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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안전가옥)
(사진제공=안전가옥)

세상이 끝나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사랑이다. 「마지막 증명」은 우주 저편에 있는 양서아에게 끝없이 답장 없는 이메일을 보내는 물리학자 백영의 이야기다. 각 장은 수학적 개념으로 구성돼 있지만 그 숫자 너머엔 마음의 무게와 깊이가 담겨 있다. 18억 명이 사라진 대재앙 속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에게 닿지 않는 시간과 공간을 건너 마음의 빛을 보낸다.

이 소설은 과학이 다다르지 못하는 영역, 마음이란 미지의 세계를 섬세하게 탐험한다. 백영과 양서아의 이야기는 단순한 SF가 아니라 사랑과 희망을 전하고 절망을 견디는 인간의 굳건한 의지다. 수학과 물리학의 언어로 짜인 이 소설 속에서 마음은 단순한 감정을 넘어 우주를 잇는 증명이 된다.

마음이 현실의 법칙에 개입하지 못한다고 해서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꾸준히 보내는 빛이 누군가에게 닿고 누군가는 그 빛을 받아 답장을 보내리란 믿음. 이 믿음이야말로 작품이 전하는 가장 따뜻한 선물이다. 끝나지 않는 우주 속에서도 사랑은 끝내 우리를 이어주는 끈임을 잔잔히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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