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심주용 기계시스템학부 교수는 지난 5월28일(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2025 글로벌 기초연구실 사업’의 연구 책임자로 선정됐다. 해당 사업은 국가 차원에서 연구 역량과 비전을 인정받아야 선정되는 과제로 향후 5년간 약 15억 원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이어간다. 연구팀의 책임자인 심 교수는 로봇공학과 신체 공학을 융합하는 연구를 통해 인간 친화적인 기술을 모색하고 있다. 학문적 호기심에서 출발해 세계 각지를 거쳐 본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심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학도의 시작
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이 많던 본교 심주용 기계시스템학부 교수는 물리와 수학에 매력을 느끼며 공학에 관심을 키워왔다. 학부 시절엔 다양한 수업과 동아리 활동을 통해 협업의 기쁨을 배우고 스탠퍼드 유학 시절엔 세계적 연구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연구 기반을 다졌다. 그의 여정은 한 발짝씩 연구자로 나아가는 길이었다.
Q. 학부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나 활동은 무엇인가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에서 들은 창의공학 설계 수업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당시 과제로 계단을 내려가는 로봇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는데 처음엔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죠. 원인을 찾기 위해 밤새우며 고민했던 적도 있어요. 그 과정에서 팀원들과 소통하며 문제 해결 방법을 함께 찾아나갔죠. 시행착오 끝에 결국 로봇을 완성했을 때 큰 성취감을 느꼈어요. 그 경험은 지금까지도 뚜렷하게 기억에 남아있죠.
Q. 동아리 활동도 활발히 하셨다고 들었어요.
학부 시절엔 전공과 관련된 동아리 활동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로봇 동아리, 비행기 동아리와 같은 공학 동아리에서 활동했죠. 비행기 동아리 활동 당시엔 대회 참여를 위해 수직이착륙 비행기를 제작해 보기도 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사람만큼 큰 비행기를 직접 만들었죠. 아쉽게도 안전상의 이유로 실제로 비행기를 날리지는 못했지만 설계부터 제작까지 직접 해보며 공학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어요. 또 밴드 동아리에선 기타를 치기도 했어요. 전공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협업하는 즐거움을 배웠던 것 같아요.
Q. 스탠퍼드 유학 시절 일상에서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인가요?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는 열망 속에 갔던 유학 생활 중 연구실에서 하루 종일 실험과 토론이 이어졌던 분위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연구자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많은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었죠. 생활도 단순했어요. 아침 일찍 연구실에 나가 밤늦게 돌아오는 날이 반복됐죠. 연구에 몰입할 수 있었던 시기로 남아 있어요. 다만 돌이켜보면 여가 생활을 더 많이 즐기지 못해 아쉽기도 해요.
Q. 유학 시절 연구 경험이 지금 연구와 연결되는지 알고 싶어요.
줄기세포를 이용해 근육 조직을 자극하고 모니터링하는 연구를 했어요. 당시엔 기초적인 단계의 연구였지만 지금 제가 진행하는 근육 심층 모니터링 연구와 원리적으로 연결되죠. 당시 쌓은 기계적 센싱(Sensing)과 제어, 영상 처리 경험이 지금 연구에도 중요한 도움이 되고 있어요.
지식을 연구하고 나누다
심 교수는 스위스 취리히 공대 방문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을 거쳐 본교 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연구 과정에서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겪었지만 이를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연구 철학을 세웠다. 지금은 학생들과 함께 연구하며 교육자로서의 보람도 느끼고 있다.
Q. 유학 이후에도 연구원으로 활발히 활동하셨다고 들었어요. 그 경험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나요?
2012년에 취리히 공대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있었어요. 그곳에선 다양한 연구자들과 교류하며 학문적 다양성을 경험했어요. 하루 종일 연구에 몰입하는 분위기 속에서 연구자로서의 태도를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후 2014년부터 2020년까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했죠. 이곳에선 초음파로 손가락 혈관을 인식해 보안성을 높이는 초음파 기반 생체 인증 기술, 채혈 없이 혈당을 확인할 수 있는 장비, 그리고 생산 공정을 자동화하는 로봇 시스템을 연구했어요. 일상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만들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죠.
Q. 연구 과정에서 겪는 실패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연구는 늘 좌절의 연속이죠. 실험 결과가 예상과 달라 실망할 때도 있고 이미 다른 연구자가 같은 주제를 다룬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실패에서도 의미를 찾으려 해요. 기존 연구가 있다면 새로운 가치를 더할 수 있고, 아무도 하지 않은 주제라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실패를 단순히 끝으로 보지 않고 새로운 출발점으로 여기려고 하죠.
Q. 교육자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함께 연구 주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눌 때 많은 의견이 오가고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함께 맞는 방향을 찾는 과정에서 큰 기쁨을 얻죠.
글로벌 기초연구실이 여는 미래
심 교수는 현재 ‘글로벌 기초연구실 사업’을 통해 근육 심층 모니터링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국가 차원에서 연구 역량을 인정받아야 선정될 수 있다. 본교가 이번 과제에 선정됐다는 것은 로봇공학과 신체 공학 융합 연구에서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Q. ‘글로벌 기초연구실 사업’의 목표와 특징이 궁금해요.
이번 ‘소노퓨전 근육 심층 모니터링’ 연구는 초음파, 근전도, 가속도계를 결합해 근육 움직임을 심층적으로 관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근육의 겉면 움직임만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저희 연구는 심층 근육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파악하려는 시도이죠. 이런 방식은 근육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신호를 보내는지를 더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요.
Q. 이번 연구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이 연구가 실현되면 소아마비나 파킨슨병 환자처럼 움직임이 불편한 분들에게 재활 보조를 제공할 수 있어요. 또 고령화 사회에서 늘어나고 있는 근감소증 환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죠. 근육의 상태를 정확히 읽어낼 수 있으면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재활이나 운동 보조 장치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힘을 증강해야 하는 군인이나 특수 직종 근로자들에게도 응용할 수 있고 손동작을 정밀하게 인식하는 제스처 인식 기술로도 발전할 수 있어요. 결국 웨어러블 로봇과 같은 미래 기술로 연결될 수 있어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Q. 로봇공학이 다른 기술과 융합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사람과 공존할 수 있는 안전한 로봇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의 로봇은 딱딱한 구조가 많아 접촉할 시 위험할 수 있죠. 그래서 부드러운 소재와 인간 친화적인 설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 주목받는 AI 기술 역시 마찬가지죠. 연구에 꼭 필요한 도구이지만 무작정 의존하기보다는 물리적 해석과 기존 알고리즘을 함께 고려해 신중하게 활용해야 해요. 그래야만 로봇이 사람에게 안전함과 동시에 더 똑똑하게 작동할 수 있죠.
Q. 연구 외적으로 앞으로 이루고 싶은 개인적 목표나 삶의 철학에 대해서도 듣고 싶어요.
짧은 인생이기에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며 의미를 찾고 싶어요. 좌절과 고민도 성장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당장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힘들더라도 그 경험이 결국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하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어요. 과정의 의미를 놓치지 않고 묵묵히 나아갈 수 있길 응원해요.
본교 심주용 기계시스템학부 교수와의 대화는 연구 성과뿐 아니라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는 학부 시절의 작은 성취부터 다양한 곳에서의 경험까지 과정 하나하나를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아왔다. 심 교수는 학문과 일상 어디서든 의미를 찾으며 앞으로도 학생들과 함께 나아가고자 한다. 연구자로서의 전문성과 교육자로서의 진심을 겸비한 그의 모습은 숙명인들에게 꾸준히 나아갈 용기를 전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