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인생, 당신의 오늘은 안녕하십니까? 

 

 

 

 

시간은 ‘돈’이다. 1시간은 4,860원이다. 4,860원에 시간을 팔고 웃음을 팔고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판다. “이 시대의 아르바이트생들은 일주일 근무시간도 스스로 계획하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만 일하고 있다”는 선언문과 함께 지난 6일 서울 지역 6개 대학교 학생들이 참가한 ‘대학 아르바이트 노조’가 공동 출범했다. 교내 근로장학생과 학내 입점업체 아르바이트생조차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 학교 밖의 수많은 아르바이트생들, 오늘 하루 별 탈 없이 무사했을는지. “당신의 오늘은 안녕하십니까?” 

 

 

 

 

◆ 내 이름은 ‘아르바이트생’

 아르바이트는 노동·업적을 의미하는 독일어 ‘Arbeit’에서 유래된 말이다. 처음에는 학생이나 직업인이 본업 이외의 수입을 얻기 위해 하는 일을 뜻했으나 현재는 시간제 근무 또는 계절적·일시적 형태의 일도 아르바이트에 포함한다. 일정 시간을 정해서 일하는 방식이다.  

 학업·대외활동·취업준비 등으로 충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오늘날의 대학생들. 그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7개월 전부터 편의점에서 일을 하고 있는 고 씨(여·20)와 프랜차이즈 가게에서 홀서빙 및 청소를 한지 1년이 넘은 이 씨(여·21)는 용돈을 벌기 위한 경제적인 목적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대학생이 된 후 지출액이 커졌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에는 경제적인 목적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백화점, 호텔, 카페, 통역, 각종 행사 스태프 등 단기와 장기를 아우르는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정 씨(남·21)는 아르바이트를 선택할 때 ‘경험’을 가장 우선순위에 둔다고 밝혔다. 아무리 시급을 많이 주는 일이라도 아무것도 배울 수 없는 단순노동은 하지 않는다. 아르바이트를 사회 경험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지켜지지 않는 근로기준법

그렇다면 아르바이트생들이 처한 상황은 어떤 모습일까. 근로계약, 최저임금, 근로시간 및 휴식, 해고시기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은 헌법에 의거해 설정한 근로조건의 기준으로 근로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고 향상시켜 균형적으로 국민경제를 발전시킬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12년 아르바이트 실태점검’ 결과에 따르면, 919개 사업장 중 근로조건 명시, 최저임금 주지의무 등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사업장이 789개소(85.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실제로 아르바이트 현장에 놓여있는 고 씨와 이 씨, 정 씨에게 근로기준법의 내용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근로기준법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고 씨와 정 씨는 대부분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최저시급이 얼마인지 정도만 알고 있었다. 이 씨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이전에 알지 못했던 4대보험 의무가입, 연장 근로 수당, 야간 수당 등의 대략적인 내용을 알게 됐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과 큰 차이는 없었다.  

 근로기준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근로기준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편의점에서 일하는 고 씨는 최저임금 4,860원에 한참 못 미치는 시급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수습기간에는 3,000원, 그 이후에는 3,500~4,000원을 받고 있었다. 고 씨와 정 씨는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을 받지 못한 일이 많았다고 한다. 또, 학교생활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이 씨의 경우, 새벽에 일하는 날이 많았지만 야간 근로 수당을 받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1년 이상 같은 곳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다. 

 이들의 일터에서는 최저임금과 초과근무수당 이외의 부당한 일도 벌어지고 있었다. 고 씨가 일하는 편의점에서는 마감할 때 당일 총수익에 대한 영수증과 현금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영수증의 금액과 현금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아르바이트생들이 돈을 모아 차액을 메꿔야 한다. 그러던 어느 날은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다음날 돈을 채워놓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고 씨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통보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느꼈다. 또, 이 씨가 일하는 프랜차이즈 가게에서는 함께 일하던 19살의 고등학생이 사업주에게 퇴직금을 요구했지만 무시당하는 일이 있었다. 고 씨와 이 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부당한 일을 당해도 일을 쉽게 그만둘 수 없다고 답했다. 당장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이 더 좋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비교적 다양한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정 씨는 추가근무수당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면 ‘새로운 일을 배운다’라는 생각으로 버티거나 일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이 잘 지켜지고 있는 사업장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의류행사 관련 일을 하면서 좋은 관계를 맺게 된 고용주와 정 씨는 지금도 연락을 지속하고 있다.  

 

◆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장전

이와 같이 아르바이트가 좋은 경험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아르바이트생의 권리는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난 9월 23일, 서울시는 청년의 권리(8개)와 사용자가 지켜야할 의무(12개), 서울시의 책무(6개) 등 총 26개 조문으로 구성돼 있는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장전』을 선포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권리장전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사업장에서 실제로 준수되도록 해 건강한 아르바이트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라 밝혔다. 서울시는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장전 선포와 협약 체결을 시작으로 아르바이트 청년권리 보호체계를 구축하고, 실효성 확보를 위한 본격적인 지원을 펼칠 계획이다. 먼저 서울시는 ‘서울형 표준근로계약서’를 기업과 청년에게 배포해 그동안 관행적으로 구두로 진행되던 계약방식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근로기준법·노동사건 처리절차·노무관리 과정 등의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부당한 처우로 인한 피해를 해결해 줄 ‘알바신고센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아르바이트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건강검진과 ‘행복한 첫 일터 만들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장전』 선포에 대해 이 씨는 “아르바이트생들의 권리 신장을 위한 발표라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아르바이트생은 특성상 노동조합을 구성해 의견을 피력할 수도 없고, 근로조건개선과 시급인상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 강경한 규제가 아닌 이상 추상적인 내용에 그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고 씨 역시 “큰 도움은 되지 못할 것”이라며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장전』의 효과를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실제로 지켜지지 않을뿐더러 이를 아는 사람 또한 적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고 씨뿐만 아니라 이 씨와 정 씨 모두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장전』선언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권리장전의 내용을 읽어본 정 씨는 “권리에 대한 이야기는 있지만 처벌이나 민원접수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생각하는 아르바이트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이 씨는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가장 열악한 점으로 ‘동기부여가 전혀 되지 않는 것’을 꼽았다. “실제로 일을 할 때, 인간으로서의 존중을 받지 못하는 것처럼 느낄 때가 많다”며 “사실상 아르바이트생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권리를 지키는 법에 대해 무지하다”고 말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근로기준법과 사업자가 준수해야 할 가이드라인을 고용주가 아르바이트생에게 의무적으로 제시하도록 규제하기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고 씨는 “가게나 공장 등 현장에 지켜야 할 사항들을 정확히 명시해야 한다”며 공감을 표했다. 또, 정부가 부당대우에 대한 신고를 장려하고 근로기준법에 대한 공익광고를 실시하길 원했다. 고 씨는 “지켜지지도 않고 알려지지도 않은 유명무실한 법은 상황을 개선시킬 수 없다”며 “하루빨리 모든 근로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근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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