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 후後 - 또 다시 시작된 수강정정 오류

‘꼭두새벽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 8시 정각, 칼같이 시스템 접속을 눌렀다. 그러나 보여지는 화면은 도넛이 돌아가는 모양의 대기화면 뿐이었다’
사전 수강신청에서 탈락과목이 많았던 최모 학우. 그녀는 선착순으로 진행되는 수강정정 날인 28일 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28일, 접속오류 문제가 발생한 블루리본시스템으로 인해 정정기간은 28일 오후에서 다음날 오전. 또다시 오후로 변경됐고, 최모 학우는 연장된 기간내내 컴퓨터 앞을 떠날 수 없었다.

▲ 이번 수강정정에 참여한 6,400여명의 학우들 중 다수가 서버 다운으로 인해 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었다.                                                                            <그래픽=한지민 기자>

 

블루리본 시스템으로 인한 수강신청 대란 사태가 또 다시 발생했다. 지난 달 28일 오전 8시. 선착순으로 진행될 수강신청을 하기 위해 한꺼번에 몰린 신청자들의 접속을 이기지 못하고 서버가 다운됐다.
지식정보처는 서버 복구를 위해 수강신청 시간을 오후 8시로 변경했다. 그러나 오후 8시가 돼서도 서버는 복구되지 않았다. 정보처는 학내 홈페이지에 다음 날인 28일(화) 오전 8시에 다시 수강신청을 진행하겠다고 공지했지만, 다음 날도 수강신청은 정상 운영되지 않았다. 아이디phil*** 학우는 학내 홈페이지 게시판에 ‘4시에 수강 정정을 위해 시스템을 켰지만 또다시 대기화면만 뜨고 접속이 안됐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어 게시판에는 같은 접속 불량 문제를 겪고 있는 학우들의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문제는 접속 오류뿐만이 아니었다. 학사지원팀에서는 학생들의 편의를 돕고자 수요가 높은 수업들 중 여석을 늘릴 수 있는 수업을 각 학과 사무실에 연락해 조사했다. 이후 학사지원팀은 증설이 가능하다고 답한 학과 수업의 여석을 늘렸다. 그러나 일부 학과에서 늘린 여석을 임의대로 다시 줄여, 추가로 신청한 학생들에게 수업을 취소해 달라는 통보를 내리기도 했다. 수강신청이 시작된 27일부터 이틀 간 학내 홈페이지에는 이 같은 불편을 겪은 학우들의 글 200여개가 연이어 올라왔다. 심지어 블루리본시스템을 풍자한 ‘불구리본’이라는 속칭이 홈페이지 내에서 학우들 간 공공연하게 사용되기도 했다.

 

중요도 높은 수강신청. 보다 신속한 대처와 사전공지 원하는 학우들

선착순으로 진행됐던 수강정정이기에 학생들이 느낀 불편은 더욱 컸다. 오이슬(일본학 11) 학우는 “언제 다시 접속될지 모르기에 연장된 기간 내내 식사도 제대로 못한 채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다”며 “여석 증설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접속이 됐다 하더라고 신청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기간 내내 서버 불안정으로 점검과 기간연장이 반복되자, 학우들 사이에서는 급기야 블루리본시스템을 담당하는 외부업체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불거져 나왔다. 이에 총학생회에서는 29일, 학교 측에 ‘블루리보시스템 관련 개발업체와의 계약내용을 공개요청한다’며 ‘또한 학우들의 피해를 대변해 업체에 보상을 요구할 것을 촉구한다’는 공문을 전달했다.접속오류 및 수강신청 대란은 이번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존의 학사시스템에서 블루리본시스템(ERP시스템)이 도입된 2011년 3월 당시부터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접속오류문제는 계속 되고 있다. 시스템 도입 초기에 발생했던 수강신청 접속 오류에 지식정보처는 당시 문제의 원인을 “기존 시스템에서 정보를 옮기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돼 서버 과부하가 발생했다”며 “시스템을 빠른 시일 내에 학교에 맞춰 안정화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또 다시 발생한 접속 오류 문제에 대해 지식정보처는 “전과 같은 수강신청 문제를 막고자 도입했던 순번대기 시스템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했다”며 “수강신청을 원활하게 하고자 도입했던 시스템에서 오히려 문제가 발생해 매우 당혹스러우며 불편을 겪게 해 죄송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ERP시스템, 보안 좋고 정보처리 용이하나…안정화까지 시간걸려

블루리본시스템은 학사통합관리가 가능한 ERP시스템을 말한다. 이 시스템은 정보처리가 용이하고 학생정보 보안 수준이 높다는 장점이 있어 많은 기업과 대학 내에서 사용되고 있다.
본교의 경우도 점차 증가하는 학사 자료를 보다 안전하게 관리하기위해 기존 시스템인 인트라넷보다 많은 이점을 갖춘 ERP시스템을 지난 해 3월 도입했다.
그러나 ERP시스템은 해당 기관에 맞게 시스템을 바꾸는 데 일정한 기간이 필요한 시스템이다. ERP시스템 개발업무를 맡고 있는 사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도입 후 해당 기업 혹은 학교에 맡게 지속적으로 개발하면서 안정화 시켜야 하기 때문에 짧게는 3개월에서 1년이 넘는 안정기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가치인정 받으려면 면밀한 안정화 추진과 문제예측 필요한 시점

그러나, 학사관리 시스템을 통해 수강신청, 학사정보 확인 등을 계속 이용해야 하는 학우들의 입장에선 무작정 불편을 감수하며 안정화를 기다릴 수는 없는 실정이다. 이번 수강신청기간에 불편을 겪었다던 김지선(인문 10) 학우는 “불편을 겪지 않게 시범운영을 해 안정된 후 도입하거나 도입 후 발생될 문제들에 대해 미리 대책을 마련 해놓았다면 이번 수강신청사태와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도입초기부터 현재까지 계속되는 시스템 오류문제에 학우들은 ‘지금같이 접속 오류로 인한 수강신청 대란문제가 발생할 바에는 차라리 이전 시스템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반응이다. 양지선(미디어 08) 학우는 “사전 점검을 통해 최대한 문제 발생을 막고, 발생 시 신속한 원인규명과 공지를 통해 학우들이 무작정 기다리는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했음 한다”며 “또한 학교 측에서 수강신청 전 예비신청을 통해 학생 수요를 미리 파악해 여석을 조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식정보처는 “이번 서버오류 문제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분석중이다”며 “오는 5일부터 다시 시작될 수강정정기간 오류를 막기 위해 4일, 부하테스트를 거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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