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 부문 심사평-심사위원 최시한(한국어문학부 교수), 박재민(한국어문학부 교수)

문화산업의 시대는 이야기의 시대이다. 우리는 각종 매체를 통해 스토리가 있는 것, 즉 이야기에 젖어 산다. 이야기라면 책에 담긴 소설만을 읽던 시대와는 판이하게 다른 세상이 된 것이다. 참가자들이 지은 짧은 이야기(꽁트)에도 소설보다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컴퓨터 게임 등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 많았다.

문화산업 시대의 작품은 상품의 성격을 지닌 것이 많다. 그래서 참가자들의 작품들도 전반적으로 제재의 참신함, 주제의식의 진지함 등이 아쉬웠다. 어디서 자주 본 듯한 이야기가 많아 고르는 게 부담이 되기도 했는데, 그러다보니 스토리의 완결성, 짜임새의 통일성, 서술의 치밀함 등과 같은 비교적 형식적 측면에 더 주목하게 됐다.

매화상을 받은 작품은 운전자의 시야를 가로막는 안개를 운전자 자신의 삶 이야기와 병치하면서 갈등을 풀어나간 서술이 매우 치밀하다. 스토리의 뼈대가 다소 약한 게 흠이었다. 청송상을 받은 작품은 어머니라는 인물의 내면 변화를 꽁트 장르에 걸맞게 담아낸 솜씨가 좋았다. 환상적 요소가 그럴듯함을 해치지 않게 사용됐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백로상을 받은 작품은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이 거슬렸다. 하지만 주제의식의 탄탄함, 자살사건을 먼저 삽입하는 구성의 짜임새, 안정되면서도 긴장감을 조성하는 회고투의 화법 등이 돋보였다. 기본적인 이야기 능력(스토리텔링 능력)을 고루 갖추었다고 보아 최고작으로 선정했다.

참신한 이야기는 참신한 생각에서 비롯된다. 비판적이면서도 창조적인 생각을 많이 해야 보다 개성적인 이야기를 지을 수 있다. 다르게 바라보고 새롭게 생각하는 태도를 지닌다면, 참가자들 모두 이야기를 짓는 더 큰 보람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