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32호에서 기사화한 여성 할례는 4,000여 년간 아프리카와 중동 여성을 괴롭혀온 무시무시한 전통이다. 이 의식으로 인해 많은 여성들은 정신적ㆍ육체적 후유증을 겪으며 심지어는 생명을 잃기도 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처럼 많은 여성의 생명을 담보로 수천 년간 지탱돼온 이 전통은 납득할만한 이유를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할례를 행하는 이도, 당하는 이도 왜 이런 의식을 치러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조차 품어본 적 없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적이다.


여성 할례는 전통이 맹목적으로 답습된 대표적인 예다. 한 사회 내에서 긴 세월에 걸쳐 전통이 유지되다 보면, 사회 구성원들은 그것의 옳고 그름을 가릴 틈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것은 때때로 독선이나 독단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 사회 발전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남존여비 사상의 전통이나 불필요한 허례허식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전통은 잘만 가공되면 사회 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다. 과거의 민간치료요법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의학으로 발전한 것이 바로 그 예다.


전통이 보다 바람직한 것으로써 기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각의 전통이 갖고 있는 계승 가치, 즉 전수해야 하는 당위성을 찾으려는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당위성을 찾는 과정에서 맹목적인 관습을 발견했다면 시정하거나 과감하게 버릴 수도 있어야 한다. 전통에 이러한 수정 작업을 가해야 하는 이유는 아무리 전통의 대부분에 조상들의 얼과 지혜가 담겼다고 할지라도 모든 전통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전통이 아닌 인습에 불과하다면 그것을 곧이곧대로 계승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전통은 존재 자체만으로 의미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영위하는 구성원들에게 바람직한 가치를 전수할 수 있을 때 전통은 가장 큰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전통이 우리의 현실 사회에서 어떠한 기능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분석과 해석이 필요한 때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 아름다운 전통이 가득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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