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모 퓨처커넥트 대표는 비행기 설계자 지망생에서 마케터로, 마케터에서 독자적인 스마트팜 기술을 가진 어엿한 회사 대표로 변모했다. 그에게 스마트팜은 환경을 위협하는 식량 공급 문제를 해결할 하나의 수단이다. 세상에 선한 영향을 전달하는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공개한다.


공학도, 퇴사 후 창업하다
비행기를 설계하고 싶었던 한 소년은 지속가능한 가치를 실현하는 회사의 대표가 됐다. 그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경험에 뛰어들었다. 학창 시절 고무동력기 대회의 출전 경험을 발판 삼아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에 진학한 강길모 퓨처커넥트 대표는 진로를 틀어 본인만의 사업을 펼쳐나갔다. 직장인에서 창업가가 되기까지 그의 많은 노력이 있었다.

Q.고무동력기 대회에 서울시 대표로 6년 연속 출전하셨어요. 해당 경험에서 배운 점이 있나요?
제가 비행기를 무척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돌이켜 보면 고무동력기를 열심히 만든 경험이 대학에서 전공 공부할 때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모형비행기를 직접 만들며 역학적인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이해했죠.

Q.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졸업 후 산업공학으로 진로를 변경하신 계기가 있나요?
항공우주공학이 적성에 맞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산업공학 공부를 하게 됐어요. 당시엔 국내 항공우주공학 분야의 인프라가 좋지 않았어요. 유학도 고려했지만 학문 특성상 국가 기밀과 맞닿아 있어 외국인인 제가 기회를 얻기 어렵겠단 생각이 들었죠.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해 2년간 경제학 위주로 공부했어요. 공학에 더 재미를 느껴 산업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죠.

Q.졸업 후 삼성전자에서 근무하셨어요. 근무 당시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제품기획과 마케팅을 맡았어요. 특히 제가 했던 일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잠재 고객을 발굴하는 일이었어요. 직접 개발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반 알고리즘을 이용해 핸드폰 구매 확률이 높은 사람을 선별했어요.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SNS 광고까지 기획했죠.

Q.창업을 결심하고 직장을 그만두셨어요. 창업에 도전하신 계기를 듣고 싶어요.
부장으로 진급을 앞둔 시기에 창업을 고민하고 있었어요. 진급하며 회사에 남아있기보단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더 늦어지면 도전하기 어렵겠단 생각에 내린 결정이었죠.


저탄소 재배로 세상을 바꾸다
회사원이었던 강 대표는 두려움 없이 퇴사했다. 그는 퇴사 첫날 경기도 성남시의 40평 남짓한 공간을 구해 창업을 시작했다.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만들겠단 목표로 2020년 퓨처커넥트를 설립했다. 퓨처커넥트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샐러드 매장 ‘리브팜(Livefarm)’은 현재 수도권에 6곳 있다.

Q.2020년 퓨처커넥트를 설립하셨어요. 퓨처커넥트는 어떤 회사인가요?
‘쓰레기를 줄이고 적은 에너지로 세상에 식량을 공급하자(Feed the World with Less)’란 비전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어요. 예전부터 음식 공급 구조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미래를 생각했을 때 지금처럼 음식을 먼 곳에서 공급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아요. 답은 근처에 있는 먹거리를 먹는 거예요.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갓 수확한 농작물을 바로 먹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요.

Q.퓨처커넥트의 사업 구조는 어떻게 되나요?
▶농장에서 나온 채소 원물 납품 ▶리브팜 서비스를 통한 신선가공품 제공 ▶자사 조립식 재배기 및 생산관리 서버 판매 3가지로 나뉘어요. 시중에 도심에서 채소를 재배하는 기술이 없어 도심에 적합한 조립식 재배기를 만들었어요. 재배기 여러 개를 조립해 서울에 농장 네트워크를 구축했죠. 농장에서 키운 채소는 식음료 기업에 납품하거나 샐러드, 음료 같은 건강한 음식의 재료로 사용돼요. 재배기를 비롯해 채소 생산 일정을 통제하는 서비스를 기업에 판매하기도 해요. 
 

▲리브팜(Livefarm) 인천공항점 매장 안에 위치한 재배기다.
▲리브팜(Livefarm) 인천공항점 매장 안에 위치한 재배기다.

