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여름은 가장 긴 열대야 일수를 기록했다. 서울은 열대야 최대일 수를 경신했고, 입동이 지난 11월 중순의 고온 기록도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해부터 사과값이 올라 금 사과가 되고, 폭염으로 호남 지역의 벼멸구 피해도 크다. 고수온 영향으로 서해 가로림만의 바지락 어장은 황폐해졌고 동해안의 오징어는 잡히지 않는다. 강원도 속초의 도루묵 축제는 어획량의 급감으로 축제의 의미가 퇴색됐다. 이번 달엔 진달래, 개나리가 개화해 생태계 질서도 무너지고 있다. 우리가 당면한 여러 위기 중 지구온난화만큼 심각하고 위협적인 위기는 없다. 기후 위기는 전 세계 농·어업과 심지어 정신 건강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문제는 이 위기가 앞으로 더 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대중들은 이러한 위기가 피부로 와닿지 않아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한다.
지난 2016년 발효된 파리 기후변화협약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⁰C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인 1.5⁰C로 억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이를 통제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8월 말 헌법재판소는 청소년과 아이들이 제기한 정부의 기후 대책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에 대해 2031년 이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없는 현행법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탄소 감축이라는 과제 앞에 정부와 기업은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하지만, 미국의 새 정부인 트럼프는 탄소 감축에 반대되는 정책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한다는 보도가 나온다.
자본주의하에서 탄소 감축은 사실상 양립이 어려운 대립적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구온난화를 줄이기 위한 행동은 절실히 필요하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주체가 정부, 기업, 소비자라면 정부와 기업의 탄소 감축 정책은 구체적이고 지속 가능해야 한다. 소비자도 자신의 소비 행동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챗GPT에 질문하면 구글 검색의 10배의 전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육류 축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도 엄청나다. 소비자가 실천 가능한 ‘1회용품 줄이기’ ‘배달 음식 줄이기’ ‘전기 에너지 사용 줄이기’는 결국 불편을 감수하는 행동이다. 편리함에 길든 우리의 습관을 성찰하고, 불편함을 감수하는 가치를 알아야 한다. ‘미니멀리즘’ ‘플라스틱 줄이기’ ‘과대포장 제품 안 사기’ ‘저탄소 농축수산물 구매하기’가 남 일이 아닌 나의 행동이 돼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