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진리의 상아탑이라 불리던 대학은 어느새 취업의 상아탑이 됐고 순수학문은 그 어디에서도 찾지 않는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했다. 언제부터 순수학문이 대학에서 가장 추구해야 할 가치가 아닌 가장 먼저 관심을 끊는 존재가 됐을까. 이에 조금씩 자취를 감춰가는 대학 내 순수학문에 대한 애도의 글을 남긴다.

지난 한 주 동안 대학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건국대학교 학과 통폐합 관련 소식을 전해 들으며 이는 비단 건대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중앙대학교도 지난 3월, 단과대 중심의 학사구조개편안을 내 놓았고 우리 대학도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한바탕 학제개편 전쟁을 치른 바 있다. 재정난을 겪던 지방 사립대에서 주로 이뤄졌던 대학 구조조정이 서울권 대학에까지 확산된 것이다. 이처럼 대학 내 학사구조개편은 거대한 파도처럼 미처 대비할 새도 없이 대학가를 덮쳤다.

대학들이 너도 나도 학사구조를 개편하려는 이유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구조개혁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경쟁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 첫 번째 희생양은 어문계열이나 인문학, 예체능과 같은 순수학문이다.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학과의 존폐 여부를 취업률이라는 잣대 하나로 평가할 수 있을까? 취업률은 4대보험이 적용되는 정규직만 공식집계 된다. 그래서 프리랜서가 대부분인 작가나 예술관련 직업은 취업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감소는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쳐도 그 대상이 순수학문에 치중된 것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대학은 ‘기업’이 아닌 ‘교육기관’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한들 대학에서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될 가치가 바로 지식의 탐구다. 단순히 학문이 좋아서 대학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학마저 등을 돌린다면 그들이 갈 곳은 점점 더 없어질 것이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듯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다. 주인의 이야기가 무시되고 권리가 빼앗기는 대학가의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스러져가는 순수학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학술부장 구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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