Q.농장 네트워크 현황과 운영 방식이 궁금해요.
수도권에 8개의 농장이 있어요. 리브팜 매장마다 10평짜리 농장이 하나씩 총 6개가 있죠. 서울 서초와 신촌엔 각각 100평, 50평에 달하는 대규모 지하 농장을 만들었어요. 독자적으로 개발한 조립식 재배기 덕분에 매장의 좁은 공간에도 농장을 만들 수 있죠. 365일 가동되는 농장은 앱으로 관리하고 있어요.

Q.샐러드 매장 ‘리브팜’ 메뉴에 들어가는 모든 채소는 매장에서 직접 키우나요?
과일류를 제외하고 샌드위치나 음료에 들어가는 녹색 채소는 직접 키우고 있어요. 유러피안(European) 상추, 바질 페스토에 들어가는 바질, 음료에 들어가는 케일 등이 있죠. 아직 매장에 있는 농장만으로 자급자족하긴 어려워요. 서울 도심에 있는 농장 네트워크를 활용해 매장마다 필요한 만큼 채소를 공급하고 있죠.
 

▲픽업대에선 스마트팜에서 수확된 채소가 조리를 거쳐 고객에게 도달하는 과정이 한눈에 보인다.
▲픽업대에선 스마트팜에서 수확된 채소가 조리를 거쳐 고객에게 도달하는 과정이 한눈에 보인다.

Q.스마트팜 시장에서 리브팜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차이는 스마트팜과 고객의 물리적인 거리가 가깝단 거예요. 농장과 매장이 모두 도심에 있어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죠. 재배 공간, 가공 공간, 고객 서빙 공간이 한눈에 보일 수 있게 매장 구조를 설계했어요. ‘채소를 수확해서 바로 나한테 주는구나’란 메시지가 전달되도록 노력했죠. 수요에 맞는 최적 공급량을 계산하는 시스템도 개발해 수확량을 조정하고 있어요. 이런 기술은 일반적인 스마트팜에선 볼 수 없죠. 또한 재배한 채소를 바로 고객에게 팔고 있어 합리적인 가격으로 친환경 무농약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어요.


진심을 다해 일합니다
그의 회사는 ESG 경영을 지향한다. 산업공학적 계산을 토대로 매일 채소를 필요한 만큼만 생산한다. 과잉 생산을 막아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폐기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어 지난 8월 6일(금) 리브팜 인천공항점이 문을 열었다.
 

▲지난 8월 6일(금) 인천공항 면세구역에 문을 연 리브팜(Livefarm)의 모습이다.
▲지난 8월 6일(금) 인천공항 면세구역에 문을 연 리브팜(Livefarm)의 모습이다.

Q.리브팜 인천공항점 개점 준비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장소인 만큼 입점하기까지 설득하는 과정이 어려웠어요. 보안이 중요한 인천공항 특성상 공사 과정에서도 제재가 많아 힘들었죠. 공사에 필요한 망치, 칼 같은 반입금지 물건이 보안 구역을 통과하는 데만 2시간 정도가 걸렸어요.

Q.회사 대표인 지금,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나요?
직장인 시절보다 100배 이상 힘든 것 같아요. 쉬는 날 없이 주 7일 일하고 있거든요. 사업을 한다는 건 고려할 것도 많지만 책임질 구성원이 있다는 거죠. 제 회사의 비전을 보고 들어온 사람들인 만큼 제가 이끌어야 한단 생각에 힘들 때도 있어요.

Q.대표님의 경영철학이 궁금해요.
이익만 추구하기보단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단 사명으로 일하고 있어요. 저한텐 진심이 정말 중요해요. 창업한 지 불과 3년된 스타트업이 인천공항에 입점할 수 있었던 건 진심 덕분이에요. 간절한 만큼 저희가 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말씀드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Q.창업에 관심 있는 숙명인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재학생의 본분에 맞게 열심히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다음에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창업은 단순히 멋있는 과정이 아니거든요. 스스로가 단단해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어요. 끊임없이 배우고 세상을 많이 경험해 봤으면 좋겠어요.


강길모 퓨처커넥트 대표의 목표는 서울에 있는 모든 시민에게 신선한 채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매장에서 케일 주스를 맛있게 먹는 순간은 강 대표의 기억에 깊이 남았다. 그는 “가장 순수한 평가를 주는 아이들이 매장 음식을 잘 먹는 걸 보며 뿌듯함을 느꼈어요”라고 말했다. 그가 앞으로도 만들어 갈 선한 영향이 궁금해진다.

*머신러닝: 컴퓨터가 주어진 데이터를 스스로 분석하고 가공해 새로운 정보를 추론하는 일종의 학습을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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