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지난해 겨울 피겨 스케이팅 영상을 시청하고 스포츠가 단순한 신체 운동이 아니라고 느꼈다. 우연히 본 피겨 스케이팅 영상에서 선수는 아름다운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처음엔 감동적이었지만 ‘멋지다’란 감상에 그치지 않고 영상을 계속 찾아봤다. 왜 스포츠 경기에서 몇 번이고 반복적으로 감동을 느꼈을까. 이런 감정은 어디서 올까.

돌이켜 생각해 보니 피겨 스케이팅 영상에서 느낀 것은 아름다운 동작과 연기뿐만이 아니었다. 선수가 경기의 한 순간을 보여주기 위해 수없이 반복했을 연습의 시간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3분이 넘는 시간 안에 차근차근 기술을 수행하는 끈기, 성공이나 실패에 흔들리지 않으려는 마음도 보였다.

이처럼 운동에선 신체의 움직임과 함께 한 사람의 솔직한 마음과 태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다른 피겨 스케이팅 선수의 영상에서 스케이팅 스타일이 제각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점프를 해내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강하게 나아갔다가 힘을 빼며 에너지의 굴곡을 만들어내는 선수도 있다. 실패했을 때 실망한 기색을 드러내는 표정, 조급하게 빨리 뛰는 행동, 힘든 기색을 보이며 느려지는 모습 등 선수가 어떤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는지 그대로 보인다. 차분함, 수용, 단단함, 조급함, 자신감, 오만함, 위축됨, 걱정, 기쁨, 불안 같은 감정 말이다.

그러니 운동은 단지 몸을 단련하는 활동이 아니라 마음을 단단히 만드는 일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심신을 단련한다’란 표현이 왜 존재하는지 어렴풋이 이해된다. 마음이 잘 준비돼 있으면 몸도 따라주는 것 같다.

두 달 전부터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하며 이런 사실을 다시금 느꼈다. 처음 배울 땐 미숙한 것이 당연한데도 따라주지 않는 몸이 답답했다. 강사님은 항상 ‘조금 더 천천히’ 공을 치라고 하셨지만, 같이 친 친구는 “네 발이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 같다”고 했다. 테니스를 치며 조급하고 답답해하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일상이나 이루고 싶은 일에도 비슷한 태도로 임하지 않았나 돌아보게 됐다.

태도를 알게 되자 마음을 다르게 가질 수 있었다. ‘하다 보면 당연히 늘 것이다. 단지 오랜 노력의 시간을 거쳐 가야 한다.’ 이런 생각을 되뇌며 연습의 시간을 쌓아 갔을 성공한 이들을 떠올렸다.

서툰 시기는 필연적으로 지나가야만 하고 결국 지나가진다.

두 달이 지난 지금의 테니스 실력은 여전히 초보자 수준이지만 수업을 갈 때마다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그 사실이 놀랍고 경이롭다. 이 경험을 통해 운동과 이루고 싶은 일에 대해 더욱 안정적인 마음을 가지게 됐다. 필자가 이루고자 하는 분야는 성장을 정량적으로 책정할 수 없다. 하지만 테니스를 치다 보면 믿게 된다. 매일 시간을 쏟으면서 분명 조금씩 늘고 있을 거라고 말이다.


한국어문 22 임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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