가짜 뉴스의 범람은 국민들의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하였다.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언론사가 보다 저널리즘 원칙에 충실한 보도를 해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지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하게 시청자 및 독자들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언론을 대해야 한다.

인터넷 덕분에 언론사는 뉴스의 제작과 유통에 혁명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수용자 입장에서 인터넷에서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양질의 저널리즘을 구별해 내는 노력을 해야한다. 무비판적으로 단편적인 속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언론이 전하는 전체 큰 그림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수용자 입장에서 다양한 시각의 언론을 접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인터넷에서는 여러 가지 필터링을 통해서 본인이 듣고 싶은 뉴스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뉴스 소비 형태는 결국 진실에 대한 접근을 힘들게 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올바르게 볼 수 있는 종합적이고 비판적인 언론 읽기 안목을 키워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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