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한번 타기 어려웠던 과거에 비해 오늘날의 해외는 우리에게 익숙한 곳이다. 특히 대학생들은 해외봉사, 해외어학연수, 교환학생 등 해외로 나가는 경로가 더 다양해졌다. 고향을 떠나 가 본 낯선 곳은 몇몇 학우들에겐 아끼는 경험이었지만, 또 다른 학우들에겐 아까운 경험이었다.자신을 위해, 미래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다녀 온 학우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김민혜 학우가 처음 캐나다 생활을 시작했던 집에서 홈스테이 가족들과 함께 자세를 취하고 있다.

“반드시 해외로 갈 필요는 없어요”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나기 전, 한국에서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갈 걸 그랬어요” 김민혜(식품영양 12) 학우는 작년 1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10개월 동안 캐나다 벤쿠버 아일랜드의 빅토리아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그녀는 지인이 추천해준 유학원을 통해 알게 된 어학원에서 “생각보다 현지인을 만날 기회가 적었다”고 말했다. 섬이라 다른 지역보다는 한국인이 적었지만 학원생 수의 30퍼센트는 한국인, 20~30퍼센트는 브라질인, 일본인, 태국인 순으로 한국 국적이 가장 많았다. 일부러 한국인이 가장 적다는 곳으로 선택했는데도 말이다. “현지에서는 한국인을 많이 접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한국인이 많을수록 영어보다 한국어를 더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죠” 현지 언어를 배우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는 현지인 친구를 사귀는 것이다. 하지만 김 학우는 “막상 어학연수를 가면 현지인 친구 사귀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여자는 더 어렵다”고 말한다. “남자는 영어를 못해도 운동을 통해 현지인들과 친해질 기회가 있지만 여자는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친해지기 어려워요”

“차라리 현지인 친구를 사귀는 데에는 워킹홀리데이가 더 유리하다”고 김 학우는 말한다. 어학원은 대부분 유학생들을 더 많이 만나지만 워킹홀리데이는 일을 하면서 현지인을 만날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킹홀리데이도 영어를 어느 정도 하느냐에 따라 일하는 곳이 다르다. 김 학우는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은 인턴이나 외국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지만 영어가 서툰 경우에는 한인식당에서 주로 일을 한다”고 말한다. 한인식당에서 일을 하면 한국말을 더 많이 사용해 영어 실력이 많이 늘지 않는다. 결국 어학연수와 워킹홀리데이 둘 다 현지로 가기 전에 한국에서의 영어 공부가 어느 정도 돼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학우는 40년 전 캐나다로 이민을 온 영국계 캐나다인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다. 보통 중국인이나 필리핀인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가장 많이 한다. 김 학우는 “운 좋게도 친절하고 잘 챙겨주는 현지인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두 운 좋게 친절한 현지인을 만나진 못한다. 김 학우는 “같이 어학원을 다녔던 유학생 친구의 경우 홈스테이 가족이 식사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고 집도 더러워서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어학공부를 목적으로 해외를 다녀온 유학생들은 배운 영어를 잊어버릴까봐 다시 학원에 다니곤 한다. “어차피 한국에서 돈을 지불하고 학원을 다닌다면 굳이 해외로 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차라리 한국에서 계속 학원을 다니는 게 더 경제적인 것 같아요” “여행 이외의 목적으로는 다시 해외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김 학우는 어학 공부만이 목적이라면 적어도 2년은 넘게 다녀올 것을 추천한다. “공부에 목적을 두지 말고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라면 2~3개월 정도 짧게 다녀오는 것을 추천해요”

영어로 유창하게 말하고, 원어로 강의하는 전공 수업에서 발표도 잘 하고 싶어 어학연수를 자비로 다녀왔다는 김 학우. 그녀는 “어학연수를 다녀온 뒤, 영어 수업을 수강하는 것은 편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영어 발표는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 교육봉사를 도와주던 아프리카 아이들과 함께 밝게 웃고 있는 허예현 학우.

“열정을 가지고 임한다면 스펙은 따라오죠”
본교 4학년에 재학 중인 허예현 학우(사회심리 11)는 요즘 취업 준비에 한창이다. 1년 동안 교환학생과 해외봉사를 다녀와 졸업할 시기가 늦춰졌지만 그녀는 걱정하지 않는다. 허 학우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친구들에 비해 뒤쳐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2013년 여름, 허 학우는 영국 ‘University of Westminister’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6개월간의 런던 생활을 통해 영국의 여유로운 분위기와 개방적인 문화를 경험했어요” 6개월의 교환학생 경험은 해외에 대한 시야를 넓혀줬다. 교환학생을 마친 후 해외에서 좀 더 머물고 싶었던 그녀는 휴학을 결심하고 해외봉사를 다니기로 했다. “특별히 무언가를 바라고 간 봉사활동은 아니었어요. 그저 타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죠” 그 호기심 하나로 허 학우는 워크캠프 단체인 KVDA(Kenya Voluntary Development Association)에 무작정 해외봉사 신청메일을 보냈다. 그녀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해외 봉사지는 케냐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었다.

허 학우는 “부푼 기대를 안고 갔던 해외봉사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고 말한다. 봉사활동을 시작하고 첫 한 달 동안은 전기 공급도 제대로 되지 않는 케냐 국경 근처의 마을에서 생활하며 적응하기 힘든 순간도 많았다. “물이 부족하면 머리에 바구니를 이고 물을 뜨러 가야했고 샤워장이 따로 없어 야외에서 샤워를 해야 했어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육봉사를 하러 갔던 그녀는 공부를 가르치기보다는 벽돌을 쌓고 나무를 심으며 아이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힘썼다. 허 학우는 “때로는 열악한 상황 탓에 ‘이렇게까지 힘들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힘들었던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케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좀 더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적응하기 힘겨웠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허 학우는 해외봉사를 중단하지 않았다. 조그만 도움에도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에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현지인들과 어울려 다닐 때면 그곳에서 평생 봉사하며 살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한국에 돌아온 후 허 학우는 기업에서 주최한 멘토링 캠프의 멘토 모집에 지원했다. 면접에서 허 학우는 면접관들에게 아프리카 봉사 경험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고 결과적으로 멘토로 선발 됐다. 허 학우는 면접 당시를 떠올리며 “극한의 상황에서도 열정을 잃지 않은 점을 높이 샀던 것이 아닐까요”라며 웃었다. 여러 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어 갔던 해외봉사가 남들과 차별화시키는 허 학우만의 ‘스펙’이 돼버린 셈이다.

허 학우는 스펙을 위해 해외로 떠나는 현상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기업이 바라는 인재란 단순히 해외를 다녀온 학생이 아니라 그 경험을 통해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눈을 갖고 있는 인재”라고 말한다. 스펙을 위해 해외로 가더라도 본인 스스로 많은 것을 깨닫고 달라지는 계기가 된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덧붙여 그녀는 “그 경험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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