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은 지금 진화 중

 

▲ 왼쪽부터 정철연의 웹툰 <마린블루스>, 김풍의 <폐인가족>, 강풀의 <순정만화>, 조석의 <마음의 소리>, 호랑의 <봉천동 귀신>.

 

 

  2000년대 초반, 만화책을 인터넷 화면에 그대로 옮긴 것에서 시작된 웹툰은 이제 독자 100만 시대를 맞이하며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중이다. <봉천동 귀신>과 같은 기술적인 진화에서부터 문화 콘텐츠로서의 진화까지, 이제는 웹툰(Webtoon)이 단순히 웹(Web)상에서 제공되는 만화(Cartoon)의 개념이 아닌 그 자체로서 독자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에피소드 위주의 연재식 웹툰은 1998년에 등장한 <마린블루스> 혹은 <스노우 캣>과 같은 소위 ‘웹툰 1세대’에서부터 이어져왔다. 초기의 웹툰은 작가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연재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던 중 캐릭터 전문 사업체 ‘킴스 라이센싱’은 2001년 당시 열풍을 일으키던 웹툰 <마린 블루스>를 자신의 웹페이지에서 만화를 연재하도록 하고 작가에게 일정 원고료를 지불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부터 지금과 같이 포털 사이트에서 전속 웹툰 작가를 고용하는 제도가 정착하게 된 것이다.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보급화에 따라 웹툰을 보는 방식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존의 웹툰을 보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야만 했다. 그러나 요즘은 웹툰 어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으면 언제 어디서나 만화책을 보듯이 웹툰을 볼 수 있게 됐다. 이렇듯 웹툰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늘어나면서 드디어 웹툰은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마린 블루스>에서 <봉천동 귀신>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이토록 웹툰을 진화시키고 있는 것일까. 가장 두드러진 원인은 바로 기술의 발전이다. 특히 웹툰은 작품을 표현하는 기술에 있어서 큰 성장을 이뤘다. 앞서 소개한 웹툰 <봉천동 귀신>은 표현 기술 발전의 대표적인 예다. 호랑 작가는 태그*를 이용해 자동으로 스크롤바가 내려가게 하고 3D 그래픽으로 입체 효과를 주는 등 만화 이곳저곳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 장치를 했다. 한편 <은하수의 히치하이킹>이라는 웹툰에서는 실제로 만화책장을 넘기는 효과를 구사해
아날로그적 감성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지금의 웹툰은 평면적인 전달 방법에 만족하지 않는다. 컴퓨터라는 매체를 백배 활용해 음향 효과는 물론 3D 그래픽까지 다양한 표현 방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표현 기술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겨 있는 콘텐츠의 질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웹툰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강풀 작가의 <아파트>나 <순정만화> 등은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자랑하며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현재 다수의 웹툰이 영화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웹툰이 단편적인 오락거리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독자 사이 잇는 댓글, 독특한 인터넷 문화 만들기도

  또 다른 진화의 원동력은 바로 ‘댓글’에 있다. 웹툰이 있는 곳엔 언제나 댓글이 따라다닌다. 댓글은 웹툰 작가와 독자, 혹은 독자와 독자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어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독자들은 서로 작품에 대한 감상을 나누기도 하고, 각자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에 대한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작가들은 그 중 톡톡 튀는 댓글을 작품 속에 담아 독자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한다. 이렇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웹툰일수록 댓글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때문에 댓글수가 곧 인기를 나타내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독자들의 댓글이 웹툰과 유기적으로 결합돼 강한 파급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조석 작가의 웹툰 <마음의 소리> 독자들이 전파시킨 ‘차도남’이라는 단어다. ‘차도남’은 ‘차가운 도시 남자’의 줄임말로, <마음의 소리> 주인공의 한 대사에서 시작됐다. 주인공은 “난 차가운 도시의 남자.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라며 드라마 속 인물을 흉내 낸다. 요즘 시대의 이상적인 남성상을 재치 있게 표현한 이 말에 흥미를 느낀 네티즌들은 ‘차가운 도시 남자’를 줄여 ‘차도남’이라 부르며 유행어처럼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작가가 직접 그 단어를 작품에서 사용하면서 더욱 빠르게 번져 나갔다. 그 결과 ‘차도남’은 인터넷 상에 떠도는 은어에서 벗어나 TV 방송에서까지 공공연히 쓰이는 하나의 신조어로 자리 잡게 됐다.

다양한 웹툰 관련 상품 OSMU의 새로운 가능성 열어

  한편 웹툰은 작품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인기를 얻은 웹툰은 단행본으로 출판이 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단행본은 출판업계 수익에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웹툰 캐릭터를 활용한 팬시 용품들 역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웹툰 원작의 영화는 이제 놀랍지도 않을 지경이다. 이렇듯 하나의 소재로 여러 관련 상품들을 파생시키는 OSMU(원소스멀티유즈)로서 웹툰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빛나는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웹툰은 계속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여러 작가들이 하나의 주제를 놓고 각자 다른 이야기를 창작해내는 ‘멀티 플롯 프로젝트 웹툰’부터 웹툰의 그림들을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와 함께 겹쳐 보여주는 ‘보이스 웹툰’까지 점점 더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는 중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과연 어떤 ‘제2의 봉천동 귀신’이 우릴 깜짝 놀라게 할지 벌써부터 흥미진진해진다.


*태그 : 인터넷 웹페이지를 구성하고 있는 HTML이라는 형식의 파일에 음악, 애니메이션, 이동 등의 작업이 실행되도록 명령을 입력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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