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의 말]

필자는 ‘하라는 대로 잘하는’ 사람이다. 주어진 모든 일은 최선을 다해 해냈다. 학창 시절의 숙제, 전공 수업의 과제, 아르바이트, 본지 활동까지 ‘열심히’ 하는 것엔 자신 있었다. 모든 과업을 잘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성실한 사람이라 여겼다. 하지만 필자가 해낸 모든 것들은 사실 ‘주어진’ 일이다. 돌이켜보니 필자는 팔로워에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수동적인 일에 한해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잘 해낼 자신이 있었지만 주도적으로 나서는 일엔 미숙했다.

편집장으로 활동하는 내내 필자가 잘못된 감투를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편집장은 본지 활동의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이다. 아이템 선별부터 기사의 방향성까지, 세세한 부분을 모두 정해야 한다. 주어진 일만 해왔던 필자에겐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 큰 부담이었다. 처음 편집장이란 직책을 맡았을 땐 겁을 먹었다. 리더로서 일한 경험이 부족해서다. 혹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은 아닌지 불안함과 죄책감에 잠 못 이룬 날도 수없이 많다. 신문이 발간된 뒤 오류를 발견하면 이를 사전에 찾아내지 못한 편집장의 책임을 통감했다. 그럴 때는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다.

필자는 듣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객관성을 확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수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자신의 결정을 확신할 수 없다면 먼저 다른 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어떤 기사를 쓸 것인지, 독자는 어떤 기사를 원하는지 들어야 한다. 더 치열하게 조사하고, 기민하게 여론을 살펴야 한다. 많은 표본을 갖춰야만 잘못된 결정을 내릴 확률이 낮아진다. 

여러모로 부족한 편집장을 두고도 본지가 무사히 발간되는 것은 모두 기자들 덕이다. 필자가 갈피를 잡지 못할 때마다 기운을 북돋아 주는 동기들과, 더 좋은 기사를 만들기 위해 검토를 반복하는 기자들을 보며 다시 의지를 다진다. 지난 호보다 발전한 신문, 읽고 싶은 신문을 만드는 것이 필자의 목표다. 이 목표에 부합하는 신문 한 부를 손에 쥐는 날까지 나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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