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AI의 발전이 날로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정보 검색부터 고민 상담까지 AI로 가능해지면서 우린 ‘극효율’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인간이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아도 몇십 초안에 근사한 결과물이 나타난다. 하지만 필자는 AI의 놀라운 능력을 경험할수록 도구를 넘어 삶 속으로 침투를 당하고 있단 꺼림칙한 감정을 느낄 때가 많다. 일 처리 속도는 증가했지만 사회 속 느림의 미학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때때론 비생산적인 과정이 결과의 가치를 더 빛나게 해준다. 지난 학기 AI와 낭만의 상호 작용을 다룬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교수님께선 인공지능으로 높은 효율이 가능해지자 사람들이 인간의 수작업에 오히려 감성과 낭만을 느끼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말씀하셨다. 한 배우의 작품 대사를 일일이 짜깁기해 노래를 만든 유튜브(Youtube) 영상이 큰 인기를 얻은 사례가 그 예시다. 필자도 이에 크게 공감한다. AI로 세상이 극효율로 변하면서 그만큼 낭만 있던 과정과 절차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한편에서 생겨나고 있지 않은가.

작년 필자는 친구 따라 필름 카메라를 구매했다. 4만 원이나 주고 구매한 이유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 느림과 번거로움의 미학에 빠져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필름 카메라는 따로 필름을 구매해 손수 갈아야 한다. 공들여 찍은 사진을 확인하기 위해선 직접 현상소에 방문해 인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화질도 스마트폰의 사진 화질에 비하면 흐릿하다. 하지만 이 모든 불편함이 필자가 필름 카메라를 좋아하는 이유다. 찍는 과정이 편리하지 않아도 차근차근 이뤄내는 재미가 있다. 꼭 고품질의 사진이 아니어도 필름 카메라의 흐릿한 사진이 주는 감성이 있다.

하루 빠르게 변화하고 극효율을 좇는 시대에 필자처럼 이유 모를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럴수록 편리함만큼 중요한 느림과 기다림을 삶 속에서 찾아야 한다. 때론 불편함과 번거로움의 과정이 인생을 빛내주는 낭만의 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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