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뒤처지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자주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뒤따르는 피로는 아이러니하게도 간혹 일종의 안도감과 우월감을 준다. 나 역시 밤샘이 일상이 된 학보사 기자 활동을 작은 사회생활이라 여기며, 묘한 우월감을 느끼기도 했다. 

부끄러운 자아도취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요즘 준비하는 거 있어?” 2학년이 되면서 부쩍 자주 듣는 질문이다. 내게 소위 스펙이라 불리는 어학 성적이나 교환학생 경험, 자격증 등은 너무나도 낯선 존재였다. 막연하게 필요함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지금 하고 있는 기자 활동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라고 합리화하며 등을 돌리곤 했다. 그리곤 반문했다. “벌써? 내년부터 준비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러나 마음 한 편에서 피어오르는 뒤처짐에 대한 걱정을 완전히 외면하기란 불가능했다. 비교에서 비롯된 ‘퇴보’의 궤도에 진입했다는 두려움은 물밀듯이 몰려왔다.

그간의 만족감은 빈약한 능력에 대한 과도한 자만에서 온 안도였을까, 혹은 감추기 위한 의도적 외면이었을까. 숨기고 싶었던 태만과 퇴보를 마주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이전보다 냉정하게 나 자신을 바라봤다. 뚜렷한 목표를 갖지도, 학업에 성실하게 임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우월감의 근원으로 표방하던 기자 생활에 열정을 갖고 충실히 임했느냐고 물으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도 없다. 가치관이나 글쓰기에 대한 진지한 고찰은커녕 매주 기사를 마감하기에만 급급했던 탓이다. 

스물하나의 끝 무렵에 시작한 행보에 대한 고찰. 안도감과 우월감이라는 벽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졌고 현실을 마주하기란 예상외로 힘들었다. 다이어리의 속지를 두 장만 넘기면 스물둘이 된다. 만족스럽지 못했던 스물하나의 삶처럼 스물둘이 되어도 뒤처짐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스물하나와 스물둘의 간극이 열두 장의 다이어리 속지에 불과한 것처럼 뒤처짐으로 인한 열등감과 불안감도 열두 장만큼의 시간이 흐르면 과거로 기억될 것이다. 매해 당신의 첫 장을 열등감과 불안감으로 써 내려가고 싶지 않다면 아팠던 만큼, 고찰의 가치를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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