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중앙대학교 박용성 전 이사장이 수시모집 당시 입학사정관들에게 지시한 내용이 화제가 됐다. “분 바르는 여학생들 말고 학교에 기부금도 내고 재단에 도움이 될 남학생들을 뽑으라”는 말이었다. 이에 반발해 여성단체 회원 20여명은 중앙대 정문에서 ‘분칠 퍼포먼스’를 행했고, 박 전 이사장은 모욕죄, 협박죄, 사립학교법 위반 등을 이유로 고소당했다. 중앙대 측은 “내부적으로 살펴본 결과 ‘분 바르는 여학생’이라는 표현은 사용된 적이 없고 남학생 우대 역시 사실과 달랐다”며 해명했지만 대중들은 이미 등을 돌린 뒤였다.

성평등이 강조되고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증가하면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전보다 훨씬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여성을 남성보다 못한 존재로 보는 사람이 남아있다. 실제로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문제가 됐던 옹달샘을 옹호하는 남자들도 꽤 많았을 뿐더러,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말인 ‘김치녀’라는 단어가 인터넷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것은 여성 비하, 또는 여성 혐오가 단순히 먼 곳의 얘기만은 아님을 일러준다.

‘여성 비하’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오갈 때 가장 놀랐던 것은 생각보다 여성 차별적인 표현들이 흔히 쓰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중에는 나 또한 너무 익숙해진 표현들이라 그냥 아무 생각이나 거리낌 없이 넘어간 것들도 많았다. 여성으로서 당연히 여성 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주변 사람들, 특히 남성들의 시선에도 개의치 않고 이를 고치고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이 많아졌다는 점이었다. 물론 도를 지나친 사람들이 간혹 있지만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인데도 유난 떤다는 듯 보는 시선이 두려웠던 나에게 그들의 큰 목소리는 충격이자 신선함이었고,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들을 보며 과연 나는 내 권리를 지키려 노력했는가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분 바르는 여학생’이 그렇지 않은 남학생들보다 모교에 기부를 적게 한다는 증거는 없다. 재단에 도움이 덜 된다는 증거도 없다. 시대착오적인 그의 발언은 어쩌면 여성들이 자신들을 비하하는 발언에도 그저 순응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여성들이 좀 더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잘못된 발언은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김나현(미디어 15)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