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_최고은(창덕여자고등학교)
나는 아버지의 신발에서 태어났다
그것은 전업주부의 가죽으로 만들어져서 굽이 낮았고
실밥은 촘촘해서 비가 새지 않았다
아버지의 한 뼘만 한 발이 됐을 때
물수제비로 운을 띄우는 아버지 따라
꽃게 발로 돌다리를 두드리는 내 발은
아버지의 배에 술로 가득 찬 달이 들어서면
목주름이 자글자글한 아버지의 양말을 찢곤 해서
매듭이 서툰 아버지의 신발 끈은 쉽게 풀렸다
여름에도 까무잡잡한 양말을 신는 아버지는
쥐가 파먹은 색으로 발톱을 도색하며
맨바닥에 시멘트를 펴바르고
떨어뜨린 땀방울로 숨구멍을 틔웠다
니코틴 대신 디젤가스로 폐부를 채우는
아버지는 윤을 잃고 돌아온 신발에 고봉밥을 쌓고
발톱에서 돋아난 가시는 끝내
꽃을 피울 것이라는 목소리는 갈라져서
일터에서 주워왔다는 새 신발에 얼굴을 묻고
내 고향이 헐어지지 않도록
아버지의 신발을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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