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증가하는 사회적기업들
교육, 보건, 환경, 일자리 창출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사익과 공익 사이에서
이윤이 아닌 윤리를 우선하며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는 그들을 주목해야”


한 개인의 이익이나 기업의 사익보다는 사회 구성원 전체를 위해 설립된 기업들이 있다. 바로 ‘사회적기업’이다. 사회적기업은 주주의 이익이 아닌 사회적 목적을 우선으로 추구하며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조직으로, 주로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처럼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애쓰는 사회적기업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6년도 기준으로 국내에만 1,578개의 사회적기업들이 있으며 27,923명의 사람들이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그 중 서울에 231개로 가장 많이 위치해있으며 경기, 전북이 189개, 84개로 그 뒤를 잇는다.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일하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 해도 자본으로 운영되는 기업인 만큼 현실적 측면에서 수익과 공익을 동시에 창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은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수익과 공익 두 가지의 균형을 맞추며 그 역할을 수행해내고 있다. 그 예로 영국의 사회적기업 ‘카페디렉트(Cafedirect)’가 있다. 카페디렉트는 13개국에 있는 39개의 생산자 단체로부터 원료를 구입하고 그 이윤을 생산자들과 지역 사회에 투자한다. 이 기업은 이를 통해 2006년에 2,160만 파운드(약 408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여러 사회적기업에 본보기가 됐다. 국내에도 이처럼 사회적기업의 취지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사례가 있다. 경상북도 상주시에 위치한 ‘희망세상보호작업장’이다.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좋은 직장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희망세상보호작업장은 전체 근로자 중 70%를 장애인으로 고용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자리를 잡은 이 기업은 2014년도 기준으로 19억6천800만원이라는 매출을 올려 사회적 이목을 끌었다.

사회적 목적을 우선하는 사회적기업의 긍정적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관심은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송남철 기획홍보팀장은 “이러한 관심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를 확산해야 한다”며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의 역할을 보다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 공감과 관심을 통해 이윤이 늘어날수록 윤리적 소비가 극대화되며 복지 서비스 확대와 일자리 창출 등에 끊임없이 재투자되기 때문이다. 또한 송 기획홍보팀장은 “판매로를 확대해 매출을 신장하는 것 또한 계속해서 국민들의 주위를 끌 수 있는 방법이다”고 말했다. 홈쇼핑, 백화점 입점 등 상품이 팔리는 길을 다양화하면 사람들이 보다 쉽게 사회적기업을 접하게 된다는 것이다.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다
사회적기업은 계속해서 성장 중이지만 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아직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남아 있다.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다. 송 기획홍보팀장은 “흔히들 사회적기업이라 하면 ‘낮은 품질’ ‘도움을 줘야 할 대상’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실제로는 체계적인 절차를 거쳐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품질 측면에서 일반 기업에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제공하는 재정 지원에 사회적기업이 의존하는 것 또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송 기획홍보팀장은 “재정 지원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기업의 자생력을 잃게 된다”며 “사회적기업이 스스로 핵심역량을 축적하며 지속성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은 먼 미래를 바라보며 장기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송 기획홍보팀장은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최대치로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정해야한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의 성장이 사회의 발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업의 이윤 창출이 아닌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에 의의를 두는 만큼 사회적기업의 책임은 점점 막중해지고 있다. 송 기획홍보팀장은 “사회적기업의 성장과 발전은 보다 나은 대한민국 건설에 필수적인 요소다”며 “사회적 기업을 통해 사회 통합이 가능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다
본지는 윤리적 패션과 윤리적 삶을 지향하는 사회적 기업 ‘오르그닷’의 김방호(남·39) 대표를 만나봤다. 오르그닷은 2009년에 설립된 의류 기업으로 지구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패션을 위해 세워졌다. 당시 인터넷 전문 기업 ‘네이버(NAVER)’에서 근무하던 김 대표는 안정적이고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삶을 뒤로 한 채 이와 같은 소규모 사회적 기업을 설립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줬으면 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생각으로 사회적 기업을 세운 김 대표는 “내게 사회적기업이란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이다”고 말했다.

