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교환학생 파견 중 기회가 닿아 유명 음악 콩쿠르의 예선을 관람했다. 콩쿠르는 평소 관람했던 공연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긴장감이 가득했고 엄숙함도 느껴졌다. 악기 전공자 중에서도 뛰어난 수준의 연주자들이 참여하는 대회기에 연주가 더욱 기대됐다. 연주자의 실력이 뛰어날 테니 당연히 그들은 큰 무대에도 떨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이는 연주 중 실수했고, 다른 이의 얼굴엔 연주의 아쉬움이 드러났다. 분명 그들은 이 무대를 위해 매우 오랫동안 준비했을 것이다. 예선 곡을 연습하는 기간뿐만 아니라 한 악기에서 높은 수준에 이르기 위해 오랜 시간 훈련을 거듭했을 테다. 연주자로서 발돋움하기 위해선 콩쿠르 입상이 중요하기에 그들에겐 이 날이 특별하다.

짧은 몇십 분의 순간에 그동안의 노력이 빠르게 지나간다. 실수 하나에 결과가 엇갈리기도 한다. 우리 인생도 연주자의 콩쿠르와 마찬가지다. 우린 발표, 시험, 면접 등 짧은 순간을 위해 몇 달, 혹은 몇 년을 매진한다. 때론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불안을 느낀다. 필자도 시험 기간과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그랬다. 두려움은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이런 찰나의 순간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기다려야 할지 늘 고민했다. 두려움을 완화하는 방법을 계속 찾으며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짧은 순간으로 노력의 결과가 결정된단 것 자체가 불안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주를 관람하며, 오히려 이 불안을 떨쳐내기보단 인정하는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 어느 분야에서든, 얼마나 전문성을 쌓았든 찰나의 순간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란걸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번 콩쿠르는 연주자들의 노력이 더욱 잘 보여 기억에 남는다. 보통 콩쿠르는 지정곡 목록이 있어 연주자들이 동일한 곡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각자의 해석이 담긴 곡을 들으며 필자는 더 깊이 음악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필자에겐 그들의 실수 마저 온전히 곡을 담아내려는 끊임없는 노력의 일부로 보였다. 무대의 선 것만으로 그들은 이미 아름다운 연주자였다. 

연주자의 모습과 선율을 통해 순간을 만들어가는 발걸음의 의미를 실감했다.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음악을 향한 열정으로 한곳에 모여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의 연주가 이토록 반짝이는 이유다. 엇갈린 결과에 누군가는 기뻐하고, 다른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연주는 결과와 상관없이 필자와 청중에게 깊은 감명을 선사했다. 열심히 준비해 마침내 내보인 찰나의 순간은 결과에 대한 기대와 상관없이 빛난단 걸 깨달았다. 

우린 매일을 살며 과정을 만들어가지만 그 노력이 보여지는 것은 짧은 순간일 뿐이다. 이는  모두에게 불안한 일이다. 불안을 느끼는 자신을 지나치게 다그치기보단 우리 모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자. 경쟁 속 느껴지는 동질감에 조금은 마음의 안정을 찾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일렁임은 물결치는 파도처럼 세상의 아름다운 자취로 반짝일 것이다. 


글로벌협력 20 김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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