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부문 심사평-심사위원 정병헌(한국어문학부 교수), 이진아(한국어문학부 교수)

올해 제22회 숙명 여고문학상 백일장의 수필 부문에는 총 37명이 참여했다. 올해의 글제는 ‘첫사랑’과 ‘교실’이었는데, 여고생 특유의 감수성과 참신한 시선이 잘 드러나리라 기대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생각 같지 않아서 결국 백로상을 선정하지 못했다. 대신 청송상을 두 명 선정했다. 문학의 가치와 영향력이 예전과 같지 않음은 이미 절감하고 있는 바이지만, 참가자의 수도 참가한 작품의 수준도 점점 예년만 못함은 쓸쓸한 일이다. 구성의 완성도를 높이고 심미적 측면도 고려하면서 깊이 있는 성찰을 전제할 때 보다 감동적인 글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올바른 소통을 위하여 맞춤법이나 원고지 작성법을 바르게 익혀 반듯한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바란다.

작품의 심사에는 문장력, 구성력, 사고력 등의 기본적인 요소가 우선적으로 고려됐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선과 그로부터 시작된 사색의 깊이도 중요하게 평가됐다. 학교와 집을 오가는 쳇바퀴 같은 삶을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기에 요즘 고등학생들의 경험의 폭이란 게 다 고만고만하리라는 것은 이해하는 바이다. 그러나 글을 쓰는 일에 경험이 필수인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일상 속에서 보고 듣고 읽는 것에 대하여 제 스스로 생각해 보는 힘이 중요하다. 사물을 관찰하고 새롭게 바라보고 이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이번 심사는 글의 완성도보다는 가능성에 기준을 두었다. 청송상으로 뽑힌 두 편의 글은 발상이 새롭거나 구성력이 크게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일상에 대한 끈질긴 관찰과 사색의 결과를 그 나름대로 보여주고 있다. 소소하지만 행복했던 지난 시간을 환기하도록 만드는 교실의 힘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를 ‘타임캡슐’이라 부르거나, 교실 한 구석 한동안 내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바라보며 이곳을 떠나 더 큰 사회로 나간다고 하더라고 어디든 제 자리는 있을 것이라는 깨달음을 말하는 글은, 글쓴이의 또래들이 흔히 가질 법한 생각을 좀 더 깊이 있게 밀고 나간 힘이 느껴졌기에 높이 평가했다.

모든 지원자들에게 격려를 보내며 건필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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