국내에 ‘사회적기업’이라는 개념조차 들어서지 않았던 설립 당시 무렵,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찾아 나서기 위해 사회적 기업을 만든 6명의 청춘들 중 의류 전공자는 단 한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이끈 산업이 의류 산업이라는 점과 국내에 봉제사의 수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오르그닷이라는 패션 기업을 창립했다.

윤리와 패션을 적절히 결합해야 하는 만큼 김 대표는 상품을 만들 때 신중을 기한다. 그는 “회의를 할 때마다 직원들 모두에게 가장 추구하는 가치가 뭔지 묻는다”며 “문답을 하다 보면 그들이 진짜 만들고자 하는 것을 찾아내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오르그닷의 제품은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천으로 제작한 가방, 대나무로 만들어진 수건 등으로 다양하다. 김 대표는 “오르그닷의 제품들은 친환경적 방식을 사용했는가를 측정하는 ‘국제오가닉섬유기준(GOTS)’까지 모두 통과했다”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친환경적인 패션을 창조해내고 있는 김 대표가 가장 기쁨을 느끼는 순간은 오르그닷의 친환경 옷을 단체복으로 주문해 좋은 취지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다. 그는 “단체 행사 때 우리 옷을 입은 몇백 명의 사람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미소가 지어진다”며 “환경을 생각하는 옷을 입은 채로 의미있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뿌듯해진다”고 말했다.

더 큰 목적을 향해 나아가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해 패션계에 발을 들인 김 대표였지만 패션 산업계에는 그가 미처 알지 못하던 문제점들이 숨어 있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패션 산업에서는 사람을 소모품처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패션 산업에 뛰어든 후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 익숙한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사람을 잘 대우해야 좋은 상품이 나오고, 그러한 순환이 좋은 사회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결국 ‘디자이너스 앤 메이커스’라는 온라인 생산 플랫폼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디자이너스 앤 메이커스는 디자이너와 생산자가 온라인 상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체제로, 디자이너가 다양한 생산자를 검색한 후 그 중 최적의 생산자를 선택해 신속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김 대표는 “이 플랫폼을 이용하면 다소 귀찮을 수는 있지만 커뮤니케이션비가 절감돼 디자이너가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디자이너와 봉제사들에게 굉장히 높은 가치를 가져다 준다”고 밝혔다. 현재 이 플랫폼을 사용하며 윤리적 삶을 누리고 있는 디자이너는 브랜드 회사를 포함해 약 5~6000명, 봉제사는 약 500명 정도로 지금도 그 사용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점차 규모가 커지고 있는 오르그닷이지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요즘 친환경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라 고민이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가 좋지 않아 기업에서는 되도록 가격이 저렴한 물건들을 취급하고, 그러다보니 친환경 제품의 소비가 줄어 개발비 및 판매비가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리와 이익 사이에서 갈등이 생길 때마다 항상 윤리의 편을 든다는 그는 “돈이 안된다고 해서 친환경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며 “계속해서 하다 보면 서서히 밝은 전망이 보일 것이라 믿는다”고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윤리를 추구하는 기업 오르그닷의 지향점은 패션계, 더 나아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김 대표는 “디자이너들이 봉제사를 대할 때의 태도가 보다 좋아졌으면 좋겠다”며 “봉제사들 또한 그렇게 되면 훨씬 더 자부심을 가질 것이다”고 말했다. 오르그닷이라는 회사 자체가 자기 자신이라는 김 대표, 그는 “국내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옷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최종 목표다”며 “구매하는 사람들도 그 옷을 만든 사람을 존중해주고 믿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내 사회적기업들은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의 해결을 위해 취약계층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등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 기업은 여러 사회 문제들과 부딪히고 그 해결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힘쓰며 사회를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꿔 나가고 있다. 또한 교육, 보건, 환경과 같은 여러 공공복지 분야에까지 관심을 갖고 그 속에서 생겨나는 문제점들의 극복 방안을 마련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조금씩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사회적 기업, 이제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을 관심어린 눈으로 지켜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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